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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이 꽃 피운 활-④ 사예결해

기사승인 21-05-1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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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기의 요결 15조와 해설 5조

정조대왕이 꽃 피운 활-④
- 사예결해 射藝訣解 -

 

  사예결해는 정조 1년(1777)에 나온 우리나라 최초 전통 사법서다.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 2018년 발굴되었다. 선사 시대 이래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던 활쏘기 비법을 처음으로 글로 남긴 의미 깊은 궁술규범이다. 사예결해의 특징은 활쏘기 진수를 담은 짧은 사법서(A4용지 세 쪽 분량)란 점과, 약 250년 전의 사법이지만 오늘날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분량이 적다 보니 당시 활쏘기 풍습이나 활문화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 영·정조시대 최고의 명궁으로 소문난 웅천현감 이춘기(1737~?)의 활쏘기 구술口述을 문인 서영보가 채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후기의 대표적인 금수저 출신의 문인 서영보와 활쏘기로 입신 양명한 은수저 무인 이춘기의 문무 합작품이다. 사예결해는 서영보徐榮輔의 죽석관유집竹石館遺集에 실려있다. 사예결해 이후 정조 시대에 나온 사법서가 두 권 더 있는데, 따로 살펴볼 계획이다.

  사예결해를 채록할 당시 서영보는 19살이고 이춘기는 41세였다. 당시 이춘기는 조선 최고의 명궁으로서, 활솜씨가 절정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그는 뛰어난 활솜씨로 무과에 두 번이나 장원급제했다. 1756년(영조 32) 20세로 무과에 장원급제했고, 영조가 등극 50주년(1774년)을 기념하여 실시한 특별과거인 등준시登俊試에서 무과 장원을 차지했다. 활솜씨를 인정받은 그는 왕의 최근접 호위무사단 별군직으로 활동했다. 오늘날 청와대 경호실 직원쯤 될 것이다. 웅천현감 이후 종 1품 숭록대부까지 올라 주로 병조의 당상군관으로 재직하였다. 사예결해는 활쏘기 자세와 방법에 대해 집약하여 서술하였다. 국역본은 「한국고전번역원」본이 있으나, 우리에게 잘 알려진 조영석(광주 무등정) 명궁名弓의 시각에서 바라본 해석을 실었다.

 
▲이춘기 초상

 

  ■ 사예결해 射藝訣解
【원문】李熊川春琦 精於射藝 世無其對 余嘗叩之以法 春琦曰 射豈有他道哉 順其勢而已 又曰 射者男子之事 而所以殺賊之具 務要豪壯 余歎其言之合於道也 遂書其所聞 作五解十五訣

  웅천현감 이춘기는 활쏘기에 뛰어나 세상에 그와 대적할 사람이 없었다. 내가 일찍이 활 쏘는 법에 대해 물었는데 이춘기가 말하기를 ‘활쏘기에 어찌 다른 특별한 방법이 있겠는가? 그 기세를 따를 뿐이다’하였다. 또한 ‘활쏘기는 남자의 일로서 적을 죽이는 도구이니, 호기롭게 씩씩하게 해야 한다’하였다. 나는 도에 합당한 그의 말에 탄복하여,  마침내 그에게 들은 바를 기록하여 ‘해설 5조와 요결 15조’를 지었다.

 

 요결要訣 15조


 01. 足(족-발)
【원문】足 非八非丁 偏任前足(비정비팔 편임전족)
 발디딤 틀을 팔자八字나 정자丁字로 딛고 서지 않고, 앞발로 디딤틀을 이끌어 간다.

 02. 身(신-몸통)
【원문】身 胸虗腹實 左腋豁如(흉허복실 좌액활여)
 활을 펼칠 때 가슴에 힘을 싣지 않고 배에다 힘을 모아서 활을 다루고 왼쪽 겨드랑이는 넓 혀준다.

03. 面(면-얼굴)
【원문】面 對鵠頤深 若啣衣領(대곡이심 약함의령)
 얼굴은 과녁을 상대하고 턱을 깊이 당겨서 입으로 옷깃을 물 듯한다.

