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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터의 청년들

기사승인 21-09-0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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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계승하는 세대가 어우러지는 활터

전통을 계승하는 세대가 어우러지는 활터
 
 활에 관심을 가지고 활터를 찾는 많은 청년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걷 돌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다음 세대에 활터를 이끌고 나갈 재목들이다. 이들이 활터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는 활터의 기성세대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교 문화에서 비롯된 보수적인 활터 분위기와 MZ세대 청년들 간의 세대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원만한 소통을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활터의 기성세대가 청년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청년들이 기성세대를 보는 눈은 어떤지를 살펴보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활쏘기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청년들을 품을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선대 한량들은 후진들에게 활쏘기 전통계승의 뜻을 천명하고, 이를 실천 했다. 전주 천양정에는 “소선계후紹先啓後 선인을 잇고 후생을 계도한다.”(계도 : 다른 사람을 일깨운다) 라는 현판이 있다. 오늘의 천양정이 있게 한 선대의 정신을 볼 수 있다. 지금도 대한 궁도협회를 비롯하여 여러 뜻있는 활터와 단체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활쏘기를 가르치고,  대회를 주선하는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교육에 힘쓰고 있어 희망이 있다. 
 
 한편, 젊은 세대를 받아 들이는 활터의 평균연령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높은 편이다. (게이트 볼, 파크 골프 등 보다야 낮겠지만) 기성세대는 활쏘기 전통을 계승하며, 개량궁을 개발하여 활쏘기를 대중화 시켰고, 활쏘기를 전국체전에 포함, 양궁을 세계 일류로 키우는 토대 마련, 활쏘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받는 등 국민 스포츠로 가꾸었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며‘라 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라며 목에 힘을 주면 ‘꼰대’가 되는 일은 쉬운 일이다. 
 
 기성세대들은 활터의 청년들을 보며 “학생이 공부나 열심히 하지 활 쏠 시간이 있나?  취업준비는 언제 할려고 활터에서 빈둥거리나. 직장생활은 열심히 하나 모르겠네.”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고 부인하지 못한다. 청년들의 앞날을 염려해서 좋은 뜻이 있다 할지라도, 그들은 거부의 뜻으로 받아 들인다. 이런 배타적인 분위기 때문에 활터를 떠나면, 그 시간에 공부에 몰두하기 보다는 그들이 좋아하는 다른 스포츠를 찾게 되고, 활을 쏘더라도 지방 자치단체나 개인이 운영하는 개방형 활터를 찾아 쿨하게 돈을 내고 활을 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한다.
 
전주 천양정 선생헌 편액-소선계후
〔紹先啓後/목판에 새김/35×139cm/1935〕
 
 MZ세대(Millennial Z genneration) 청년층은 인터넷, 휴대폰 등 디지털 환경에 친숙하다. 이들은 변화에 유연하고 새롭고 이색적인 것을 추구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돈이나 시간을 아끼지 않는 특징이 있다. 재미(fun), 가치(value), 비일관성(inconsistency), 표현(expression) 등을 추구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들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은 오산이다. 아날로그 세대인 우리에게 수월한 일이 디지털 세대인 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될 수 있고, 우리에게 어려운 일이 그들에게는 쉬운 일이 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학업과 취업 준비에 바쁜 시기지만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 세대로서는 개성있는 전통 스포츠인 활을 배우고자 활터를 찾거나, 동아리에 가입한다. 의욕을 가지고 활터를 찾은 청년들은, 그들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한량들과 이 모양 저 모양의 갈등을 겪으며 활터와 멀어진다. 젊은 세대들의 자유분방한 행동이 기성세대들에게는 못마땅하고, 심지어 무례하게 비치기도 한다. 청년들은 전통적으로 모든 한량들의 기본 덕목인 선례후궁先禮後弓의 뜻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록 이런 환경이라 하더라도 청년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19세의 청년이 올림픽 양궁 금메달 2관왕이 되고, 20세의 여리디 여린 처녀가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결정 짓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뛰지 않는 강심장을 지닌 여무사였던 사실이다. 동경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딴 양궁선수 얘기다. 청년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관심이 필요하다. 
 
 청년들은 활쏘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들의 바램은 무엇일까?
「전통활쏘기 연구 창간호(2021. 4)」에 실린 논문 “청년층의 국궁 사용자 경험 조사(이용성. 서울 관악정)”에는 기성세대들이 문화적 거리감을 느낄만한 솔직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전통 스포츠로서 활에 매력을 느끼고 있고,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활터 가입과 활동이 저조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 조사결과를 요약해 본다. 응답 비율이 높은 내용부터 나열한다.
 
