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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 속담

기사승인 21-04-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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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 속담을 통해 보는 활터문화

활 속담을 통해 보는 활터문화

 활쏘기는 고조선 시대부터 우리 민족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려 그 유전자가 오늘날까지 전해 오는, 우리 체질에 맞는 풍류 넘치는 운동이다. 고구려에서 활 잘 쏘는 사람을 일컫어 주몽朱蒙이라 하며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을 고주몽으로 부르고 있고, 신라에서는 활쏘는 군사를 궁척弓尺이라 불렀다. 
‘백제의 비류왕은 사대를 세우고 그곳에서 직접 습사習射를 하고, 아신왕은 백성들에게 활쏘기를 권장하기도 하였으며, 고이왕은 직접 산야로 나가서 궁시弓矢로 사냥을 하였다.「삼국사기」’고 한다. 
 고려말 부터는 무인 계층 사람을 한량으로 부르기 시작하여 의미가 조금 변했지만 오늘날까지 활쏘는 사람을 한량이라 하고 있다. 활쏘기가 수천 년 전부터 일반 백성들에게는 생활과 밀접한 수렵의 필수 도구로 또는 놀이(편사)로서, 국가적으로는 전쟁의 무기로 우리 역사에 비중이 컸던 만큼,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스며들어 활문화가 형성 되었다. 
 활쏘기 관련 속담들도 이런 과정에서 생겨 뿌리 내리고, 풍속으로 남아 오늘까지 전해지고 있다. 속담은 “예로부터 민간에 전하여 오는 쉬운 격언이나 잠언箴言”으로 어떤 일에 대해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활쏘기 문화의 중요한 부문인 활 관련 속담을 몇 가지로 분류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활쏘기와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속담, 일반인과 한량들이 함께 쓰는 넓은 의미의 활쏘기 관련 속담, 활터에서 한량들이 주로 사용하는 사풍射風에 관한 속담 순이다. 내용의 연속성을 위해 속담이 아니더라도 활터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 몇 가지를 포함했다. 
 사풍에 관한 속담의 경우 선대 한량들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한 금쪽같은 사법들이 녹아든 살아있는 활쏘기 잠언이다. 활을 처음 배우는 신사들로부터 명궁에 이르기까지 모든 한량들이 활쏘기 정진을 위해 이 속담을 거울삼아 수시로 자신을 비춰보며 반구제기反求諸己하게 된다. 활 속담을 살펴보고 있는 중에 최근 국궁신문 밴드에 살아있는 생생한 속담들이 올라와 내용이 더욱 충실하게 되었다. 국궁신문과 여러 한량들의 관심이 활문화 융성의 밑거름이다. 
 활쏘기 관련 일상에 널리 쓰이는 용어나 고사성어는 이 글에 포함하기에 양이 많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 가나다순으로 배열하였고, 비슷한 속담은 (비)로 표시했다. 


1. 일상 활 속담

◇ 공중을 쏘아도 알과녁만 맞힌다.
별로 애를 쓰지 않고도 한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됨을 이르는 말.

◇ 과녁을 벗어났다.
 오류, 즉 목적이나 목표가 제대로 맞지 않고 빗나갔음을 활쏘기를 빗대어 뜻하는 말이다. 

◇ 남생이 등에 활쏘기
 냇가나 연못에 사는 남생이는 거북이처럼 등이 딱딱하여 화살이 뚫고 들어가기가 어렵다. 즉, 매우 어려운 일을 하려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과, 해를 입히려고 하나 끄떡없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비)「남생이 등에 풀쐐기 쐼 같다.」

◇ 남생이 등 맞추듯
 서로 잘 들어맞지 않는 것을 맞추려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당겨 놓은 화살을 놓을 수 없다.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시작한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는 말.

