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 지은 ‘국궁’이란 용어

활쏘기문화보존회 회장 나영일

1. 들어가는 말

‘국궁’이란 말은 1960년대에 시작된 용어이지만 1980년대 이후에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궁도와 궁술을 완전히 대체하는 용어로는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 국궁이란 용어는 ‘궁도’와 ‘궁술’이 일본에서 차용한 것이 아니라 순수 한국에서 창작된 말이라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국궁은 서양의 양궁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활쏘기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이 글에서는 ‘국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일반화되었는지에 대하여 알아보고, 궁도란 용어를 대체할 수 있을지 알아보았다.


2. 국궁(國弓)과 양궁(洋弓)이란 용어의 시작

국궁이란 말은 양궁이 들어온 이후에 사용된 용어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가 이루어지고 국가재건최고회의가 조직되어 군정을 실시하게 되었다. 10월에 대한궁도협회 간부들은 군사정부에서 호출하여 문교부에 불려가서 북한이 세계궁도협회(FITA)에 가입하였는데, 왜 우리는 아무 조치도 안했느냐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에 대한궁도협회에서는 부랴부랴 세계궁도연맹에 가입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었다.

양궁은 1958년 한국일보 주최 제1회 전국남녀 활쏘기대회에 미8군 소속 시몬즈 중위가 대회에 참가한 것이 처음이라고 『황학정 백년사』(223쪽)에 기록되어 있다. 『궁도 90년사』(258쪽)에서는 1959년 석봉근이 청계천 고물상에서 양궁을 발견한 이후에 한국의 양궁이 발전하기 시작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황학정과 석호정을 찾으면서 그들의 양궁 활을 가지고 대회에도 간혹 참가하면서 교류를 하기 시작하였다.

대한궁도협회에서는 1963년 11월 규약을 개정하여, 양궁경기규칙을 채택하고 그 후 협회가 주최하는 전국궁도대회에 반드시 양궁대회도 함께 하도록 장려하면서 석봉근의 양궁 보급운동을 적극 지원했다. 최초의 양궁경기는 1963년 9월 4일 석호정에서 열린 서울시 체육대회였다. 제44회 전국체전 예선을 겸해 열린 이 대회에서 궁도는 ‘국궁’과 ‘국제궁도’로 나뉘어 개최됐는데 이 국제궁도는 첫 양궁 시범경기로 기록된다.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양궁이 공식적으로 소개되었다. 
 

△그림1-궁도 양궁부 석봉근의 상장

양궁의 활성화에 기여한 인물로는 황학정에서는 차경현씨가 중심이 되었다면, 석호정에서는 석봉근이 중심이 되어 양궁을 체계화시켰다. 이들은 초창기부터 대한궁도협회의 양궁부에서 활약하였다. 석봉근의 입회원서에는 1965년이 돼서야 석호정의 정식 사원으로 등록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경희대학교 체육과 출신으로서 당시에 숭인중학교 교사로서 활을 쏜 사력(射歷)이 3년이라고 하였다. 이것을 보면 그가 정식으로 석호정에서 활을 쏜 것은 1962년부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1966년과 1972년이 되어 홍명희와 오미숙이 석호정에서 각각 양궁부로 등록을 하게 된다. 
 

△그림2-1965년 석봉근의 입회원서

196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한국 양궁은 성장기를 맞는다. 그 출발점이 1966년으로 국내 처음으로 대전여중에서 양궁 강습회가 열렸고, 대전고와 대전여고 학생 64명, 지도교사 12명을 대상으로 석봉근이 강의를 맡아 양궁의 기원, 경기규칙, 경기종목 및 용구, 활 쏘는 방법, 화살의 구조 등 이론과 실기를 강의했다고 기록하였다. 그리고 이 해엔 또 전국남녀궁술대회가 첫 출범했다. 대한궁도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일보사가 후원한 이 대회는 ‘고전궁부’와 ‘양궁부’로 나뉘어 열렸다. 『궁도 90년사』(462쪽) 연표에 따르면, 1966. 11.12~13 제1회 전국남녀궁술대회 ‘고전궁도부’(황학정), ‘국제궁도부’(숭인중 운동장)로 구분해 실시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때까지도 국궁이니 양궁이니 하는 용어가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았던 때이다. 고전궁도부에서 국궁이란 용어가 파생되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3. 양궁활성화와 국궁이란 용어의 일반화

1969년 5월 21일 『경향신문』에 제3회 전국남녀궁도대회가 황학정에서 열렸는데, “이번 대회는 國弓(국궁)부와 洋弓(양궁)부로 나뉘어 거행된다.”는 내용이 소개된다. 그리고 1971년 8월 19일 『경향신문』에서 양궁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면서 우리의 궁도를 ‘국궁’이라 칭하고 “양궁이 국궁에 비해 스마트하고 올림픽종목”이란 것을 부각시키고 있다. 양궁부선수들이 유니폼에 “구계훈“을 익히며 기술훈련을 한다고 하였다. 당시에 국궁에는 흰색 유니폼이 없었다.
 

