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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이 꽃 피운 활-③

기사승인 21-05-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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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야 할 집터, 화살의 땅 다섯 가지(五箭地)

정조대왕이 꽃 피운 활-③
피해야 할 집터, 화살의 땅 다섯 가지(五箭地)
 
 풍석楓石 서유구徐有榘가 지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상택지相宅志」에는 “피해야 할 집터”로 ‘화살의 땅 다섯 가지’가 실려 있다. 좋은 집터를 고르는 풍수지리를 설명하면서 백성들이 이해가 쉽게 활쏘기를 비유로 든 것이 이채롭다. 풍석은 정조 때 초계문신 출신으로 전라관찰사, 이조판서, 대제학을 지냈으며 뛰어난 학문으로 정약용과 함께 정조의 신임을 받았다.
 
“집터를 정할 때는 다섯 가지 화살(箭)의 땅에는 거처하지 말라! 
 
 산봉우리 꼭대기와 고갯마루, 능선의 윗머리와 밭이랑의 두둑에서 큰 굴의 입구가 곧바로 바람의 문(風門)을 마주보고 있어서 급하게 부는 바람이 마치 거세게 날아가는 화살과 같다. 이것을 바람의 화살(風箭)이라고 부른다. 
 
 경사가 급한 시냇물이 거칠게 흘러가고, 바위에 걸려 있는 폭포수가 쏟아져 바위에 부딪혀 모래를 뒤흔들어 몰아간다. 그 소리가 우레 치는 듯하여 밤낮으로 쉬지 않는데 이것을 물의 화살(水箭)이라고 부른다. 
 
 딱딱하게 굳고 건조하며, 척박한 둔덕과 모래밭에는 초목도 자라지 않고 물과 샘이 없는데 단단한 철과 나쁜 주석과 같은 토질을 가져 독벌레와 개미들이 흩어졌다 모였다 하므로 썩은 땅과 같다. 이런 곳을 흙의 화살(土箭)이라 부른다.
 
 층층이 올라간 계곡과 첩첩이 쌓인 봉우리, 험준한 절벽과 깎아지른 바위, 날카로운 봉우리와 송곳 같은 묏부리가 칼날을 세워놓고 창끝을 모아놓았으며, 이를 드러내고 뼈를 드러내서 그 형상이 마치 탑과 같은데 이것을 바위의 화살(石箭)이라고 부른다. 
 
 긴 숲과 오래된 나무, 무성한 나무그늘과 우거진 수풀이 하늘을 덮고 해를 가리며, 겨우살이풀은 드리워지고 덩굴이 뻗어서 음산하고 싸늘하여 마치 폐허와 묘지 같다. 이것을 나무의 화살(木箭)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다섯 가지 화살의 땅은 그 기운이 거주하는 사람을 쏘아 죽이므로 모두가 거주할 수 없다. 집터를 정하는 요점은 주위의 자연이 집을 감싸 안아 기상이 밝고 깊으며, 형세가 넓고 부드러우며, 토양이 비옥하여 샘물은 달고 바위는 청수淸秀한 것이 최상의 땅이다. 그러니 천문지리天文地理에 하나하나 꼭 얽매일 필요는 없다. 
 
 『임원경제지』는 실학자 서유구가 지은 실용백과사전으로 농업, 제조업, 상업, 예술, 교양, 취미 등 각 분야별로 나누어 16부로 되어 있다. 그 중에「상택지」는 터잡기와 집짓기에 대한 글로서 15부에 실려 있다. 집터 잡는 법, 배산임수론, 풍속과 인심, 자연환경과 풍경, 집을 짓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피해야 할 집터로 ‘화살의 땅 다섯 가지’에 비유한 화살은‘활(弓)’과 ‘살’의 합성어로‘살’에는‘햇살’,‘물살’,‘몸살’등과 같이 기운을 뜻하는 말도 있다. 이 글에서는‘살煞’의 개념을 고려하여 ‘바람살(風箭), 물살(水箭), 흙살(土箭), 돌살(石箭), 나무살(木箭)’을 설명한 것으로 여겨진다. 평소 임원林園에 거처할 뜻을 품은 한량들은 상식으로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서유구는 정약용의 초계문신 일 년 후배이다. 두 사람의 비슷한 점은 초계문신 시절 활을 못쏘아 임금과 여러 신하들 앞에서 크게 망신당했으나 후에 이를 멋지게 극복한 사실이다. 다른 중요한 사실은 백성들의 실생활을 중시한 실학자로서 왕을 보필하며 역사적인 저서를 남긴 것이다. 대표적인 경세론 학자인 정약용도 “내가 쓴 목민심서는 반 구절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선 안된다.”고 서유구를 존중할 정도였다. 서유구는 특히 젊은 시절 정조 앞에서 활쏘기에 망신을 당한 후에 낙향하여 활쏘기에 대한 자세한 ‘사결謝訣’을 『임원경제지』13부 「유예지遊藝志」에 남겼다. 
 
〔참고문헌〕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지은이 서유구. 엮어옮김 안대희(2006). 산수간에 집을 짓고.   
 
양희선(서울 화랑정)

국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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