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궁신문

활터 풍속이 변하고 있다

입력 : 22.04.14 19:24|수정 : 22.04.14 19:24|국궁신문|댓글 0
활터의 관리주체 변동에 따른 풍속 변화
인터넷의 발달 등 시대환경 변화에 따른 문화충돌
양희선(서울 화랑정)

활터의 관리주체 변동에 따른 풍속 변화
인터넷의 발달 등 시대환경 변화에 따른 문화충돌
스포츠 중심의 활쏘기로 인한 각종 현상
 
양희선(서울 화랑정)
 
. 들어가며
활터 관리주체가 지방자치단체가 되고, 활쏘기가 생활체육과 통합되며 활터가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1995년 지방자치제가 본격 시행되면서부터 시작되어, 현재 활터 관리주체가 열 곳 중 여덟 곳 이상이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로 추정된다. 2016년부터는 생활체육과 합쳐지며 지자체 체육회가 일반 체육 종목과 같은 기준으로 활터를 관리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되고 피할 수 없는 일로 보인다. 활터 관리 제도에 따라 활쏘기 풍속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하고 있다.
 
1990년대 활이 대중화되면서 2020년 정부는 활 문화 보존을 위해 활쏘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활쏘기를 문화재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활쏘기 풍속이 시대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시대를 바라보는 안목을 지녀야 하겠다. 이 글에서는 활터 관리 제도가 활터 풍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제도는 바꾸기 어렵고 질서를 유지하는 규범으로서 강제성을 띠게 되므로 문화의 자율성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 현실 진단과 검토
1. 국가무형문화재
선조들은 활쏘기를 할 때 겸손한 태도를 가지고 활 보다 예를 앞세웠으며(先禮後弓), 활쏘기를 통해 훌륭한 덕행을 드러내 보이고자(射以觀德) 했다. 풍류 있게 활쏘기를 즐기는 양반 문화였던 것이다. 1990년 전후로 개량궁이 보급되면서 활쏘기가 대중화되고 전통 활 문화 보다 스포츠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2000년 초반부터 국궁계에서 꾸준히 제기하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계기가 되었다.
 
문화재청은 활쏘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문화재보호법등 문화재 관련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한량들은 활쏘기에 전통문화 가치가 있다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어렴풋이 옛날부터 전해오는 풍속이니 그렇겠지 하고 짐작하나 딱히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관심 있는 한량조차 어떤 가치관으로 활쏘기를 하며 문화재를 지킬 수 있는가를 막연해 한다. 문화는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햇빛과 같다고 한다.
 
문화재청이 활쏘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한 취지에서 한량들이 실감하기 어렵다고 하는 문화 자산의 내용을 살펴본다. 활쏘기가 이런 내용 때문에 문화재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구체화시켜 볼 필요가 있다.
 
문화재청은 한국 무예사의 활쏘기 가치를 인정하여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였다. 다음은 당시(2020.70.30) 보도자료 내용의 일부로, 문화재 지정 취지가 잘 드러나 있다.
 
우리나라의 활쏘기는 고구려 벽화와 중국 문헌에도 등장하는 등 역사가 길고, 활을 다루고 쏘는 방법과 활을 쏠 때의 태도와 마음가짐 등 여러 면에서 고유한 특성이 있으며 현재까지도 그 맥을 잇고 있는 문화 자산이다.
활쏘기고구려 무용총 <수렵도(狩獵圖)>,삼국지(三國志)』「위지 동이전(魏志 東夷傳)을 비롯하여 고대 문헌에 등장하는 등 오랜 역사를 지닌 점, 활쏘기와 관련된 무형 자산 이외에도 활·, 활터 등 유형 자산이 풍부하게 남아 있는 점, 활과 화살의 제작 기법이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무예의 역사와 전통사회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았다.”
 
현실감 있게 한 발 더 들어가 살펴보자. 다양한 현대 스포츠 가운데 사람들이 활쏘기를 선택하는 것은 오랫동안 활의 역사성과 사회성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 이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 다음과 같은 문화 자산을 들 수 있다.
 
오랜 역사 속 선사善射들의 얘기, 난중일기와 임원경제지 등 문헌 속의 활, 무예로서 무과시험武科試驗 활쏘기, 활과 화살의 진화, 활터 풍속, 전통사회 조직의 하나인 사계射契, 궁술 보다 궁례를 우선하는 활, 편사便射문화, 시지矢紙문화, 사례射禮, 한량의 품격, 고전 사법서와 체계적인 사법 등은 활쏘기 문화재 가치를 체감할 수 있게 하는 자산들이다.
 
