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자 주요 일간지의 신문기사와 TV 보도내용 및 항공무기전시회에 공개한 자료에도 나와 있듯이 신궁은 전투기나 헬기와 같은 대공표적을 고도 3.5km 이하에서 최대사거리 7km까지 맞출 수 있다. 명중률은 대략 90%이다. 유도탄의 길이는 약 170cm, 직경은 화살을 담는 대나무 전통과 비슷하다.

무게는 15kg이하이고 날아가는 속도는 소리속도의 두 배쯤 되며, 병사가 들고 다닐 수 있는 소형 휴대용유도탄이다.  앞에는 두 색깔을 보는 적외선 눈이 달려있고 표적 가까이에 도달하면 720여개의 파편을 내쏟는 탄두가 있다. 대당 양산가격은 1.8억원으로 잡고 있다.

그림-1. 신궁 유도탄과 조준기가 장착된 거치식 발사대
 

 신궁은 발사방식이 거치식(그림-1)인데 유도탄 탄통을 사람의 어깨 위에 걸쳐놓고 쏘는 모습은 활을 쏘는 모습이 연상된다. 신궁유도탄의 전체적인 외형(그림-2)이나 유도탄이 비행할 때 회전한다는 것이 화살을 연상하게 한다. 신궁 사격은 마치도 커다란 불화살 한 개가 들어간 긴 전통을 어깨에 메고 쏘는 모양새와 같다(그림-3).

그림-2. 신궁 유도탄(아래 사진)과 발사통(위 사진)

그림-3.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 카이론(Chiron)이
활쏘는 영상과 신궁 발사대를 중첩시킨 사진

 사람의 이름이 매우 중요하듯 무기체계의 이름도 무기체계의 역할과 특징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음운경제학상 부르기 좋아야 한다.  그래서 개발착수와 함께 작명을 시작하였다. 신궁이라는 멋있는 이름을 짓기까지는 개발팀 연구원들의 많은 참여와 선정과정이 있었다. 먼저 전자우편을 통해 취지를 설명하고 이름을 공모를 하였다. 그리고 연구원들이 제안한 유도탄의 이름과 이에 대한 설명을 종합하고 분류하였다.

공모한 이름 중에 몇 가지 후보를 정하고 연구원들이 모여 투표한 결과 신궁(神弓)이 가장 많은 점수를 얻었다. 토론을 거친 결과 신궁으로 부르기로 하되 神을 新으로 바꾸자는 제안에 모두 찬성하여 최종 新弓으로 결정한 것이다.  

新弓은 순수한 우리말로 하면 “새활”이다. 新弓의 ‘新’字는 溫故而知新, 신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신사고, 신경제, 신인간, 신세계, 신행정수도 등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기존의 어떤 개념에 시대요구에 맞는 ‘새로운 의미’ 또는 ‘재창조’라는 뜻을 부여할 때 붙이는 ‘새롭다’ 또는 ‘새것이다’를 나타내는 글자다.

 단거리 휴대용 대공유도탄을 新弓이라 이름 지은 의미는 다음과 같이 해설할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전통적 호국무기였던 활에 대해 재인식하고 활과 활쏘기에 담긴 선조들의 호국정신을 다시 살리자는 의미가 ‘신궁’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둘째, 현대의 새로운 과학기술을 우리의 전통무기를 대표하던 활의 개념에 융화시켜서 신궁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셋째, 그 동안 휴대용 대공유도탄은 각국에서 도입하여 배치해 왔지만 앞으로는 새활(新弓)로 우리 군을 무장시키겠다는 뜻이 있다고 하겠다.
 넷째, (작명 당시에) 앞으로 맞이할 대망의 2000년대는 인류 모두의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는 새시대의 상징으로써 우리나라도 국방에서 새로운 각오로 새활을 만들어 잡는다는 의미가 신궁에는 내재된 것이다.

 新弓은 발음상으로 神弓과 같다. 그러므로 ‘신궁’ 하면 자연스럽게 神弓을 연상한다. 神弓은 활을 잘 쏘아 득도해서 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을 말한다. 우리 역사 상 신궁의 경지에 이른 분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고구려의 시조 고주몽과 조선에서는 태조 이성계와 정조가 신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에 우리는 활쏘기를 좋아하고 잘 쏘는 사람을 善射者라 하여 존경하였고, 오늘날에는 공인 5단 이상 활을 아주 잘 쏘는 궁사 중에 일정한 자격과 공로를 인정되는 분을 名弓으로 추대한다.

