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환 접장님이 입산하셨습니다.

오늘 대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혈압이 좀 있었는데, 당뇨로 인한 합병증이 발병하여 지난 주에 병원에 입원했고,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합병으로 인한 결핵으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고인은 1955년 마산에서 태어났고, 학창시절부터 권총 선수로 활동하여 국민은행 소속 선수 활동을 했고, 서울시 사격 선수와 코치를 오래 지냈습니다.

2001년에 집궁하여 마침 활동을 시작한 온깍지궁사회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였고, 수락정과 황학정에 적을 두었다가 서울시 대표선수를 하기도 하였으며, 속리산으로 이사온 뒤에는 속리산 국궁교실을 열어서 보은 지역에 국궁을 활성화하는 일에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속리산 국궁교실은 카페(화살소리, http://cafe.daum.net/hl1voh)로도 알려져서 인터넷 상에서는 많은 회원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이명환 접장은 자신의 특기인 사격을 국궁에 접목시켜서 과학화하려는 시도를 부단히 하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론을 인터넷에 꾸준히 피력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국궁의 논리화에 상당히 기여한 공이 큽니다.

충북으로 내려온 뒤로는 보은 동학정에 소속을 두고 활동하다가 증평 삼보정, 옥천 청산정을 거쳐서 최근에는 관성정에서 활을 내었습니다.

평소 성품이 곧아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것에 대해서는 단호했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잠시도 머물지 않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즉시 실천하여 끝까지 파고드는 성품이었다고 미망인도 말씀하시네요.

슬하에 자제로는 이준서, 이준호 형제를 두어서 미망인과 함께 빈소를 지켰습니다. 온깍지궁사회원이기도 하였고, 국궁계에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고 상주에게 말씀드렸습니다.

2018년 4월 12일 발인이며, 세종시 은하수 공원에 안장될 예정입니다.

고인과 함께 한 시간은 늘 즐거웠습니다. 지난 번 <국궁논문집9> 출간기념회에도 참석하여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니 아쉽기만 합니다.

2011년 봄, 속리산에서 만나 오랜만에 맥주 한 잔을 하며 회포를 풀었는데, 그때 이명환 접장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10년 전 제가 막 집궁하던 당시 온깍지궁사회 회원들을 보았을 때는 만만해서 저보다 더 나은 것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활을 쏘면 쏠수록 활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때 그 분들의 수준이 어느 깊이까지 닿아있었는지 가늠조차 안 됩니다. 활이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이 말을 들으며 저는 이명환 접장님이 굉장히 겸손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동안 인터넷에 저질러놓은 것이 있어서 그것을 번복하지 않으려고 끝까지 잘난 체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명환 접장은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인정하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권총을 평생 해온 전문가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 그만큼 솔직해야 발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짐작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온깍지

<2007년 3월 보은정에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