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터키 활문화!

터키 이스탄불의 활쏘기 유물

정선우(동국대학교 정외과 1학년)

2013년 6월 8일부터 18일까지 10일간 터키 이스탄불을 여행하던 중에 활쏘기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터키의 활쏘기는 일상생활 속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고, 박물관에 가야만 찾아 볼 수 있는 유물이 되었습니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많은 활쏘기 유물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터키 군사 박물관이었습니다. 주로 오스만 제국이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킬 무렵부터 일차 세계대전 무렵까지의 군사유물들을 보관하는 박물관이었습니다. 무기와 갑옷, 근대 터키군의 복제와 각종 화기들이 주된 전시품이었습니다.

<근대화 이전 오스만제국군의 화기>

<근대화 이후 터키군의 화기>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들 중에서 활과 관련된 유물들을 살펴보았는데, 이상하게도 활과 관련된 유물은 전체 소장품의 양에 비해서 극소수였습니다. 이건 아마도 오스만제국이 동로마제국을 멸망시키고 동지중해 지역의 패권을 쥐게 된 시점에서 이미 총포 등의 화기류를 다수 운용하던 중이었고, 그 때문에 병기로써 활의 중요성이 많이 퇴색한 상태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톱카피 궁전에 소장된 활 관련 유물의 전부>

이건 오스만 제국의 고궁인 톱카피 궁전에 소장된 역대 오스만제국 황제들의 무구들에서도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황제들이 사용했던 무기의 대다수가 고급 도검류나 화려하게 장식된 총기류에 국한되고, 활에 관련된 유물은 매우 소수에 불과 했습니다.

아마도 터키에선 활이 무기로서의 효용을 잃은 후 스포츠로서도 주목받지 못해 점점 쇠퇴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톱카피 궁전의 활 관련 유물들은 황제가 쓰던 것이기 때문에 화려했습니다. 활은 세 장이었는데, 모두 금으로 입혀놓았습니다. 가운데 것은 특이하게도 파란 색을 칠해놓았습니다.

동개는 황금으로 무늬를 넣은 화려한 것이었습니다. 화살은 나무로 만들었는데, 촉 부분을 색실로 칭칭 동여 놓았습니다. 금실로 동여 놓은 것도 있었습니다. 가운데 사진의 것은 깍지들입니다. 가죽으로 된 것도 있었습니다. 그 앞의 긴 띠는 팔에 감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팔찌 같은 것입니다.

다시 군사박물관의 소장품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위의 사진 세 장은 오스만 족이 큰 세력을 이루기 이전 유목생활을 하던 시절의 활을 재현한 것입니다. 재현해 놓은 것으로, 겉은 천으로 감아놓았습니다.

이 사진들은 1590년대에 사용되던 활과 화살의 모습입니다. 화살대로 쓰인 재료는 대나무도 있고, 나무도 있는데, 대나무보다는 나무가 더 많았습니다.

[1]

[2]

[3]

[4]

[5]

위 다섯 장의 사진은 각기 다른 시대의 활들입니다. [1]은 유목생활을 하던 시절의 활, [2]는 1601년, [3]은 1715년, [4]는 1843년의 물건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조금씩 작아지고 색상이 화려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5]는 현대에 와서 재현한 활입니다.

이 물건들은 18세기에서 19세기에 사용하던 과녁들입니다.

18세기에 사용하던 깍지입니다. 박물관을 통틀어 하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19세기의 활을 해체해 놓은 사진입니다.

마찬가지로 19세기에 사용하던 시위 만드는 틀입니다.

18세기에 사용하던 동개입니다. 겉은 가죽인데, 속에는 빨간 천으로 댔습니다.

19세기에 사용하던 전통들입니다. 모양이 다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세기 사용하던 쇠뇌의 시위를 당기던 장치입니다.

 

우는살입니다. 구멍이 하나 뚫려있었고 크기는 검지의 첫 마디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건 오스만제국 말기의 유명한 장군이었던 엔베르 파샤의 활이라는 설명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얇은 금속판을 여러 겹 겹쳐 만든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유물이 있는 걸로 보건대, 20세기 초만 해도 활을 쏘는 문화가 터키에 남아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상으로 터키 군사 박물관에 소장된 활 관련 유물은 끝입니다. 이제 터키 고고학 박물관에 소장된 헬레니즘시대의 석관의 사진을 보겠습니다.

이 석관은 오스만 제국 시절, 지금은 레바논의 영토인 시돈이라는 유적지에서 발굴된 많은 수의 석관 중 하나입니다. 석관의 표면에 알렉산더 대왕의 모습이 새겨져 있어 알렉산더 대왕의 관이라고 여겨져 왔지만, 현재 밝혀진 바로는 알렉산더 대왕이 묻힌 관인 것은 아니고, 그가 사망 후 왕이 된 그의 후계자중 한명이 알렉산더 대왕을 기리는 의미에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석관은 사람 키만한 높이에 4~5미터의 너비로,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석관 전체에는 알렉산더 대왕과 부하들이 전투를 치르는 모습이 부조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잘 보면, 지금은 창이 없어진 듯하지만, 동물의 몸에 창이 꽂힌 자국이 실제로 남아있고, 또 흘린 피도 표현되어 있는 등 매우 정교한 조각들입니다.

  

그런데 인물 중의 일부가 아무리 봐도 활 쏘는 동작인 게 분명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서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일부는 활이 없어지지 않은 인물도 있습니다. 이상으로 이스탄불에 남아있는 터키의 활쏘기 문화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국궁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