휴대용 대공유도탄은 사람(보병)이 표적을 찾고 확인하고 적외선 눈으로 포착, 조준하고 발사하는 일련의 사격과정에서 사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휴대용 유도탄을 다루는 병사(사수)의 실력이 소위 神弓의 경지에 이른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림-4. 러시아제 Igla 이글라 휴대용 대공유도탄 시스템
(위 : 견착발사통, 아래 : 유도탄)

그림-5. 러시아제 이글라 휴대용 대공유도탄 시스템 스케치

 휴대용 대공유도탄 중에서 특히 러시아제의 이글라(Igla) 시스템(그림-4, 그림-5)는 외형에 있어 화살과 유사하고 신궁과 흡사하다.  Igla는 앞에 달린 적외선 눈이 있어 표적 항공기에서 나오는 열을 감지하여 포착하고 유도탄이 발사되어 표적에 충돌하기까지 계속 표적을 물고 늘어지는 일을 한다. 적외선 씨커(seeker)라고 부르는 적외선 눈은 광학창문(IR-dome)을 가지고 있다. 돔은 형상이 둥글기 때문에 공기와의 마찰이 크다. 그래서 광학창문 앞에는 끝이 뾰족한 모양의 抗力減少奉(스파이크 ; Spike)라고 하는 것이 붙어있는데(그림-6) 그 모양이 마치 화살촉을 연상하게 한다.  일반 유도탄 후미에 붙어있는 4개의 날개는 화살깃의 역할이 같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앞에 붙어있는 날개는 날아가는 방향을 제어하기 위한 가변익(제어타)이다.

사진-6. 신궁의 적외선 눈의 창에 붙은  항력감소봉

  신궁이나 Igla의 가장 큰 특징은 유도탄이 비행 중에 회전을 한다는 것이다. 과거 인류가 쏘던 화살도 회전한다. 오늘날에도 활터에서 볼 수 있는 유엽전도 회전하면서 날아간다. 비행체가 회전하면 안전성, 방향성 및 파괴력이 좋아진다.  화살의 의도적인 회전(rolling)은 화살깃의 앞부분을 약간씩 비스듬하게 부착함으로서 회전력이 생기게 한다. 우리의 유엽전의 경우 꿩 날개깃으로 만든 3개의 깃을 부착한다. 인류의 이런 화살에 회전을 시킨  방법은 5,000년 전부터 사용해온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1991년 9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접경인 알프스 산맥 티롤 지역의 지밀라운 氷河에서 미이라가 된 한 얼음 인간을 발견된 적이 있다. 당시 잘 보존된 유물이 많이 발굴되었고 그 중에서 제작중의 화살과 함께 온전하게 남아있던 화살도 발견되었다. 그 화살을 조사해 보니 독수리 날개깃털로 만든 화살깃은 모두 비스듬하게 붙어있었다고 한다.

 유도탄의 진화는 화살로부터 출발한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화약이 발명되자 총과 대포가 출현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활로 쏘던 화살을 화약을 힘으로 날리게 된다. 조선시대의 주화, 신기전, 또는 장군전이 화약을 힘으로 화살을 날리던 방식이다. 화약 즉, 추진제가 화살몸체 내부로 장입되고 고온고압의 연소 개스가 화살을 잘 밀게 효율이 좋도록 노즐(nozzle)을 꽁무니에 단 것이 로켓(rocket)이다. 그래서 지금도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로켓을 火箭이라고 한다.

로켓에 제어날개를 달아 날아가는 방향을 바꾸게 할 수 있는 것이 유도탄(missile, guided missile)이다. 그래서 유도탄의 명칭 중에서 활과 화살 및 궁사에서 따온 것이 유난히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러시아제의 공대공 유도탄 이름으로 아처(Archer;궁사)가 있다. 아스터(Aster) 계열은 불란서가 개발하여 최근에 함대공유도탄으로 배치하고 있는 최신예 유도탄 이름이다.  ‘아스터’ 란 옛 마케도니아의 활을 매우 잘 쏘았던 어느 弓士의 이름이다. 그는 활로 그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 필립 왕의 오른쪽 눈을 꿰뚫었다고 전한다. 그때 그는 그 화살에 ‘필립 왕의 오른쪽 눈으로’라는 글귀를 써넣었다고 전한다.  이 전설적인 이야기는 고구려 말 안시성 성주 양만춘 장군이 활로 당태종의 오른쪽 눈을 꿰뚫어 당나라의 침략을 물리쳤다는 우리나라의 고사를 생각나게 한다.

 앨로우(Arrow : 화살)는 이스라엘이 개발해서 최근에 배치한 대탄도탄요격유도탄의 이름이다.  천궁(天弓 ; 텐궁)은 대만의 중산연구소(우리나라의 국방연구소에 해당함)에서 개발해 배치한 바 있는 장거리 지대공유도탄체계의 이름이다. 다누시는 인도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150km 사정의 지대지 유도탄 프리드비를 함상에서 발사하는 해군용으로 개량한 유도탄의 명칭이다. 다누시는 인도어로 화살을 뜻하는 말이다.  다누시는 길이가 8.56m인 대형 불화살인 것이다.

