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궁신문

홍콩의 아시아 궁술 세미나 후기

입력 : 10.06.17 23:18|수정 : 10.06.17 23:18|국궁신문|댓글 0

홍콩의 아시아 궁술 세미나 후기

2003-11-11

지난 10월 24일부터 3일간에 걸쳐 홍콩에서 Archery Traditions of Asia의 특별전 그리고 세미나와 카니발이 개최되어 아시아 여러나라의 전통 민속활이 한 곳에 모였다.

홍콩의 해방박물관과 ATARN(아시아전통궁술네트웍)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아시아 각국의 전통활 매니아 60여명이 참여하여 각국의 전통활에 대한 세미나를 가졌으며, 행사 마지막 날에는 일만이천여명을 수용하는 홍콩 Siu Sai Wan의 현대식 운동 경기장에서 관중 6,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아시아 각국의 전통 활쏘기 시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이번 행사에 육군사관학교의 김기훈 교수(국궁문화연구회, 화랑정)가 유일하게 혼자 참석하여 한국의 활쏘기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국궁문화 연구회의 인터넷 사이트인 활사랑 닷컴 게시판에 등록된 김기훈 교수의 아시아 궁술 세미나 후기를 소개한다. 참고로 아시아궁술네트웍 사이트에도 당시 행사에 대한 기사가 등록되어 소개되고 있으며, 이 곳에 소개되는 각종 사진은 그 사이트에서 가져왔음을 말해둔다.[편집자주]

■ 국궁문화 연구회 http://www.whalsarang.com/
■ 아시아궁술네트웍 http://www.atarn.org/

Col. Kim Ki-hoon after a successful demonstration.

홍콩의 아시아 궁술 세미나

김기훈 교수(국궁문화 연구회, 화랑정)

홍콩 세미나에 참석하고 돌아온지가 벌써 2주가 지나갔네요. 자세한 내용을 회원님들께 육성으로 보고해 드릴려고 했으나 시간 내기가 수월치 않아 게시판을 통해 간략하게 알려드립니다.

마침 주최자 중의 한 기관인 ATARN 홈페이지에 10월 소식이라는 letter 항목에서 대회 소식과 사진을 실었네요. 참고해 주시면 좋겠구요.

행사장에 설치된 한국의 솔포

제가 원래 초청되었던 학술 세미나는 연관된 세 종류의 행사 중 하나였습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활을 만드는 궁장과 시장들이 더 초청될 모양이었는데 사정상 실천은 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나 혼자 참석하게 되었고, 따라서 미욱한 채로 시연에서도 한국의 대표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국의 진정한 그리고 탁월한 시수를 지니신 활잡이 여러분께 참말로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홍콩의 해방박물관과 ATARN(아시아전통궁술네트웍)이 공동 주관한 행사입니다. 원래는 금년도 봄인 5월에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사스 때문에 연기되어 10월에 열리게 되었습니다. 첫날의 공식 행사는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개최된 <아시아 활 특별전> 개막식이었습니다.

The opening ceremony: Dr. Joseph Ting, Chief Curator, Hong Kong Museum of History, Stephen Selby, Hon. Timothy Fok Chun-ting, Chairman of the Sports Federation and Olympic Committee of Hong Kong, China, Mr Yu Kam-ming, Chairman of the Hong Kong Archery Association and Mr. Johnny Woo Wai-man, Assistant Director, Leisure and Cultural Services Department.

이 행사의 실질적인 주역인 스티븐 셀비가 수년간 수집한 활과 관련 유물 200 여 점을 진열장에 빽빽하게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활만이 아니라 활쏘는 형상을 한 도자기 조각품, 서화 등도 곁들여 전시하고 영어와 중국어로 설명을 붙여 놓고 있었습니다.

중국 활과 화살이 중심이었는데 일부 진열장에는 몽고 한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 민족들의 활도 전시되어 아시아 활 특별전으로서의 구색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중심은 중국활이었습니다.

규모는 아담한 사이즈이지만 내용은 자이언트였습니다. 중국의 전통활 문화를 홍콩의 영국인이 이토록 열성을 다하여 부흥시키고 보전하려한다는 점이 아리러니칼하였습니다. 그러나 민족의 문화 유산이란 민족만의 자산이 아니요 세계인의 자신이니 그것을 지키려는 것은 의식있는 인사들이지 그들이 어느 민족 출신이냐 하는 것이 문제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Col. Kim Ki-hoon demonstrating Korean traditional archery.