04. 腦(뇌-머리)
【원문】腦 如䧺鷄鳴 决時伸拔(여웅계명 결시신발)
 마치 장닭이 우는 형세와 발시 때(가슴이 펴지고 양 어깨가 내려앉아) 머리를 뽑아보이게 되는 형세와 같다.

05. 左手(좌수-왼손/줌손)
【원문】左手 背覆向內 拇肚直托(배복향내 무두직탁)
 왼손은 손등을 안쪽으로 엎고 엄지의 볼록한 부분(반바닥)으로 줌통을 곧게 민다.

06. 右手(우수-오른손/깍지손)
【원문】右手 手背向西 勢成三節(수배향서 세성삼절)
 오른손의 손등을 서쪽을 향하고 깍지손의 손가락 세 마디가 굽어 주먹을 쥔 형세처럼 보이도록 한다.

07. 左臂(좌비-왼팔)
【원문】左臂 專要向內 前縮後伸
(전요향내 전축후신)
 왼쪽 팔은 오로지 몸으로 물체를 품듯이 안으로 향하게 하며 먼저 활을 들어 올려가면서 웅크렸던 팔은 시위를 당겨가면서 서서히 펴 나간다.

08. 右臂(우비-오른팔)
【원문】右臂 引而伸長 回肘指背(인이신장 회주지배)
 오른 팔은 시위를 당겨서 길게 늘이고 만작 무렵 팔꿈치를 등쪽으로 향하게 돌린다.

09. 左肩(좌견-줌손어깨)
【원문】左肩 低而微覆 直注弓弣(저이미복 직주궁부)
 (활을 펼칠 때) 왼쪽 어깨는 낮춰서 약간 엎어주고 활 줌통을 똑바로 받친다.

10. 右肩(우견-깍지손 어깨)
【원문】右肩 恰好內向 切忌外偃(흡호내향 절기외언)
 오른 쪽 어깨는 가슴을 오므린 듯 안쪽으로 향하는 것이 좋으며 어깨가 등쪽으로 젖혀진 듯 하고 팔꿈치가 아래로 쳐져서 눕혀지는 형세는 절대로 피한다.

11. 握弓(악궁-줌통쥐기)
【원문】握弓 都不計較 自鬆而緊(도불계교 자송이긴)
 줌을 쥘 때 줌손이 계교를 부리지 말아야 하며 느슨하게 쥐고 점차 조여간다.

12. 架箭(가전-살메기기)
【원문】架箭 加右食指 勢如架椽(가우식지 세여가연)
 시위에 메겨놓은 오늬를 오른손(깍지손) 식지로 걸어 감싸면 그 형세가 기울어진 지붕의  서까래와 같다.

13. 引(인-당기기)
【원문】引 擧手高拽 回肘滿彎(거수고예 회주만만)
 양손을 높이 올려서 시위를 당기는데 팔꿈치를 등 뒤로 돌려 활이 충분히 휘게 당긴다.

14. 審(심-겨누기)
【원문】審 前托後引 將軀入的(전탁후인 장구입적)
 줌을 앞으로 밀고 시위를 뒤로 당기다 보면 몸은 활과 일체가 되어 과녁을 향한다.

15. 결(결-발시)
【원문】决 如拗澣衣 氣息要入(여요한의 기식요입)
 시위를 당기면서 마치 빨래를 짜듯 양손을 비틀고 기운과 숨을 들이쉰다.


▲사예결해 원문 일부

 

해설 5조
 

01. 握弓(악궁-줌통쥐기)
【원문】握弓 須直就把握 勿爲他計較 要長指第三節 向上指天 拇食兩指間虎口 直當弓弣 以拇肚托弓弣 則矢去不揚 以長小無名三指 伸長緊握 則矢力及遠

 활(줌)을 잡는 것은 모름지기 바로잡는 것을 따르며 달리 여러 형식의 계교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줌 쥐는 것에서 중요한 것은 장지의 셋째 마디가 위로 하늘을 향해 가르키게 하면서 엄지와 식지 사이의 호구虎口로 직접 줌통을 잡고 엄지의 볼록한 부분으로 활의 줌통을 밀면 시위를 떠난 화살이 흐트러져 날리지 않는다. 장지, 소지, 무명지 세 손가락을 길게 늘여 단단하게 잡으면 시위를 떠난 화살의 힘이 좋아 멀리까지 간다.