 휴대용 대공유도탄을 대표하는 러시아제 Igla, 미제 스팅거(Stinger)는 전 세계적으로 수만발이나 배치된 상태로  테러리스트 집단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구해 민항기를 위협할 수 있으리라 걱정되는 무기이다. 즉, 휴대용유도탄은 테러리스트가 가지게 될 무기 목록의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위험스런 물건이다. 원시시대의 화살로부터 진화하여 오늘날의 유도탄에 이르기까지 활이 원래 가지고 있는 무기로서의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시대에 따라 그 형태가 바뀐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무기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니고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사정과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2003년 11월 7일  대전유성구 무덕정   이 용 희

▷ 이용희 접장은 지난 2001년 9월 육군박물관 세미나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각궁의 우수성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라는 논문 발표 중에 각궁의 아름다움 선율을 위의 '백자철화수뉴문병'의 것과 유사하다고 하였다. 또한 2003년 2월 23일 국궁신문에 '화병의 곡선미와 우리 활'에 대한 덧 붙이는 기사가 소개되었다.

▷ 화병의 곡선미와 우리 활 (내용보기, 클릭)◁

▷ '각궁의 우수성에 대한 과학적 분석' 자료가 수록된 논문을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 '2001 세미나 논문자료 (내용보기, 클릭) ◁

지난 10월 31일자 일간지와 중앙방송에서도 위의 신궁에 대한 보도가 잇따랐다. 그 중 동아일보에 올려진 송문홍의 칼럼을 소개한다.

[횡설수설] 송문홍 / 신궁(神弓)
[속보, 사설/칼럼] 2003년 10월 31일 (금) 18:23 [동아일보]

지난해 개봉됐던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무협영화 ‘영웅’은 진시황의 목숨을 노리는 자객들의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활(弓)과 노(弩·석궁)로 무장한 진시황의 군대였다. 열 지어 선 궁수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활을 쏘아대는 장면은 2000년 전의 군대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위력적이다. 보통 활에 비해 훨씬 멀리 날아가 ‘600걸음 밖까지 쏠 수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석궁은 중국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군대편제에 도입했다고 한다.

▷활쏘기로 치면 우리 민족이 중국보다 한 수 위다. 오죽하면 고대 중국인들이 우리를 보고 ‘큰 활을 잘 쏜다’고 감탄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을까. 고구려 시조인 주몽(朱蒙)도 활을 잘 쏜다는 부여(夫餘) 말인 ‘선사자(善射者)’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고대의 활쏘기 풍습은 조선시대까지 면면히 이어졌다. 활쏘기는 왕에서부터 일반 무사, 문관과 양민들에 이르기까지 두루 즐겼고, 각종 시험제도에서 인재 선발의 기준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명사수였던 22대 정조대왕(1752∼1800)은 “내가 요즘 활쏘기에서 (50발을 쏘아) 49발을 맞히고 그치는 것은 모조리 다 명중시키지 않기 위해서이다”라는 말까지 남겼으니 신궁(神弓)이 따로 없었던 셈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최근 개발에 성공한 휴대용 대공미사일 이름이 ‘신궁(新弓)’이다. 몇 차례 실시한 시험사격에서 90% 이상의 명중률을 기록했다니 이름값을 제대로 할 모양이다. 지형 특성상 종심(縱深·전방에서 후방에 이르는 거리)이 짧은 우리나라는 적기의 갑작스러운 내습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휴대용 미사일의 효용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말이다. 그동안 실전 배치됐던 프랑스제 미스트랄은 신궁보다 무겁고, 미제 스팅어는 명중률이 떨어진다. 내년부터 이런 외국산 무기들을 대체할 우리의 ‘첨단 화살’이 선조들의 신궁 전통을 잇는 것 같아 마음 든든하다.

▷ADD는 70년대에 자주국방을 추구했던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세운 우리나라 무기개발의 총본산이다. 지대지미사일 ‘백곰’과 ‘현무’, K1A1 전차, 한국형 장갑차 K200,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인 ‘천마’ 등이 ADD의 작품들이다. 한때 “ADD에 납품되는 볼펜 수도 보안”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비밀이 많은 기관이기도 하다. 비밀이 많으면 어떤가. 가끔 신궁 같은 새 무기 개발로 국민을 즐겁게만 해 준다면. ADD 연구실의 불이 밤낮없이 꺼지지 않을 때 자주국방의 꿈도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을 게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