1. 활쏘기를 시작한 동기는?
 ⮗ 전통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 새로운 운동(스포츠)을 배우고 싶어서
 ⮗ 만화, 영화, 게임 등 미디어에서 보여진 활쏘기에 매력을 느껴서
 
2. 활터에서 145m 활쏘기를 경험해 보았는지?
 ⮗ 이용 경험이 없음. 이유는 비용 부담〉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서    
 ⮗ 경험이 있고, 활터 소속 없이 개방형 활터(석호정, 천마정, 난지국궁장 등)를 이용함
 
3. 기존 활터에 입정하지 않는 이유는?
 ⮗ 동등한 회원임에도 불구하고 젊다는 이유로 각종 허드렛일과 행사 참석을 강요 받음. 꼰대 문화가 심하고 잡일과 노동을 강요함
 ⮗ 사법이나 복장 등으로 나름대로 개성 있게 전통 추구를 표현하는 모습에 대해 기성회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반감을 나타냄
 ⮗ 활터의 폐쇄적인 분위기로 인해 회원들과 쉽게 융화되지 못함. 폐쇄적이고 불합리한 부분을 ‘정신’, ‘예절’로 포장하여 정당화 시킴
 ⮗ 입회비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모름
 ⮗ 기존 사용자들이 신규 사용자의 유입을 반기지 않는 배타적인 느낌을 받음. 분위기가 딱딱함
 ⮗ 온깍지/ 반깍지 등 사법논쟁이 국궁 발전을 가로막고 입문 장벽을 높인다고 생각함
 ⮗ 정간 배례 등 활터 특유의 문화에 대해 의구심이 많음
 ⮗ 모든 활터는 시립, 국공립 등 개방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함
 
 ※ 자치적인 성격의 클럽 문화에 익숙한 기존 활터 이용자와 서비스를 거래한다는 개념이 강한 신규 이용자의 세대간 충돌을 볼 수 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회비를 지불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포츠 시설, 예컨대 짐(Gym)이나 필라테스, 요가, 주짓수 도장 등이 각광받고 있다. 해당 시설은 스타일리쉬한 디자인, 합리적·체계적 교육을 통한 성장, 쿨(Cool)한 인간관계를 앞세워 전통, 현대 스포츠를 가리지 않고 가장 많이 보급되어 있다. 이러한 스포츠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활터에서 말하는 ‘이용자가 곧 운영 주체’인 점이 중요한 권리이자 의무로 다가오기 보다는, 불합리함과 강요로 비추어질 수 있다.
 
4. 활쏘기에 입문하면서 불편하거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 다양한 경기방식을 원함
  ○ 단거리, 중거리 경기 방식 도입 요망
  ○ 좌사, 배사 등 다양한 종목을 허용하면 경기가 다채롭고 재미있어 질 것임
 ⮗ 복장과 궁시 등에 개선이 필요함
  ○ 전통을 존중하는 뜻으로 한복을 입었다가 되려 부정적인 눈총을 받음. 
   “꼴값을 떤다.”라고 하더라.
  ○ 세련된 궁시 악세사리(활가방 등)가 필요
  ○ 현용 대한궁도협회 대회 복장은 너무 촌스럽다. 
   - 대회 복장의 전통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 대회 복장은 시대 변화에 맞게 단정하고 안전을 충족하는 자유복장이면 충분하다.
   - 대회 복장을 한국적인 색채가 더 강한 모습으로 바꿔야 한다. 한복, 동개일습 등
  ○ 공인제도에 의한 가격제한 때문에 제품간 다양성이 떨어진다.
  ○ 활 도구를 판매하는 전문 매장이 있으면 좋겠다.
 ⮗ 활터 이용 관련
  ○ 활터 이용시간을 정확하게 알려주거나 각종 대회 정보를 안내하는 온라인 서비스 필요
  ○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더 많은 활터가 생겼으면 좋겠다.
  ○ 개방 시간과 개방 대상이 더 다양 했으면 좋겠다.
  ○ 일몰 후 야간이용이 가능한 활터가 더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 교육 관련
  ○ 입문 교육 프로그램이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 교육 교안, 교본의 통일된 체계가 부족하다.
  ○ 각 활터마다 사범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다 보니 교육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다. 
 
 〿 논문 결론
 ‘활터가 공립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활터는 국유지 위에서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왜 특정 동호회가 점유하고 운영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요지다. 활터 운영의 특징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이런 오해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청년궁사 다수가 개방형 활터를 선호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모든 활터에서는 기존 사용자뿐만 아니라 세대가 어우러져서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지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하여 함께 고민해야 한다. 
 
 마무리
 위 글에서 본 MZ세대들의 솔직한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청년들의 시대가 오고 있는데 활터는 변하지 않고,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스스로 고립의 길로 걷게된다. 청년들로부터 외면 받는 활쏘기는 어느 날엔 가는 자신도 모르게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활쏘기를 즐기는 것은 우리 선대들이 계승해온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듯이, 우리 또한 후세들이 활쏘기를 즐기며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활터를 찾는 청년들을 품고 함께 활을 즐기는 사풍을 확산시켜 나가야 하겠다. 그래야 병역, 취업 등 그들이 자립할 때까지 불가피하게 활과 단절되는 기간을 줄이고, 사회 여러 분야에 뿌리내린 젊은이들로 인해 활터의 미래가 밝아진다. 
 
 회비 부담을 줄여주는 청년 회원제 도입,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 근거리 습사 확대, 대회에 청년부 신설, 전국 어느 활터에서나 청년들이 마음 편하게 활을 낼 수 있는 여건 조성 등 기존 한량들이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전통을 이어가면서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그들이 기성세대를 ‘아재’라고 부를 정도라면, 세대가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될 것이다.
양희선(서울 화랑정)

국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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