△그림3-洋弓(양궁) 소개를 하면서 궁도를 국궁이라 명시

『경향신문』에서 1969년에 국궁이란 용어를 쓰기 시작한 이후, 1972년 3월 11일 『동아일보』에서도 뮨헨올림픽에 양궁이 채택되면서 “조상전래의 국궁(國弓)과 외래전래의 양궁(洋弓)”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하였다. 이때 사정을 중심으로 전국 136개 단체에 5천여 명의 궁인이 있고, 양궁은 중고등학교에서 학생중심으로 144개 단체에 3천여 명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1971년 12월 14일 문교부는 전국교육감 및 교육장회의를 소집하여 국가비상사태선언(1971년 12월 6일)에 따른 장학방침을 시달하는데, 1972년부터 안보교육체제강화와 보건체육의 진흥으로 사격, 태권도, 유도, 검도, ‘궁도’ 등을 권장하기로 하였다. 이로써 여학교에 궁도종목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1972년에는 그 일환으로 ‘제1회 전국 사격ㆍ민속경기대회’가 내무부와 문교부 그리고 『경향신문사』의 후원으로 사격연맹, 궁도협회, 씨름협회의 주관으로 태릉푸른동산에서 열렸다. 
 

△그림4-『경향신문』의 國弓부 소개

시도대항과 개인전이 열리는데, 궁도는 국궁과 양궁으로 이원화되어 실시되었다. 제2회대회도 태릉푸른동산에서 열렸는데, 108개 사정에서 약 700명의 선수들이 참가하기도 하였다. 이 대회는 2회만 열리고 말았다. 

『동아일보』 1972년 3월 11일자에서 궁도협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며 조상전래의 ‘국궁’과 외래식인 ‘양궁’이 병존한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양궁이 활성화되기 시작하였지만, 여전히 궁도란 이름이 대세를 차지하였다. 

△그림5-동아일보 1972년 궁도협 조상전래의 국궁

1975년 대한궁도협회의 감수로 성일문화사에서 저자 정갑표의 이름으로 『궁도』란 책이 출판되는데, 이 책에서는 전래의 궁도와 양궁이 혼재되어 설명되고 있다. 4장에서는 ‘「스포오츠」로서의 弓道’에서 양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거의 같은 내용으로 1978년에 문교부에서 나온 서울신문사 출판의 『궁도 양궁』(체육교육자료총서 41)에서는 궁도와 양궁이 혼재되어 설명되는 것 같지만, 저자 정갑표가 말하는 ‘궁도 양궁’은 317쪽 분량의 책에서 일관되게 양궁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 9장 제목은 ‘국궁’으로 21쪽 분량이고, 『조선의 궁술』에 나온 우리의 활쏘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국궁’을 ‘민속궁’이라 표현하기도 하였고, 전복(戰服) 차림의 모델을 써서 사진 촬영을 하였다.

△그림6-『경향신문』 1972년 6월30일자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일보』나 『동아일보』가 궁도대회를 후원하였는데, 1972년부터는 『경향신문』이 대회를 후원하였고, 국궁이란 용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였다. 이후로 국궁이란 용어가 신문 등에서 사용되어 널리 쓰이게 된다. 1973년부터는 『조선일보』도 ‘국궁’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하였고, 1980년대에 들어와서는 많은 신문에서 궁도와 함께 ‘국궁’이란 표현이 많아졌다. 특히 1981년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국풍 81’이라는 정부지원의 행사에서 ‘국궁대회’란 명칭이 사용되면서 일반화되기 시작하였다. 1981년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전두환 정부가 민족문화의 계승과 대학생들의 국학에 대한 관심 고취라는 명분 아래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주최한 관제적 성격의 문화축제에서 활쏘기도 ‘국궁’이란 이름을 걸고  농악, 탈춤, 줄다리기, 국궁 같은 전통문화 행사가 펼쳐졌다. 

△그림7-국풍81에 참여한 국궁선수의 모습(석호정 사진첩)

4. 국ㆍ양궁분리와 궁도협회의 명칭 문제

1983년 벽두부터 대한궁도협회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협회 이사인 정갑표가 1월 6일 대한체육회에 낸 청원서 때문이었다. 청원서의 내용은 국궁과 양궁은 활의 형태와 경기방식이 판이하며, 선수층도 국궁은 40대에서부터 70대까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반해 양궁은 청소년부터 20대에 이르는 청년들이어서 동시에 관리하기가 어렵고, 임원진도 이질적이어서 갈등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 종래 대한궁도협회에서 함께 관리해오던 국궁과 양궁 부문을 분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1월 8일 회의를 열어 1년 앞으로 다가온 LA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이 유망한 양궁을 집중관리하기 위해서는 분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대한궁도협회에 공문으로 회신하면서 국 · 양궁 분리 추진을 요청했다.