예를 들어 명궁名弓 정조대왕(조선 22대 왕. 1752~1800)의 시지矢紙 고풍古風 하나를 활터에 걸어놓으면 그야말로 활터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궁도구계훈弓道九戒訓, 집궁제원칙執弓諸原則은 물론이다.
 
유형 자산으로 울산 반구대 활쏘기 암각화는 약 7,000년 전 것으로 5,000년 전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狩獵圖)> 보다 앞선 유적이라 한다. 전통 활쏘기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는 전국의 몇몇 오래된 활터와 활쏘기 풍속은 소중하다. 강경 덕유정德游亭, 전주 천양정穿楊亭, 영암 열무정閱武亭 등 이다. 지금은 과녁은 사라지고 정자만 남아있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활터도 있다. 제주도 관덕정觀德亭(관아를 겸함), 전북 정읍 고부古阜 군자정君子亭, 경기도 남한산성 이위정以威亭, 경기도 양평 택승정澤升亭 등이다. 선조들이 호국 무예로 호연지기를 기르던 이 유적들의 문화 가치는 크다. 이곳에 한량의 발걸음이 끊어진지 오래되고 점차 잊혀 가고 있다.
 
 
 
그림. 1796(병진) 25일 정조가 활쏘기로 159중을 하자 이를 축하한 무신인 오의상에게 보약인 보중익기탕 5첩을 하사한 고풍 
 
 
2. 활터 관리
. 중앙 정부
문체부 내 문화재청은 문화재로서 활쏘기를 담당하고, 산하 대한체육회는 스포츠로서 활쏘기를 맡고 있다. 활쏘기 하나를 두 기관이 문화재로, 스포츠로 나누어 분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로 대한체육회의 지원을 받는 지자체가 활터의 관리주체가 되다 보니, 문화재로서 활쏘기 보다 스포츠로서 활쏘기를 보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량들은 두 가지 가치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다.
 
두 기관이 서로 다른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협조가 필요하다. 활터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동반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다. 활쏘기에 문화재가 더해지면 활쏘기 가치가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지만 따로 놀면 하나의 가치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스포츠와 문화재로 공존은 물론 나아가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국민적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국민들이 활쏘기를 즐기면서 문화재를 지킬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

문화재청이 보는 활터 관계법 및 국민 참여 방안
문화재청이 활쏘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면서 활터 관계법과 국민 참여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보도자료 행간에서 다음 뜻을 읽을 수 있다.
활터 관계법은
한국 무예사의 활쏘기 가치를 인정하므로 전통무예진흥법과 이 법에 의거 제정된 지자체의 전통 무예 진흥 및 지원 조례와 연결되어 있다. 현실은 이 조례에 따라 지원받은 사례가 없다. 있다 하더라도 활터에 필요한 것은 운영의 자율성이 먼저다.
 
활쏘기를 현재까지 세대 간 단절 없이 맥을 잇고 있는 문화 자산으로 보고, 소멸할 위험에 처한 문화재와 선을 그었다. 활터를 활쏘기 전수교육관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은
활쏘기에 대해 국민이 무형 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공유하고 전승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학술연구, 전승 활성화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라고 했다. 현재 산하 한국문화재재단을 통해 대학생 활쏘기 교육, 지자체 문화원 주관 활쏘기 강좌 개설 지원 등을 하고 있으나 아직은 초기 단계이다.
 
검토
활터 관리 제도는 활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이 있지만 객관적으로 기본은 갖추고 있다고 여겨진다. 법이란 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질서를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집단 구성원 전체를 보면 옳은 일이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원치 않는 불이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체부 장관이 전통무예진흥법에 의거 전통무예 종목 중 활쏘기를 전통무예 육성 종목으로 지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더 확산되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활터 운영 자율성 주장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든든하지 못하다.
 
그러면 활쏘기를 즐기며 문화재를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 답은 전국 활터에서 활쏘기의 전통문화 가치를 실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앞에서문화 자산의 내용을 살펴보며고풍을 예로 들었듯이 많은 예산이 들지 않고 어렵지 않게 추진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문화재청은 활쏘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한 큰 업적을 남겼다. 이제는 국민들이 전승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학술연구와 전승 활성화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지원하는 햇살 역할을 해야 할 때이다. 이렇게 하면 국민들이 활쏘기를 즐기면서 문화재를 지키는 자부심을 키울 수 있게 된다.
 