두번째 날 행사가 세미나였습니다. <아시아의 전통 궁술 문화>라는 주제를 내 건 이 세미나는 크게 두 파트로 진행되었습니다.

전반부는 문화 또는 역사에 관한 발표요, 후반부는 궁장과 시장의 시범 및 강의였습니다. 중국 북경에서 오신 고고학자의 중국활에 대한 발표를 시작으로 전반적인 아시아의 활에 대한 특징, 부탄의 현재 활쏘기 문화, 중동 특히 터키 활의 특징 등에 관해 발표가 있었지요. 저는 조선시대의 활 문화의 특징을 중심으로 한국활의 전통을 소개하였습니다.

후반부에서는 일본활과 중국활 제작에 관한 시범과 방법 소개 등이 있었습니다. 일본 활 제작법을 10년간 배워 가게를 열고 있다는 캐나다인이 일본활을 현장에서 그 일부를 만들어 보인 것은 대단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일본인이 아니라 캐나다인이 일본활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구미 시장에서 판다? 아마 이 사실은 현재 아시아 궁이 어떤 경로로 구미에 소개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 사례가 아인가 생각합니다. 이 친구는 다음 날 일본 활을 쏘는 시연도 하였는데 역시 대단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일본 궁도인들은 아마도 이 친구에게 공로상이라도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Students of Chinese traditional archery from Hong Kong, Anne Leung and Li Yuk-fi, demonstrate archery on foot
in the official style for the Qing Dynasty military examination.

마지막 날은 아시아 활 시연대회였습니다. 일만 이천명 수용 능력을 지닌 조그만 운동장에서 거행되었는데, 얼마나 홍보를 하였는지, 일요일 휴일 나들이를 하는 홍콩 가족들이 대거 몰려 오는 듯하였습니다. 오육천명은 족히 들어왔지요. 일본 활로 시작을 알리는 명적을 쏘아 올리더군요. 개막식의 영광은 일본활이 차지한 셈이지요.

Jaap Koppedrayer coming to full draw in a demonstration of
Kyudo. Jaap also performed a Ritual Archery (raisha) shot and a shot into the air with a whistling arrow to bring good luck to the carnival.

그리고 몽고, 일본, 한국, 부탄, 티베트, 중국 기사 등의 시연과 짬짬이 연극, 가무가 끼여 들었고, 한쪽에서는 애들의 직접 체험판도 벌어 졌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체험하고 즐기는 잔치판이었지요. 약간의 무료 음료도 있었구요. 각각 민족 활쏘기의 특징을 설명하기는 어렵고, 홍콩 운동장 한켠에 솔포를 걸어놓고 한국 활쏘기도 한 번 소개 했다는 보고에 만족하렵니다.

Battumur demonstrated Mongolian archery as performed at the annual Nadam Festival. Now you can see how packed the spectator stands were. The crowd roared with approval each time the Mongolians hit a tiny target over 70 metres away.

이렇게 삼일간의 홍콩 이벤트는 막을 내렸습니다. 제가 이번 대회를 통하여 몸으로 느낀 것은 우리 활에 대한 인지도가 활을 아는 전문가들 사이에는 대단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내부적인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활쏘기가 스포츠로 지속되며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대단히 중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Tibetan archery in Hong Kong - a memorable event to record for the 'folks back home'.
(Half the stadium was crammed with spectators while the other half was sealed off to provide a safe area behind the targets.)

중국 활쏘기는 그 전통이 단절되어 우리나라를 부럽게 쳐다 볼 수 밖에 없겠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제가 얻은 귀중한 재산은 아시아 전통활을 아끼고 연구하는 일련의 인사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해 볼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과 손을 잡는다면 아시아의 전통 활 문화를 부흥시킬 수 있는 어떤 계기가 도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슴 부푼 희망도 얻게 되었습니다.

며칠이 지난 지금 사실 저는 <아시아 전통 궁술대회>라는 형식으로 그러한 꿈이 실현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한국 궁사들의 협조를 얻어 이런 꿈이 한국 땅에서 처음 실현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Military style Chinese archery - the back shot. (Tim Selby)

The Qing cavalry charges to the rescue! (Tim Selby)

The Qing infantry (off duty). The Hong Kong Theatre kindly lent costumes for the re-enactment.
Kirsty Hamilton, Nick Rodgers (Australia), Fung King-on (Hong Kong, who made the 'crossbows'), Emin Vardanyan (Russia) and Steve Chan (Hong K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