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활 이야기> 개정판이 나왔다. 초판을 찍은 1996년 이후 17년만의 일이다.

<우리 활 이야기>가 우리 활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여러 가지이다. 먼저 이 책은 1929년 조선궁술연구회가 펴낸 <조선의 궁술> 이후, 최초로 시중 서점에서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책이었다는 점이다. 활쏘기는 옛날에는 무기로서 중요했지만, 근대로 접어들면서 스포츠로 전환되었고, 해방 후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동호인 수가 줄어서 현재 불과 1만명 정도 선을 유지하는 상태이다. 이 상황에서 활 전문서가 팔리는 시장을 형성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바로 이 점이 활쏘기 책이 시판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

실제로 1929년의 <조선의 궁술> 출간 이후 이렇다 할 책이 시중에 나온지 못한 채로 67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고, 1996년에 <우리 활 이야기>가 나옴으로써 비로소 우리 활이 글로 재조명 되기에 이르렀다. 누군가 궁금증이 일고 필요해서 찾을 때 시중 서점에서 언제든지 구해볼 수 있다는 것은,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과 비교하면 대단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시판 서적이라는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우리 활 이야기>는 비록 작은 책이지만, 이런 의미가 담긴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이 출판된 후의 상황은, 책이 나오기 전의 예상과 많이 달랐다. 책이 나온 이후 1년만에 초판이 다 팔리고 재판을 찍은 것이다. 이것은 국궁인들보다는 우리의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이 사본 데서 생긴 뜻밖의 결과이다. 활은 전통문화로서 끈질긴 힘과 강한 생명력을 지닌 분야로 자리잡은 것이다. 또 이 책을 읽어본 몇몇 국궁인들에게는 입문교재로 손색이 없는 내용을 갖추었다. 그렇기에 세월이 지나고 국궁과 관련된 책들이 적잖이 나왔는데도, 꾸준히 팔려 마침내 개정판을 내기에 이른 것이다.

어느 분야든 그 분야를 대표하는 책이 처음으로 나온 경우에 생기는 문제는, 자료의 빈곤이다.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채로 썼기 때문에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과 설명이 불충분한 부분이 생긴다. 이 책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참고할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글을 쓴 책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전통문화로서 활을 설명하는 부분은 상당한 성과를 보였지만, 집궁 초보자가 겪어야 하는 사법의 혼란은 큰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래서 이번 개정판에서는 사법 부분에 큰 손질을 가했다. 이 책의 초판 이후 지은이가 활쏘기 수련을 그치지 않고 전국의 수많은 노사와 숙무들을 만나면서 얻은 결과를 <온깍지 사법>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하여 실은 것이다.

<온깍지 사법>은 <조선의 궁술> 속 사법을 시간차로 풀어서 설명한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 활터에서는 보기 힘든 사법이어서, 그 사법을 보존하는 모임인 <온깍지궁사회>가 출범하기도 했다. 그래서 <온깍지 사법>에는 이런 활동의 과정도 담겨있고, 따라서 우리 올바른 전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그러므로 요즘 보기 힘든 전통 사법의 멋지고 우아한 궁체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사법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져, 올바른 전통을 찾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나침반 노릇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책은 활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읽어도 술술술 읽힐 만큼 문장도 편안하여 국궁 안내서로는 손색이 없다. 이 책은 처음 나올 때 안내서가 없는 국궁계에 입문서로 쓰였듯이, 앞으로도 국궁인을 위한 입문서와 일반인을 위한 활 안내서로 쓰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지은이는 이 책을 처음 낸 후, 뒤이어 활에 관한 중요한 책을 몇 권 더 냈다. 물론 이것들도 대부분 시중에서 구할 수 있다.

정진명, 한국의 활쏘기, 학민사, 1999
정진명, 이야기 활 풍속사, 학민사, 2000
정진명, 활에게 길을 묻다, 고두미, 2005
정진명, 활쏘기의 나침반, 학민사, 2010

활쏘기는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예이다. 전통무예라고 해야 씨름, 태껸, 활쏘기가 전부인데, 씨름은 프로화되어 제도권으로 흡수되었고, 태껸은 도장의 형태로 상업화된 데다가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재되기까지 해서, 둘 다 명맥이 끊길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활쏘기만은 쇠퇴일로를 거듭하여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활쏘기를 대중에게 알리는 일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활쏘기 입문서인 <우리 활 이야기>는 지금까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개정판을 내는 뜻이 더욱 깊고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