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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초기 군용 선고자 활 제작후기
태조 이성계의 어궁을 만들다.
기사입력 2014-02-26 오전 8:56:00 | 최종수정 2019-07-11 오전 8:56:29   

조선초기 군용 선고자 활 제작후기
태조 이성계의 어궁을 만들다.

활쏘기의 전통이 수 천년을 헤아리는 우리나라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활은 모두 민간에서 사용한 습사용 평궁만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튼튼하고 위협적인 선고자는 납작한 평고자로 대체되었고, 선명한 3자를 그리던 활의 측면은 줌과 한오금의 거리가 가까워졌으며 넓은 활채를 가지고 있던 우리활의 정면 모습은 폭의 변화가 거의 없이 일직한 막대기 같은 모양으로 변했습니다.

활과 전쟁에 관한 옛기록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당대에 사용된 장비를 이용해 검증해야 함이 마땅한데, 현재는 이런 활이 전해지지 않으니 옛 활장비나 성능, 특성등을 가늠하기에 난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전통적인 동개시복을 복원해 만들어도 체간의 폭이 좁은 요즘 활들은 궁대 안에서 잘 고정되지 못하고 덜렁거리며 놀게 되는데, 궁대의 형태를 잘 살펴보면 선고자에 체간이 넓은 활에 꼭 맞도록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존에 각궁을 제작하는 궁장님들이나 개량궁 업체에서 선고자 활을 만들어 준다면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되겠지만, 어디에서도 옛 선고자 활을 그대로 재현하는 곳이 없다보니 비록 전통적인 방법과 재료, 기법으로 만들지는 않더라도 그 모양과 특징만이라도 재현해 본다면 단편적이나마 옛 활의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선고자 활의 경우 이미 서태식 접장님께서 태극궁과 협업으로 제작을 한 바 있고, 필자도 그 활을 사용중이며 이번 제작 역시 많은 조언과 앞선 경험을 들려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넓은 체간이 문제였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가 선택한 것은 초창기 개량궁 업체이자 현재는 양궁 제조에 주력하고 있는 삼익스포츠 활입니다.

삼익활에서는 여전히 초창기 개량궁을 'SKB50 리커브 보우'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수출하고 있으며, 이 활은 개발 당시 우리 옛 각궁의 형태를 참고해 만들어져 3.5Cm라는 넓은 체간을 가지고 있고, 이는 우리 옛 활의 한오금 폭 기록과도 부합합니다.

마치 우리 각궁의 뿔처럼 얇은 측면 두께를 가진 이 활을 일종의 '각(뿔)'이라 생각하고 형태를 수정하고 살을 덧붙이면 옛 활의 형태를 재현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얻고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재현의 대상이 된 활은 태조 이성계의 어궁으로 알려진 유물로 현재는 사진만 전해지고 있으며 아마도 북한에 소장되어 있을 것으로 알려진 활입니다.

사진에서도 넓은 체간과 간소한 줌, 각이 선명하게 꺾인 고자와 마치 창이나 칼날 끝을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고자끝이 인상적인 강인해 보이는 활입니다. 사실 이 활과 똑같은 형식을 가진 활이 한장 더 있는데, 프랑스 Crepy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활입니다.

이 두활은 서로 쌍동이 처럼 닮아있는데, 이 사진들과 동래성 해자 발굴 활에 대한 조사 보고서의 내용, 우리 활에 대한 기록들을 참고해 제작했습니다.

실제로 만들어진 활의 제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얹은 활의 고자끝에서 반대편 고자끝까지의 길이: 121Cm
2. 활 세기: 2자 6치 5푼 만작 기준 53~57파운드
3. 이름: 충무궁(임진왜란 당시 충무공이 썼음직 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충무궁'이라 이름붙였으며, 아울러 '진정한 무관의 활'이란 뜻도 담고 있습니다.

선고자 활의 특성
1. 오금 부위의 체간이 넓어서 활을 엊거나 부릴때, 또는 잘못된 발시로 인해 활이 휘떡 뒤집어지는 현상이 없습니다.
2. 간소한 줌으로 인해 발시후 자연스럽게 활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윗고자는 목표를 향하고 시위는 아래로 향하는 소위 '고자채기'가 일어납니다. 이는 북관유적도첩등에서 보여주는 우리 활의 발시후 잔신 모습과 일치합니다. 이것은 활의 특성이라기 보다는 간소한 줌과 흘려잡기, 전통궁체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나타나는 현상이라 봅니다.
3. 화살의 직진성이 좋아집니다. 특히 중단거리의 목표를 향해 발시하면 살이 일직하게 날아가는 것이 확연해지며 목표의 적중률이 높아집니다.
4. 전통 궁대에 넣으면 활이 딱 맞게 고정되어 마상에서도 흔들림이나 활이 빠져나갈 일이 없습니다.