◇ 도적 간 뒤에 활쏘기다.
 아무리 좋은 도구와 장비가 있어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
을 의미하는 속담이다. 활은 전쟁에서 사용하는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도둑맞고 난 뒤에, 즉 도둑이 없는데 활을 준비하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관련된 속담으로 「궁사의 집에는 도둑이 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 돌 뚫는 화살은 없어도 돌 파는 낙수落水는 있다. 수적천석水滴穿石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말로, 작은 노력이라도 꾸준히 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른 말. 사자성어로 수적천석水滴穿石(물방울 滴, 뚫을 穿)이란 단어가 있다. 폭포 밑에 있는 바위에 패인 웅덩이는 수적천석의 결과를 말해 주는 예이다. 개울가에 가면 동그란 자갈이 많이 눈에 뜨이는데, 이 모두가 물에 씻겨 만들어진 것이다.
 
◇ 범 같은 시어미도 활등같이 휘여 살랬다.
 활이 휘어있는 모습을 비유한 의태어로서 집안의 화목을 위해 며느리에게 무서운 호랑이 같은 시어미도 인내하며 어진 삶을 권하는 속담이다. 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1. [북한어] 아무리 엄하고 사나운 시어미라 할지라도 성이 나는 대로 꼿꼿이 지내지 말고 활등 휘듯이 성미를 죽이며 살아야 공대받으며 집안이 화목하게 잘 살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북한어] 범같이 무서운 시어미도 싹싹하고 고분고분하면서 성의껏 받들고 잘 섬기면 집안의 화목을 도모하여 살아갈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 살 맞은 뱀 같다. 
 이것은 의태어이다. 뱀이 화살을 맞고 달아나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화살을 맞은 뱀처럼 비실비실 자리를 피하여 도망가는 모습을 의미하는 속담이다. 줄행랑치는 사람을 의미한다.

◇ 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주울 수 있지만, 말은 하고 나면 주울 수가 없다. 그러므로 말을 항상 삼가고 조심하라는 의미를 활쏘기에 빗대어 말한 것이다. 

◇ 오래 앉으면 새도 화살을 맞는다.
 두 가지 의미로, 이로운 자리에 너무 오래 있으면 마침내 화를 당한다는 말로, 재미있는 일은 안 좋게 끝나게 마련임을 이른다. 또한 편안하고 안전한 곳도 시간이 지나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평안에 대한 경계警戒를 의미한다. (비)「재미나는 골에 범 나온다.」, 「새가 하늘에 오래 머물면 화살에 맞는다.」

◇ 세월이 쏜 살 같다.
 화살이 시위를 떠나 과녁까지 날아가는 시간은 2~3초 정도인데 세월이 화살처럼 빠르게 흐른다는 비유이다. 
한자성어로 ‘광음여시(光陰如矢)’, 영어로 ‘Time files like an arrow’, 일본어로 ‘코-잉 야노고토시 데스네(光陰矢の如し,ですね)’도 같은 말이다.

◇ 시위를 떠난 화살
 이미 벌어진 상태에서 되돌릴 수 없는 상황,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다.

◇ 쏘아 논 화살이요 엎질러진 물이라. 
 일이 이미 저질러져서 되돌릴 수 없음을 이르는 말. (비)「시위 떠난 화살이다.」 
  
◇ 조조曹操의 살이 曹操를 쏜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유래한 말이다. 조조는 제갈량에게 속아 수십만 대의 화살을 하룻밤에 쏘았는데, 그 화살을 수거한 제갈량이 조조와 싸울 때 다시 사용하였다는 내용에서 유래되었다. 이 말은 잔재주를 지나치게 피우다 보면 그 재주로 인하여 자신이 망한다는 의미이다. 

