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터에서 사유를 담아 활시위를 당기다

활을 쏘는 행위는 단순한 신체적 움직임이 아니라, 깊은 사유를 끌어내고 다시금 숙고하는 과정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시위에 화살을 메기고 시위를 당기는 순간,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집중한다. 이렇게 정제된 사유(思惟)가 담긴 화살이 시위를 떠나 하늘을 가로지르면, 그것이 과녁을 향해 어떤 궤적을 그리는지 관찰하게 된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반드시 의도한 목적지인 과녁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예상과 다르게 목표를 빗나간 화살을 마주할 때, 궁사는 다시금 고민에 빠진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성찰하며 다음 화살을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선택과 반복된 훈련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달라지는 결과를 분석하고 수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시행착오는 소중한 경험이며, 스스로를 성장하게 하는 큰 동력이다. 활쏘기는 바람의 흐름, 손의 감각, 활과 시위의 긴장감 등 환경의 여러 요소를 고려하며, 최적의 조화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몸으로 체득하며 반복하는 활쏘기의 과정은 항상 동일하지 않다. 화살이 과녁에 도달하는 방식이 매번 미세하게 달라지듯이, 궁사의 사유와 기술 또한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한다. 이러한 과정이 쌓이고 축적되면서 활쏘기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활을 쏘지만, 공통된 철학과 정신이 공유되면서 활쏘기 문화는 더욱 깊어지고 넓어진다.

결국, 활을 쏘는 것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끊임없는 고민과 실천의 과정이다. 매 순간 새롭게 쏘아 올리는 화살과 함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부족함을 보완하며, 보다 정교한 균형을 찾아간다. 반구저기(反求諸己). 이렇듯 활쏘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삶과 사유를 가다듬는 하나의 일상적 수련이며, 그것이 모여 활쏘기 문화를 이룬다.

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