. 지방 정부
현재 활터 관리주체는 지방 정부다. 지방자치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전국의 많은 활터가 지자체에 기부체납 되었거나, 지자체가 활터를 건립함으로써 관리주체가 되었다. 활쏘기가 생활체육의 한 종목이 되므로 활터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

활터 관리제도 문제점은 운영의 자율성 제한이다.
공공체육시설인 활터는 지자체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다음 두 가지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활터 운영권을 입찰 방식으로 결정하여 위탁금을 지자체에 납부하고 5년간 위탁 운영하고, 부득한 경우 1회에 한하여 연장할 수 있게 했다.
활쏘기를 생활체육의 한 종목으로 취급하여 일반 체육 종목과 같은 기준으로 클럽 수, 회원 수를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현행 법률을 원칙대로 운영하면 전국 대부분의 활터가 재정 부담과 운영의 안정성을 잃게 되므로 전통문화 전승의 여지가 없어지게 된다.
실제로 법이 정한 대로 시행하거나, 지자체가 직영하며 입장료를 받는 활터는 손꼽을 수 있고, 전국 280 개소 대부분의 활터가 지자체와 협의하에 일부 비용을 부담하거나 무상으로 시설물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 체육회의 지원을 받기 위해 전통적인 활터 풍습과는 다르게 생활체육 종목과 같이 클럽수, 회원수를 형식적으로 갖추고 있다. 현실성이 떨어지고 자율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3. 지자체의 활터 관리
지자체는 가급적 주민들이 선호하는 체육 종목과 올림픽 종목을 우선 육성하고자 한다. 활쏘기는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리는 실정이다. 활쏘기를 생활체육 종목의 하나로 보급하고자 흥미 위주로 가르치고, 동호인 규모에 집중한다. 문화 자산으로서의 활쏘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지자체장은 사정射亭 건물을 크게 짓고 활을 보급하며 많은 주민이 이용하길 바란다.
 
활터 관리는 산하단체에 위탁하거나 직접하기도 한다. 산하단체로는 체육회, 시설관리공단, 공원녹지사업소, 도시공사 등이 있다. 활터 내 인력은 산하단체 직원으로 시설관리와 국궁 교실 등 교육을 맡고 있다. 대체로 사정射亭과 지자체가 시설 사용권 계약을 맺고 제한적이나마 시설 사용권을 사정 조직에 주기도 한다. 대부분 지방에서는 공공체육시설 부지에 활터가 세워지고, 운영은 활터 조직에 위탁하여 자율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활터가 공공체육시설이므로 활터 운영에 부담을 주는 시설관리나 전기료 등은 지자체에서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하기도 한다.
 
대도시에 있는 활터일수록 자율성이 적고 지방으로 갈수록 자율성이 커지는 모양을 띈다. 활터 사원들의 소통 능력에 따라 자율권에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일부 활터는 자율권을 얻는 대신 시설관리와 전기료 등을 활터에서 부담하기도 한다.
 
활터의 내분, 지역사회와의 갈등 등 민원이 발생하면 민원에 취약한 지자체는 활터 운영 자율권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형태로 활터의 소유권, 관리주체, 운영권 또는 사용권 등이 구분되어 있다. 어쨌든 지자체가 활터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이상 자율권 확보를 위해 지자체와의 관계는 중요하고 이를 벗어 날 수는 없다.
 
지자체와 활터의 원만한 관계 유지는 지자체 관계자와 활터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 여부에 좌우된다. 활터의 임원진이나 사우 중에 지자체 의회 의원 같은 유력 인사나 공무원 또는 지자체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사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자체 관계자가 활 풍속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활터와 소통이 잘되지 않을 경우 많은 문제점이 나타난다. 집궁례, 몰기례, 삭회 또는 월례 상사 대회, 과녁제 등 고유 풍속 모임을 제한하기도 한다. 개방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보는 것이다.