공문의 내용은 ‘귀 회가 1983년 1월 6일자로 제출한 국궁과 양궁의 분리에 대한 청원서를 신중히 검토한 결과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한 청원으로 그 타당성이 인정되오니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우리나라 궁도 발전에 크게 기여하도록 조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것이었다.

국 · 양궁 분리 주장은 1978년 제8회 방콕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이듬해인 197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면서부터 나온 얘기였다. 대한궁도협회는 그동안 국궁 중심으로 운영되어왔고 협회 임원들도 국궁 출신이 대부분이어서 양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양궁 쪽 인사들의 이 같은 주장은 대한궁도협회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번번이 무산되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모스크바 올림픽에 대비한다는 명목과 아시안게임에 양궁이 포함되면서 양궁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 즉 장비과학화와 심리검사도 실시하는 등 기대가 높아졌다.

1983년 1월 27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분리 여부 표결 결과, 반대 9표, 찬성 5표, 기권 2표로 부결되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변경 안을 밀어붙이기 시작하면서 혼란이 가중되었다.

△그림8-대한궁도협회의 국궁ㆍ양궁분리 않기로 매일경제 1983년 2월 5일자

1983년 2월 5일 『매일경제』에서는 국궁과 양궁을 분리하지 않기로 했다는 기사가 나온데 이어 곧바로 같은 달 8일자에서는 분리하자는 안이 11 : 2로 통과되고, 최종결정은 신동욱 회장에게 일임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한편, 2월 17일자에서는 국ㆍ양궁분리 방법은 국궁인은 ‘국궁협회’, 양궁인은 ‘양궁협회’로 분리한다고 하고, 최종안은 2월 20일 국궁협회 총회와 양궁은 대한체육회가 소집 및 주관을 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림9-국ㆍ양궁분리확정, 매일경제 1983년 2월 8일자

그러나 이름을 바꾸고, 하루아침에 분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3월 11일에 정몽준 양궁회장의 인터뷰기사가 나왔다. 분리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용어와 관련한 논쟁이 다시 일어났다. 1984년 1월 28일자 『동아일보』 기사는 “분가(分家)냐 성가(成家)냐”란 제목이었다. 가족의 한 구성원이 결혼 따위 등으로 살림을 차려 따로 나가는 것을 분가라 하고, 결혼하여 한 가정을 이루거나 학문이나 기술 따위가 탁월하여 하나의 체계를 이룬 것을 성과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양궁협회는 분가이기도 하고, 성가이기도 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양궁협회가 분가함에 따라 대한체육회에서 궁도협회의 이름을 국궁협회로 부르기도 하여 혼란이 있고, 양궁협회와 궁도협회가 주도권을 두고, 호주싸움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궁도협회에서 양궁이 떨어져 나간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치더라도 궁도협회가 국궁협회란 이름으로 바뀔 수도 있었던 상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1983년 2월 17일자에서 『매일경제』는 “대한궁도협회가 대한국궁협회와 대한양궁협회로 분리된다”고 하였고, 『조선일보』에서도 같은 날 스포츠게시판에 명시하였다. 

△그림10-國弓協(국궁협)총회, 매일경제 1983년 2월 17일자

그리고 1984년 2월 2일자 『조선일보』 기사에 ‘국궁협회’ 김정훈 사무국장의 인터뷰기사가 있다. 궁도협회가 아니라 국궁협회라고 기자가 받아 적은 것인지, 아니면 당시에 그런 말이 일반화된 것인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 그러나 궁도협회의 이름이 그대로 유지된 것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언급이 없었던 듯하다. 


5. 학술용어와 단체명으로 정착된 국궁
 

△그림11-제3회 서울특별시장기쟁탈국궁대회(석호정)

1983년 양궁이 분리되면서 국궁도 나름대로 발전을 위한 노력을 거듭하였다. 
1985년도 서울특별시궁도협회 주관의 대회에서 ‘서울특별시장기쟁탈 국궁대회’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우승트로피에도 그런 이름을 명기하였다.
『조선일보』 1984년 2월 2일자에는 전국에 176곳의 활터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4년 뒤에 『동아일보』 1988년 11월 21일자에는 “국궁인구 늘어난다” 제하의 기사가 나오는데, 활터 230곳, 등록인구 6천 5백 명, 일반인구 2만 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다분히 개량궁의 보급으로 국궁이란 이름이 더욱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림12-『동아일보』 1988년 11월 21일자

그리고 일반 학술논문으로 임영무(1984)의 「국궁(國弓)의 체육적(體育的) 고찰(考察)」을 시작으로, 양영호(1997)의 「성인의 국궁 참가동기 연구」과 정진명(2003)의 「국궁의 전통사법에 대한 고찰」, 그리고 박사학위논문으로, 전은진(2011)의 「韓國 古代와 中世의 國弓에 관한 硏究」 등 ‘국궁’이란 이름으로 된 10여편의 논문이 나왔다. 