◇ 활은 임금님의 뺨도 때린다.
 활을 쏠 때는 자세를 바르게 배운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임금님일지라도 자기가 쏜 활에 뺨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옛 임금들도 활을 배우면서 뺨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자기의 활쏘기 자세를 반성하고 바른자세로 쏘기 위해 노력 함으로써 활쏘기의 묘미를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역대 대통령도 활쏘기를 배웠다. 박정희대통령 때부터 청와대에 과녁을 세우고 활을 쏘았다. 노태우대통령 때까지 4월 28일 아산 현충사에서 열리는 충무공탄신기념 궁도대회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서 시사始射를 하였는데 시사를 하던 대통령이 활에 뺨을 맞는 일이 실제로 있었다. 뺨을 맞고도 그 대통령은 5시를 쏘아 3중을 했다. 자세가 바르지 못하면 임금님도 사정없이 뺨을 맞게 되는 것이 활이다.

◇ 활을 당기어 콧물을 씻는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던 차에 좋은 핑계거리가 생겨 그 기회에 해치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옛날에 머리 헌 놈, 코흘리개, 눈이 짓무른 놈 셋이 떡 한시루를 쪄 놓고 내기를 했다. 머리 헌 놈은 머리 긁지 않고, 코흘리개는 코를 씻지 않고, 눈이 짓무른 놈은 파리를 쫒지 않고 가장 오래 견디는 놈이 떡을 먹기로 했다. 그러나 누가 견디랴. 먼저 머리 헌 놈 왈 “어제 산에 갔더니 노루 한 마리가 튀는데 여기도 뿔이 돋고 여기도 뿔이 돋아 있더라”며 머리 가려운데를 주먹으로 탁탁 쳤다. 바로 이어서 코흘리개가 “나 한데 활이 있었더라면 이렇게 쏘았지”라며 얼른 콧물을 닦고, 참고 있던 눈 짖무른 놈은 양 손을 눈 앞에 흔들며 “아니, 아니 나도 그 얘기 다 안다”하며 파리를 쫏았다.


2. 일반인과 한량들이 함께 쓰는 속담

◇ 고두리(살)에 놀란 새 같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거나 두려워하는 모습을 이르는 말. 고두리살이란 뾰족한 금속 화살촉 대신 화살의 앞에 철사나 쇠테를 두르거나 나무나 대나무 촉을 달아 무게추 역할을 하게 만든 화살을 말한다. 보통 작은새를 잡을 때나 사람이 다치지 않게 연습용으로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작은새나 작은 동물을 잡을 때 일반 화살촉으로 꿰어 잡으면 고기가 많이 상하기 때문에 고두리살로 쏘아 충격으로 떨어지게 하거나 기절시켜 잡는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대장 김덕령이 대나무 숲에 호랑이가 있다는 말을 듣고 고두리살을 쏘아 맞춰 범을 숲 밖으로 유인해낸 뒤 창으로 찔러 잡았다는 얘기에도 나오고, 조선 태조 이성계가 적장인 원나라 조무趙武를 죽이기 아까워 고두리살로 수십 차례 맞추니 조무가 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이성계에게 충성을 맹세하였다는 얘기에도 나온다. 고두리는 새나 작은 짐승을 잡는 화살로 몽골어‘고도리’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화투놀이 고스톱에서 '고도리'는 일본말 '고도리(こ-とり)'로서 참새나 동박새, 종다리 등과 같은 '작은 새(小鳥)'를 말한다. 그러니까 일본말 '고도리'와는 음만 같은 것이지 전혀 다른 의미의 말이다.  

◇ 과녁 도둑이 큰 소리 친다. 옛날 겨울철 농한기 때 과녁(4자☓6자)을 지고 다니며 활을 쏘러 다녔다고 한다. 때로는 남의 과녁을 훔쳐다 놓고 쏘았는데 주인이 나타나 반환을 요구하면 오히려 과녁 도둑이 ‘1차 대를 맞히거든 가져가라’고 큰소리치면서 맞히지 못하면 과녁을 찾아갈 자격이 없었다고 한다.