4. 활터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
위에서 개괄적으로 살펴본 일들이 지자체 시행(1995~, 26)과 생활체육 통합(2016~, 5) 이후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활 대중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활 풍속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 활쏘기가 흥미 위주의 스포츠로 흘러가며, 문화 자산으로써의 활쏘기 가치가 빛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대표적인 현상으로 명칭 변화를 보면 활터는 국궁장 또는 궁도장이란 이름으로 굳어졌고, 활터 조직을 국궁·궁도 동호회, AC(Archery Club), TAC(Traditional Archery Club) 등으로 일컫기도 한다. 앞으로 지역 축구 클럽 ○○ FC(Football Club)처럼 ○○ AC(Archery Club)로 부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활터 사두는 동호회 회장으로 바뀌었고, 사두나 활터 어른으로부터 받는 무호武號는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팔찌동을 모르는 신사가 십 년이 넘는 구사와 함께 사대에 오르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바 활터의 관리주체가 어디고, 운영에 얼마나 자율성을 갖느냐가 활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현재 전국 활터 중에 관리주체가 지자체인 곳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추정만 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대가 바뀌는 걸 다들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부 매체는 이러한 시대정신을 토대로 활터 변화의 실태를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궁 신문에 게재된(2022.01.06) 연도별 전국 활터 수를 보면, 관리주체가 지자체인 활터 숫자의 증가 추세를 볼 수 있다.
 
- 2006년 대한궁도협회(이하 대궁) 등록 사정은 339 개소, 관리주체가 지자체인 문체부 체육시설 기준 186 개소였다. 활터 약 55%의 관리주체가 지자체이다.
- 13년이 지난 2019년 대궁 등록 사정은 384 개소, 관리주체가 지자체인 문체부 체육시설 기준 280 개소이다. 활터 약 73%의 관리주체가 지자체로 확대되었다.

이 자료에 나타난 수치는 큰 흐름의 변화는 알 수 있지만, 구체적인 실태 파악을 위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향후 국궁 발전 계획 수립을 위해 전국 활터의 소유권, 관리주체, 운영주체, 사용권, 자율권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
 
5. 국궁계 현실
대궁은 활쏘기 진흥을 위해 각종 대회 개최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이런 활동은 자연스럽게 스포츠로서 활쏘기에 치중하게 되고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뒤로 밀리게 된다. 활터에서는 활쏘기가 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느끼지 못한다. 있다면 문화재 지정 축하 현수막 한두 개를 거는 정도이다. 대궁은 국궁계를 대표하여 문화재청과 대한체육회에 활쏘기 육성 협의 창구를 개설하고 적극적인 의사 개진이 필요하다. 정부가 현장 실태를 정확히 알아야 적절한 대책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지자체를 통해 활쏘기 육성 지원과 보급에 힘쓰고 있지만, 아쉬운 것은 제도적으로 일반 생활체육 종목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점이다. 문화재로서 전통 풍속을 계승 발전시키려는 활터의 노력을 이해해야 한다. 활쏘기에 문화재가 더해지면 활쏘기 가치가 두 배로 늘어나고 국민 공감대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전국의 약 760명에 이르는 명궁은 각궁과 죽시로 활 솜씨를 빛내며 전통을 계승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활터의 중심 역할을 하는 명궁이 대회 우승과 시수로 모범을 보이는 것은 중요하다. 모든 한량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이다. 활 솜씨가 뛰어난 명궁이 국가무형문화재로서 활쏘기 문화 자산을 소중히 여기고 공부하며활 공부가 자기완성의 길임을 보여주면 존경받을 것이다. 사대에 서면서 활 배우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활쏘기를 즐기며 문화 자산을 지키려는 노력과 인격 수련은 활쏘기의 최고 가치라 하겠다.

. 마무리
근래 활터가 공공체육시설로 바뀌고, 생활체육 종목의 하나로 육성하는 정책으로 변해가고 있다. 활터를 이어갈 젊은 세대들은 SNS를 통해 활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졌고, 활쏘기가 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 생활이 풍요로워지고 의식 수준의 변화는 전통 활 문화가 바뀔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전통을 살리면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활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활 풍습을 무조건 고집하기보다 창조적 계승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현재와 과거의 일들을 비판적 시각으로 살펴봐야 가능한 일이다. 생명력 있는 문화로 가꾸고, 새로운 흐름과 경쟁하여 도태되지 않고 번성하기 위해서다.
 
활의 뿌리가 튼튼해야 아름다운 문화를 꽃피우고 풍성한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 활쏘기를 즐기는 활량이라면 시수와 스토리를 고루 갖춰야 한다. 시수는 눈에 보이는 꽃이고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토양의 자양분이다. 스포츠와 문화는 본래 하나이고, 활쏘기를 즐기면서 문화재를 지키는 일 역시 하나이다. 이것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가는 길이다.
 
처음 글을 시작하면서 활터 풍습이 변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하였지만, 변화의 원인을 찾다 보니 여러 사회 현상에 걸쳐진 주제로 발전하여 감당하기 힘들었다. 마무리하고 보니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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