또 이선중(1998)의 『國弓 1번지』, 성주영(2006)의 『국궁총론』, 정재성(2015)의 『국궁 교재 : 이론적 논의』, 박성완(2012)의 『(전통활) 국궁입문교본 : 아름다운 전통문화인 국궁의 기본적 이해와 실전을 위한 교습서』, 충북국궁사 편찬위원회(1997)의 『충북국궁사』, 온깍지궁사회(2001)의 『국궁논문집』 등 수많은 ‘국궁’이란 단어를 사용한 단행본이 쏟아져 나왔다. 

논문과 단행본이 우후죽순으로 나온 이후에 단체이름에서도 국궁이 사용되었다. 1998년 개설된 ‘사이버 국궁장’이 2000년 3월 7일 인터넷 전용 매체로 ‘국궁신문’(대표 이건호)이 창간되었다. 2001년에 한국국궁문화세계화협회(초대 이권호 회장)가 창립되고, 2005년 대한국궁문화협회로 개칭하기도 하였다. 또 2001년 9월 21일에 국궁문화연구회(회장 신동술)가 공식 출범되었고, 2017년 11월 25일에 국궁포럼(대표 김상일)이 발족했다. 또한 대학에서의 국궁교육 활성화 및 정착을 위해 국궁을 즐기는 교수들이 2013년 석호정에서 첫 모임을 가진 이후 수차례 소모임을 거쳐 2015년에 발족하기도 하였다(회장 나영일).
 

△그림13-G20 성공기원 대한민국 국궁페스티벌(2009년)

국궁이란 이름은 대한궁도협회에서도 2008년과 2009년 대한민국 국궁페스티벌대회와 2010년 G20성공기원 대한민국 국궁페스티벌을 통해 궁도인들의 입에 ‘국궁’이란 이름이 일반화되었다. MBC방송국의 협조로 궁도협회에서는 2008년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충북 청원군 오창읍 송대리(한국기초과학연구원 부지)에서 개최하는 ‘2008 대한민국 국궁(國弓) Festival 대회’에서 무려 9개 과녁을 사용하였고, 2009년 9월 대한민국 국궁페스티벌에서는 4,199명의 남녀 선수가 출전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그리고 2010년에는 서울 상암동 노을공원에서 G20성공기원 대한민국 국궁페스티벌을 개최하였다. 공중파의 영향력으로 일반에 ‘국궁’이란 말이 아주 쉽게 확산되었다.


6. 맺음말

‘국궁’이란 용어는 참 잘 지은 말이다. 양궁과 비교하여 그 개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온깍지궁사회(2001)의 『국궁논문집』은 2001년부터 제1집을 발간한 후, 2023년 제13호까지 매호 10편정도의 논문을 발간하다가 종간하였다. 근 20여년간 활쏘기의 구체적인 연구 자료와 다양한 담론을 제공하여 국궁의 이론화와 체계화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2020년 국가무형유산으로 ‘활쏘기’란 용어가 국궁이란 용어의 종언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리고 온깍지궁사회는 활터문화 전문지로서 2024년에 『온깍지』 창간호를 출간하고 2025년에 제2호를 발간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국궁이란 용어가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국궁협회란 이름으로 시도한 적이 있기는 한데, 이에 대한 자료를 보관하고 있어야할 대한궁도협회에도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이는 60년대 말에 만들어졌던 개량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거의 없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초창기 개량궁도 분명 중요한 유물인데, 예전에 쓰던 것들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거의 없다.
언어는 사회의 구성원들 간에 맺은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어떤 개인이 마음대로 말을 만들어 내거나 이미 있었던 말을 임의로 바꾸거나 없앨 수는 없다. 이러한 언어의 속성을 '언어의 사회성'이라고 한다. 언어는 항상 고정되어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새 말이 생기기도 하고 있던 말의 뜻이나 형태가 달라지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한다.

우리가 국궁박물관을 만들려고 한다면 고종황제가 사용했다는 호미각궁 뿐만 아니라, 개량궁도 있어야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국궁이란 용어가 들어가 있는 최초의 자료와 관련 자료들을 모아둘 필요가 있다. 국궁이란 용어를 유행시키던 분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국궁이란 용어가 앞으로도 더 사용될지 없어질지 모르지만, 더 늦기 전에 국궁이란 단어에 대하여 관련 학계가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하고, 보존하고, 공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