◇ 돈 있으면 활량, 돈 못쓰면 건달
 (비)「돈이 없으면 적막강산이요 돈이 있으면 금수강산이라.」 경제적으로 넉넉하여야 삶을 즐길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 마음에 드는 활 부러지면 자식 잃은 것만 같다. 각궁은 한량이 자신에 마음에 드는 활을 만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즐기다가 잘못하여 활이 부러지게 되었을 때의 애석한 마음을 비유한 것이다. 

◇ 벌고벗고 전통箭筒 차기
 격에 맞지 않은 행동이나 차림을 한다는 말. (비)「벌고벗고 환도還刀 차기」

◇ 병조판서 집 활량 나그네 드나들듯 한다.
 병조 판서 집에 취직 청탁을 하러 오는 활량이 드나들듯 한다는 뜻으로, 매우 자주 출입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우박 맞은 잿더미 같고, 활량의 사포砂布 같다.
 숭숭 구멍이 뚫렸다는 뜻으로, 얼굴이 심하게 얽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사포는 각궁 관리에 필요한 물건으로, 영어로‘샌드페이퍼(Sandpaper)’를 말한다. (비) 우박 맞은 잿더미〔소똥〕같다.

◇ 장가가려면 사계射契에 들어야지 활을 쏘게 되면 우리 농촌의 농한기 폐습이던 도박을 하지 않으니 좋은 사윗감이 될 수 있고 또  활을 쏘게 되면 상부상조하는 친구도 많아지고, 부지런히 일하고 건강하고, 예의 바르니 나무랄 데가 없는 청년이 된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사계에 들어가 활을 쏴야만 좋은 사윗감으로 평가를 받게 돼 장가가기가 쉬워진다는 것이 경기도 농촌의 풍습처럼 되어 있었다. 부모들이 사내 아이 15~16세만 되면 사계에 들어가라고 성화였다고 한다. 

◇ 편사 놈이 널 머리 들먹거리듯 한다.
 활쏘기를 겨루는 사람이 전혀 상관 없는 널에 대하여 이러쿵 저러쿵 한다는 뜻으로 당치 않는 것을 들추어 내어 말썽을 부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편사 음식 이고 간다. 마을 축제와 같은 골편사나 터편사가 열리면 마을 사람들이 음식을 장만하여 가져가는데 남자들이 ‘지게에 지고 가면 진다(敗)’고 하며, 반드시 여자들이 ‘머리에 이고 가야 이긴다(勝)’는 속설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편사가 성행하던 시절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편사의 승패에 대한 열기를 느낄 수 있다.

◇ 한 번 화살에 놀란 새는 구부러진 나무만 봐도 놀란다.
 ‘경궁지조驚弓之鳥 또는 상궁지조傷弓之鳥’고사성어를 풀어 쓴 말이다. 이 뜻은‘과거 놀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지금은 그와 비슷한 조그만 일에도 놀란다.’는 것을 비유한 말. (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 화살만 봐도 새 적炙을 찾는다. (적 : 고기 구울 炙) 
 ‘견탄구적見彈求炙’고사성어를 풀어 쓴 말이다. 장자에 나오는 말로 「달걀을 보고 새벽을 알리기를 바라고, 탄알을 보고 새 고기구이를 구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성질이 매우 급한 사람을 일컫는 속담이다. 

◇ 활 계 궁시弓矢나 도구를 사기 위해 일괄해서 구입하고 곗돈을 모아 활 값을 갚아 나가면서 친목과 상부상조하는 모임을 말한다.

◇ 활과 과녁이 서로 맞는다. 궁적상적弓的相適
 ‘하려는 일에 딱 맞는 기회가 때맞추어 왔다는 말’, 즉 ‘하려던 일과 주어진 기회가 꼭 들어맞은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활(이) 나간다. 총(이) 나간다.
 〔북한어〕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큰 소리로 야단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비) 활이야 살이야.