02. 가전(가전-화살 메기기)
【원문】架箭 以矢括加於右手食指上而後高前低 狀如屋椽 引之之時 兩手齊擧 其高無下於耳上 -手高擧則左肩低而軆勢正矣 乃以肘力引之 切忌弦勢向下 亦勿指力拽開 旣滿引彌 以右肘漸引回指背後 盖引弓 務要遠引 引滿然後 經所謂審固之旨 可以論矣



 [참고문헌]

김기훈〔사법고전연구소. (전통활쏘기연구. 2021. 창간호)〕. 사예결해의 작성 배경  
조영석〔광주 무등정. (전통활쏘기연구. 2021. 창간호)〕. 사예결해(射藝訣解) 국역
국궁신문〔사예결해의 이해와 활용 (2018.11.03.일자)〕
서영보 지음. 허 벽 옮김. 죽석관유집(제7책). 한국고전번역원 발행(2017)

 화살을 메길 때 오늬를 오른손 식지 위에 놓는데 뒤는 높고 앞은 낮아서 지붕의 서까래와 같다. 활을 당길 때 줌손과 깍지손의 위치는 양손을 가지런히 올려서 그 높이가 귀 위쪽보다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 손을 높이 들면 왼쪽 어깨가 낮아져서 몸의 자세가 바르게 된다. -  활 당길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팔꿈치의 힘으로 시위를 당기되 깍지손과 함께 시위가 아래쪽으로 향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또한 손가락 힘으로 시위를 끌면서 활채를 열어도 안된다. 활을 넉넉히 휘게 당기기를 계속하면서 오른쪽 팔꿈치가 등 뒤로 점점 돌아가게 한다. 대개 활을 당기는 것은 멀리 당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당기기를 다한 연후에야 경經에서 말한 심고審固의 의미를 논 할 수 있다.

 

03. 引(인–당기기)

【원문】引 滿之後 右肘漸回 左臂漸拗 肘肩齊覆平直遠托 而其勢務向內 則弓身自橫 如鴈啣蘆狀 手臂身肩齊力湊弓 更不得低仰翻覆 又以拇肚與虎口彌彌直托 直托者 不高不低之謂也 葢中的之妙 在於虎口 此是射法玄妙處

 시위를 다 당겨서 만작한 뒤에는 오른쪽 팔꿈치를 등 뒤로 점차 돌리며, 왼쪽 팔을 안쪽으로 점차 비틀어 세워서 팔꿈치와 어깨를 함께 낮춰 수평으로 유지시켜 줌통을 똑바로 멀리 민다. 이런 형세에서 양어깨가 안으로 모아지면 만작되어 열려있는 활의 몸체가 세로로 서있는 몸통에 가로로 놓인 모양이 되어 마치 기러기가 갈대를 물고 있는 형상이 된다. 이와 같으면 손과 팔과 몸 그리고 어깨에서 품어내는 힘이 똑같이 활로 모아지니 다시 높이거나 낮추려고 번복할 것이 없다. 엄지의 바탕과 호구를 함께 써서 줌을 쥐고 점점 똑바로 밀어준다. 똑바로 민다는 것은 높게 줌통의 윗부분을 밀거나 낮게 줌통의 밑부분을 밀지 않는 것을 말한다. 대개 표적을 맞추는 묘리는 호구의 쓰임에 있으며 이것이 바로 사법의 현묘한 부분이다.