그외 자세한 성능이나 특성들은 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좀더 사용을 하고 실험을 해봐야 보다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습니다. 비록 전통적인 재료나 기법을 사용해 만들어진 '복원품'은 아니지만 그동안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태조 어궁의 형태를 처음으로 재현해봤다는 의미가 있겠고, 특히 선고자 활의 특성 연구와 옛사법, 옛 활의 구조와 형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는 나름 의미가 있다 생각합니다.

아울러 필자가 만든 것처럼 외형만 재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옛 법식을 따라 제대로 된 선고자 각궁이 만들어진다면 더욱 옛 활의 특성과 사법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세랑 kimserang@gmail.com


[태조어궁]

태조어궁: 함흥본궁에 소장중이다가 한국전쟁 이후 행방이 묘연한 태조 이성계의 활이라 알려진 활.

조선 초기 전투용 활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유물로 마치 창이나 칼날 끝을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고자와 선명한 고자의 꺾임, 골신이 확연히 드러나는 정탈목과 넓은 활 체간, 간소한 줌통이 특징이다.


Crepy 박물관의 우리활

 

Crepy 박물관의 우리활: 태조 어궁과 똑같은 형태를 가진 활로 보다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유물이다. 한국활을 사랑하는 독일인 JJ씨가 촬영한 사진이다.  


[충무궁01]

충무궁01: 형태는 태조의 어궁을 그대로 따라 만들되 표면의 마감과 단장은 조선 중기 이후의 각궁단장 법제를 따랐다. 넓은 활채와 선명한 정탈목, 당당한 고자로 인해 유려한 곡선과 전투용 활 다운 패기가 느껴진다.


[충무궁02] 

충무궁02: 줌은 나무껍질을 이용하는 옛 법식에서 따와 코르크를 이용해 최대한 간소하고 작게 만들었다. 어피를 이용해 줌피를 만들고 태극팔괘와 쌍희문 길상문양으로 단장했다.


[충무궁03]

충무궁03: 넓은 체간과 선명한 정탈목 골신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천연화피를 사선방향으로 입혀 갈라짐에 강하게 했고 습기로 인한 손상을 막기위해 투명옻칠을 했다.


[충무궁04]

충무궁04: 선명한 정탈목 골신과 둥그스름한 활채의 모습. 원래 우리 전통활에서는 심을 바른 것을 가지런히 모아 만든다고 한다.


[충무궁05] 

충무궁05: 종이를 이용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칠지단장을 했다.


[충무궁06]

충무궁06: 날카로운 칼끝같은 고자의 형태는 실제 유물의 형태와 곡선을 그대로 적용해 만들었다. 현에 의한 압박으로 고자에 손상이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덧붙인 어피 보강재를 실제 유물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재현해 주었다.


[충무궁07]

충무궁07: 현은 길게 만든 현을 더블보우라인 매듭지어 걸었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소가죽을 겹쳐 만든 도고자를 달아주어 충격흡수가 아주 뛰어나다.


[충무궁08] 

충무궁08: 조선 조중기의 무관 복식인 철릭과 전통환도, 궁대와 시복을 착용하고 대우전을 충무궁으로 당겨보는 모습.


[충무궁09]

충무궁09: 발시후 잔신.


[충무궁10]

충무궁10: 고구려 성터에서 전통복장과 충무궁으로 만작직전의 모습.


[충무궁11]

충무궁11: 발시후 잔신.

 

【특별기고】김세랑 kimserang@gmail.com
  위 원고를 제공한 김세랑 접장은 서양화를 전공한 미니어처 아티스트로 활동중이며, 취미모형전문 잡지와 군사전문 잡지의 기자와 발행인을 역임(1991~2006년)하였으며, 우리나라의 전통 군사사와 복식, 무기에 관심이 많아 20여년간 관련분야를 공부해왔으며, 전문성을 살려 전쟁영화의 군사자문, 일본인이 그린 임란당시의 그림으로 잘못 알려져 있던 '조선전역해전도'를 직접 일본에 가서 취재하고 국내에 해설을 곁들여 소개한 바 있다. 특히 군사사와 복식, 장비 등을 공부해 얻은 지식과 내용들을 실제로 검증하고자 지난해말부터 국궁을 수련중이며 옛 활과 활 장비, 사법과 전술을 복원하고자 노력중이다.

@국궁신문

기사제공 : 국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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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의견
전체 1   아이디 작성일
좋은 시도이네요^^ kbow 2014.02.27
한민족의 다양한 활쏘기를 재현하는 일은 늘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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