◇ 활 논 가꾸듯 한다.
 활쏘기는 여러 가지 자금이 들어간다. 우선, 한량은 궁시를 장만해야 하고 사정射亭의 임원들은 사정 관리도 해야 하고 편사도 열어야 한다. 그러므로 한량들은 활을 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경작하고 있는 논의 일부를 활 비용자금으로 가꾼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한량은 활 논을 특별히 관리하면서 가꾸었다. 활 논 가꾸듯 한다는 이 속담은 ‘매우 아끼며 정성을 다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 활이야 살이야
 이것은 활터 앞에서 얼씬하지 말라고 외치는 소리라는 뜻으로, 어떤 곳에 가까이 다가서지 말라고 사람들을 내모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원래는 활터에서 사람이 다치지 아니하도록 접근을 막기 위하여 소리치던 말로, 남을 큰 소리로 오래 꾸짖어 야단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비) 활 나간다. 총 나간다.  

◇ 활이 있으면 살이 생긴다.
 무엇을 할 수 있는 바탕이나 조건이 있으면 거기에 기초하여 일을 이루어 나갈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하나가 준비되면 연이어 다른 것들도 생겨나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어떤 일을 준비하고 시작하면 도와주는 사람도 생기고 또 저절로 일이 풀려나가게 될 수 있으므로 먼저 일을 시작하라고 종용하는 속담이다.  


3. 사풍射風에 관한 속담 · 관용어
 
◇ 과녁이 이마 바로 선다. 활쏘기 할 때의 몸통 자세를 말하는 것으로, 과녁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서야 한다는 뜻이다. 활쏘기 사법의 기본자세는 앞을 보고 쏘는 것으로 과녁에 이마를 바로 세우고 몸통을 곧게 세워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 과녁에 맞지 않은 변명은 수백 가지이다. 
 화살이 과녁에 맞지 않으면 한량이 여러 가지 변병을 한다. ‘어제 마신 술이 안 깬다. 시위에 초칠을 안했다. 화살을 안 바꾸었다. 갑자기 바람이 분다. 비가 오려나?’ 등 수없이 많다. 과녁을 맞추지 못하면 자기에게서 잘못을 찾아야 한다. 반구제기反求諸己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 궁시弓矢가 맞아야 한다. 궁시상적弓矢相適
 활과 화살이 잘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힘이 센 활에 가늘고 약한 화살을 사용한다거나, 힘이 약한 활에 길이가 길고 무거운 화살을 사용하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므로 활과 화살도 서로 짝이 되는 크기와 무게가 있으므로 잘 맞춰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잘 맞는, 즉 사람의 궁합으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비)「궁시도 궁합이 맞아야 한다.」

◇ 궁시弓矢 반재주 아무리 활쏘는 기량이 좋아도 활과 화살이 나쁘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는 말이다. 첫째가 활이요, 둘째는 화살이고, 셋째는 기량이라는 뜻으로 활과 화살을 잘 선택해야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이다.

◇ 기생첩妓生妾 딴방 재우고 활을 몸에 감고 잔다.
 ‘활 점화’와 ‘활 관리’에 대한 속담이다. 각궁 점화 넣기가 힘들었던 시절에 외지에 활을 쏘러 나간 한량이 ‘활 방’이 따로 없다면 활 점화를 위해 활을 몸에 감고 위에 옷을 입어 활을 따뜻하게 하여야 한다. 활 점화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부레풀이 딱딱해져서 활이 부러질 수도 있다. 활을 사랑하는 한량이 기생첩만 안고 있다가는 활쏘기에 낭패를 본다는 말이다. 