04. 審(심-겨누기)
【원문】審者 卽論語持弓矢審固也 戚南塘繼光釋此義曰 審者非審之於引滿之前 乃審之於引滿之後也 此言甚善 葢手足身面 操弓架矢 莫不有當然之勢 當然之勢 卽上十五訣 引滿之後 必加審焉 使諸件當然之勢 凝定湊聚者 乃所謂審也 前要托後要引 將自己一身 入弓裏以向的

 

 심을 풀어 말하자면 “지궁시심고持弓矢審固’의 심審이다. 남당南塘 척계광戚繼光 – (1528~1587). - 명나라의 이름난 장수로 왜구를 물리치는 데 큰 전공을 세운 인물이며, 남당은 그의 호이다. 《기효신서》등의 저서가 있다. - 이 이 뜻을 풀이하여 말하기를“심자는 시위를 당기거나 만작하기 전에 활 당길 것에 대한 행위를 미리 자세히 살펴서 바로 하는 것이 아니라 활을 당겨가면서 살피고 다 당겨 만작 후 만작까지 잘 이루어졌는지 살펴서 바르게 하는 것이다.”하였다. 이 말이 참 좋다. 대개 손, 발, 몸, 얼굴 그리고 쏠 활에 화살을 메기는 것까지 모두 마땅히 실행해야 할 형세가 있다. 여기에서 당연히 실행해야 할 형세들은 십오결이다. 만작에 이르기까지 다 당긴 후 여기에 반드시 살펴서 바르게 하며 여러 가지 당연히 실행해야 하는 형세들이 몸에 배어 고정되고 본인의 활쏘기로 모아지면, 이른바 이것이 심審의 경지境地다. 심이 이뤄지면 앞으로 밀고 뒤로 당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된다. 그러면 온몸이 활로 쏠려 활과 몸이 일체가 되면서 표적을 향하게 된다.



05. 決(결-발시)

【원문】旣審之矣 乃可言决 諺曰 中不中在决 譬如千里行龍 到頭只 爭一穴 假使自立至審 無一不合於法 决之之時 一有縱弛 則矢 之去的也遠矣 故曰如拗澣衣 盖澣衣者 將前手拗向內 將後手引向後 射者要如此狀 前手撇而後手絶 將箭腰如將絶之 則胸乳展開 而左臂左肩 撑亘於前後手之間 而右手自脫儘洞快 豪遠聲䧺 遠有音折 决之之時 氣息要入 凡人出息則身仰 入息則身俯 以入息决之則左腋豁如 身入於弓而向的也正矣

 형세를 살펴서 잘 가다듬고 바르게 만작 하였다면 이제 시위를 놓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속담에 “적중하고 적중하지 않는 것은 시위를 놓는 것에 달려 있다.”한다. 비유하건데  천리에 뻗친 큰 산맥의 흐름에서 끝내는 단지 한 혈처穴處를 찾기 위함이며 그 혈처를 비켜나가지 않도록 따지는 것과 같다. 가령 사대에 서는 것부터 만작에 이르기까지 자세를 바르게 하여 한 가지라도 법도에 합치되지 않는 것이 없다 하여도 당긴 것을 놓을 때 단 한번 법도에서 어긋나 풀어지면 화살이 표적에서 멀어질 것이다. 말하기를 시위를 당겨놓은 양손의 형세가 “빨래를 짠 듯하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 하는 것은, 대개 빨래를 하는 앞손으로 옷을 잡아 안쪽으로 비틀고 뒷손은 비틀린 빨래를 뒤로 당기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활쏘는 것도 시위를 당겨놓은 양손의 형세가 이런 모양처럼 되는 것이 중요하며 이후 앞손은 밀치듯이 뿌리고 뒷손은 뒤로 끊는 듯이 발시를 한다. 앞손으로 빨래 짜듯 하면서 시위를 당기면 화살의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이 되며, 곧 앞가슴이 펴지면서 만작이 되면 그 영향으로 줌손쪽 왼쪽 팔과 왼쪽 어깨가 앞(줌)손과 뒷(깍지)손 사이에서 탱탱하게 버텨줘서 그로 인해 발시 때 오른손이 저절로 시위를 벗어나면서 깍지 빠지는 것이 통쾌하고, 시원스런 소리가 우렁차서 그 소리가 멀리까지 끝이 없다. 당긴 것을 놓을 때 숨을 들이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무릇 사람들이 숨을 내쉬면 몸이 들려지며 반대로 숨을 들이쉬면 몸이 구부러지는데, 숨을 들이쉬면서 발시를 하면 왼쪽 겨드랑이가 넓혀지며, 몸과 활이 일체가 되어 쏜살은 과녁을 향하는 것이 바르게 된다.

양희선(서울 화랑정)

국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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