◇ 대회 가기 전 날에는 빗자루질도 하지 말라.
 ‘대회 나가기 며칠 전부터는 활 내지 말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실제 한량들이 활쏘기 대회 가기 전 본인이 습사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마음이 불안하여 활을 내곤하는데 이를 고치라는 말이다. (비)「활 내는 날은 문풍지도 바르지 마소.」, 「대회 3일 전부터는 목욕도 하지 말라.(기가 빠진다)」

◇ 먼장질
 먼발치로 과녁 없이 활을 쏘는 것을 말한다. ‘먼’은 멀다의 관형형이고, ‘장’은 ‘끝장’ 같은 말에서 보듯이 접미사이다. ‘활 가진 군사들은 따로 남겨서 길 양편 풀숲을 향하여 먼장질을 시키었다.(임꺽정. 홍명희)’

◇ 몰기沒技 밑에 불不 1순巡(5시矢)를 다 맞춘 후에 다음 순에서 한발도 못 맞춘 경우를 말한다. 너무 우쭐대거나 자만하지 말라는 경계의 말이다.

◇ 봉鳳이 머리를 끄떡이고 용龍이 꼬리를 흔드는 것 같이 하라. 
 봉이 머리를 끄덕이듯 하라는 말은 줌손의 범아귀를 앞으로 단단히 내밀라는 말이며, 용이 꼬리를 흔드는 것 같이 하라는 말은 깍지손을 뒤쪽을 향해 뿌리듯이 펴라는 말이다.

◇ 배꼽이 과녁을 겨눈다. 활을 쏠 때 허리가 움직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배꼽이 과녁을 마주보는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게 하반신에 힘을 주어야 하는 것이니 배꼽이 과녁을 겨누고 있어야 좋은 활쏘기가 된다.

◇ 백일 벌터질(벌토질) 추수를 끝내고 겨울 논바닥에 과녁 거리가 될 만큼 거리에 볏단을 세우고 그것을 양쪽 과녁으로 삼아 둘 사이를 오가면서 활을 내는 것을 말한다. 볏 짚단 대신 꼴을 담은 지게나 신문지를 깔아놓고 쏘기도 하였는데, 벌터질로 하루 1백순 이상 백일동안(겨울 동안) 활을 쏘면 시수가 부쩍 늘게 된다고 하여 젊은 한량들이 동계훈련으로 애용하였다. ‘벌터질’의 ‘벌’은 벌판을, ‘터’는 활터를, ‘질’은 행위를 뜻하는 말이다. 사투리로 ‘벌토질’이라 부르기도 한다.

◇ 석양 돋움 아침부터 저녁까지 활을 쏘면 지친다는 말로, 줌손을 올리지 않으면 과녁까지 화살을 보낼 수 없다. 그래서 저녁 햇빛에는 줌손을 위로 돋우라는 이야기다. 관련 속담으로 「석양 한량 반 거지」란 말이 있는데 ‘해 저물 때까지 활 낸 한량 배고픈 법이다’라는 의미이다.
◇ 쉰 주먹이 잘 맞는다.
 오랫동안 쉬었다가 활을 내면 시수가 잘 난다는 의미로, 그 속 뜻은 오랜만에 활을 낼 결우 초심을 잊지 않고 선생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활을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시수가 계속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 시수 날 때 탈 나고, 탈 났을 때 배운다.
 한량들이 하는 말로 ‘시수가 잘 난다고 자만하지 말고 늘 겸손한 마음으로 기본자세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 아랫목 애기 밀어 제치고 활 점화 넣는다.
 앞의 「기생첩 딴방 재우고 활을 몸에 감고 잔다.」는 말과 같은 내용의 말로 활 점화를 위해 아랫목에 잠자는 아기를 윗목으로 밀어 제치고 따뜻한 곳에 이불을 깔고 활을 점화 한다는 뜻으로 활을 애지중지하던 한량의 생활을 이른 말이다. (비)「활은 아랫목에 두고 사람은 윗목에서 잔다.」 

◇ 잘 맞춘다./ 잘 쏜다. /잘 쏘고 잘 맞춘다.
 이것은 일종의 칭찬이기도 하지만 비아냥거릴 때 주로 사용한다. ‘잘 맞춘다.’는 것은 자세는 별로인데 맞추기만 잘한다는 뜻이고, ‘잘 쏜다.’는 것은 활을 쏘는 자세가 좋다는 칭찬이다. 그러므로 ‘잘 쏘고 잘 맞춘다.’고 해야만 올바른 칭찬이다.

◇ 줌손 올리기가 받는 황소 뿔 쥐고 올리기보다 어렵다. 활 쏠때 줌손이 일단 아래로 내려가는 버릇이 생기면 그것을 다시 위로 올리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줌손이 내려가는 습관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는 속담이다. (비)「줌손 올리기가 정승 벼슬하기보다 어렵다」, 「시표 반과녁 올리는 것은 쌀 한 가마 무게」  
 
◇ 줌통 큰 명궁 없다.
 줌통이 적당해야 활쏘기가 편하다는 말이다. 줌통이 크면 줌을 쥘 때 줌손과 손가락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면 줌손의 손목과 팔뚝이 긴장하여 활을 밀고 당길 때 유연성 있는 동작이 안 된다. 줌통이 잡기 편해야 하는데 줌통이 크면 활쏘기에 좋지 않으니 명궁이 될 수 없는 일이다. 

◇ 한 사람이 활을 잘 쏘면 백 사람이 활깍지와 팔찌를 정비한다.
 이것은 사정射亭에서 한 사람이 시수矢數가 좋고 활을 잘 쏘면, 뒤를 이어 활을 쏘려던 사람들이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마음의 준비를 다시 한다는 의미이다. 깍지와 팔찌를 정비하면서 준비가 잘 되었는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이 뜻은 어떤 곳에 뛰어난 사람(본보기)이 있으면 그 사람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준비를 잘하게 잘 할 수 있게 한다는 속담이다. 

◇ 화살촉이 어디에 있는지 줌손 손가락이 알지 못하면 눈 먼 것이나 같다.
 시위를 당기면서 화살이 가는 방향을 ‘화살대-화살촉-과녁’으로 조준이 잘 되었는지 한 눈에 보아야 한다. 여기에 마음으로 쏜다는 심사心射가 작용하여 마음과 눈이 줌손으로 이어진다. 이런 만작 상태에서 화살촉 ‘상사’ 부위가 줌손의 구부린 엄지손가락 첫마디와 닿는 느낌이 지촉知鏃인데 지촉을 하지 않으면 ‘눈감고 활쏘기 하는 짓’이라는 뜻이다.

◇ 활 쏠 때 대원군 난蘭 치듯 한다.
 활을 쏠 때 붓놀림과 같이 유연해야 하겠지만‘반드시 뜻을 정성스럽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의미로 흥선 대원군에게 난을 가르친 추사秋史 김정희가 한 다음 말에서 비롯한 것이다. ‘난을 그리는 것은 마땅히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해야 한다. 삐치는 잎 하나와 꽃 속의 점 하나도 마음을 살려 거리낌 없어야만 남에게 보일 수 있다.(중략)... 그만큼 엄정한 것이다. 비록 이것이 작은 기예技藝 이지만, 반드시 정성스럽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해야만 비로서 그 근본에 이를 수 있다.’

◇ 활은 뼈로 쏜다.
 활은 근육의 힘이 아니라 뼈의 힘으로 쏜다는 말. 우리 활의 모든 사법동작은 뼈를 주로 하고 근육은 뼈를 돕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니 뼈로 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문헌】
주동진, 김성일(2018). 활과 관련한 俗談과 名詞⋅慣用語 풀이 : 國弓 敎育
김 집(2018). 국궁교본 
김이수(2016). 전통 활쏘기의 풍속과 사풍에 대한 연구
김승용(2016). 우리말 절대지식
우리말속담교실(2009). 우리말속담 4500
정진명(2013). 한국의 활쏘기
국궁신문 밴드, 표준국어대사전, 네이버 어학사전, 다음 어학사전 

양희선(서울 화랑정)

국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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