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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손과 깍지손의 해부학!
기사입력 2010-06-18 오후 10:23:00 | 최종수정 2017-11-07 오후 10:23:58   
2004-06-10

다시 최궁사입니다. 활터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계절이고 더구나 곧 장마철이 되니 활 관리에도 더욱 신경이 쓰이는 계절입니다.(요즘 시간적으로 약간 여유가 생겨 글을 자주 올리게 되는군요)

하긴 장마철이라 활이 늘어져 전쟁을 못하겠다고 돌아온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의 옹색한 이유가 활의 관점 자체에서는 크게 틀린 말은 아닌 듯 싶습니다. 더구나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역사상 최고 명궁중의 한 사람인 이성계가 행한 활에 대한 발언이었으니 본뜻은 다른 곳에 두었다 해도 그런 대로 구색은 맞은 듯합니다. 활을 배우다 보니 역사적 사건을 보는 관점도 약간은 변해가는군요. 학생 때는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댄다고만 생각했었는데... 하긴 억지로 하기 싫은 전쟁에 나가 주력무기인 활까지 작용을 못하면 패배는 필연적인 결과였을 테니까요.

글의 순서와 내용을 약간 바꾸어 준비된 내용부터 올려 볼까 합니다. 지난번 손목활에 대한 글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고 활을 낼 때 특히 기본이 되는 줌손과 깍지손에 대한 해부학적 관점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사람은 동물들 중에서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다른 동물과 비교 우위에 있는 요소로서 많은 것을 들고 있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 직립보행, 손의 사용 등등..

그러나 좀더 깊게 생각한다면 위의 능력들은 일부 다른 동물들도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능력들입니다. 즉 사람한테만 있는 고유한 특징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중에서 손의 경우에서 사람에게만 허용된 유일한 운동이 있습니다.

답부터 말씀드리면 다소 생소한 용어의 ‘맞섬’(opposition)이라는 운동입니다. 즉 ‘맞섬’이라는 운동이 있기에 활쏘기도 가능한 것입니다. ‘맞섬’의 운동 자체는 아주 간단합니다.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서로 닿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간단한 운동이지만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했고 현재도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중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운동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사람을 가장 잘 표현한 공식 학명(species name)으로  ‘생각하는 사람’(Homo sapiens) 보다는 '맞선 사람‘(Homo opponens)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운명에 ’맞서‘ 극복하는 인간의 의지를 의미하는 것 같아서도 좋고..(다른 동물들도 생각이야 하지 않을까요 ?  수준이 낮아서 그렇지)


[맞섬]


[손의 뼈]

손의 부위는 해부학적으로 ‘엄지두덩’(thenar eminence), 새끼두덩(hypothenar eminence), 손가락 부위 등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개개의 뼈는 그림 참조). 2-5째 손가락 운동은 굽힘, 폄운동만 가능한 반면 엄지는 그것에 더해서 벌림, 모음 및 돌림까지 가능합니다. ‘맞섬’이 가능해 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2-5째 손가락이 굽혀지는 방향을 보면 흔히(많은 의사들조차도) 네 손가락이 전부 평행하게(parallel) 굽혀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이 네 손가락의 축은 한군데로 모이는 것이 정상입니다. 네 축을 연장하면 비스듬히 진행하여 엄지손가락 시작 부위 깊숙히 위치한 손배뼈(scaphoid)라는 손목뼈로 모아지는(converge)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네 손가락을 편안히 구부려 각 손가락의 방향을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손가락의 축]

그리고 손의 ‘기능적위치’(functional position)라는 중요한 개념이 있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손의 힘을 빼고 있을 때 보이는 형태를 의미합니다.(자연스러운 위치라 하여 ‘natural position'이라고도 함) 쉽게 설명드리면 손 안에 달걀을 가볍게 쥐고 있는 모습이라고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이 ‘기능적위치’는 각 관절마다 각기 다른데 예를 들면 ‘팔꿉관절’에서는 90도 굽힌 자세가 되고 ‘무릅관절’에서는 서 있을 때처럼 180도로 편 상태가 됩니다. 벌써 알아차리신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부목(splint)이나 석고 기브스(cast)를 댈 때 고정하는 관절의 모습이지요. 이 ‘기능적위치’를 고려치 않고 고정을 한다면 나중에 뼈는 다 아물었는데 관절이 굳는 현상이 올 수도 있어서 골절 치료시 아주 중요하게 고려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그럼, 의학적 기초 개념은 이쯤 해두고 활의 줌통과 줌손의 모양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줌통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습니까 ? 가운데가 앞, 뒤로 약간은 볼록하고 위, 아래가 약간 작아지는(tapering) 모습이지요(날씬한 나무 술통 모양 ?). 사람마다 조금은 변형을 주었다 하더라도 대개는 그런 모양일 것입니다. 궁력이 오래된 어르신들께서 줌에 대해 하시는 말씀 중에 ‘계란을 쥐듯이 하라’ 혹은 ‘살아있는 참새를 쥐듯이 하라’(제가 무척 감탄한 표현입니다. 섬세한 손의 운동을 잘 표현하고 더불어 생명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가장 절묘하게 표현되었습니다)는 경우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손의 ‘기능적위치’를 유지하라는 충고 그 자체입니다.

그럼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요 ? 바로 줌을 흘려쥐는 것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하삼지가 지향하는 손가락의 축들이 엄지두덩 쪽으로 비스듬히 향하고 엄지(두덩)과 '맞설' 수밖에 없으니 비스듬히 잡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엄지두덩으로 활체를 밀면 자연스럽게 활체가 약간 돕니다. 그리고 손목관절의 ‘기능적위치’ 역시 곧은 것이 아니고 약간 손등쪽으로 굽힌 상태(dorsiflexion)이기 때문에 거궁한 활도 역시 그에 따라 수직선에서 약간 기울어지는 것입니다. 억지로 손가락을 평행하게 잡을 수는 있지만 네 손가락의 축이 어긋나는 부자연스러운 자세만 초래하고 또 똑바로 활체를 세울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손목의 자연스러운 굽힘 자세를 억지로 펼 뿐입니다. 즉 흘려쥐거나 손등쪽으로 손목을 약간 구부리는 것은 해부학적 구조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일 뿐입니다. 검도, 테니스, 골프, 야구등 길쭉한 것을 잡고 하는 운동 선수들은 이미 이런 ‘손의 운동’을 충분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알고 그리 잡는지는 불확실하지만..

또 일상생활에서의 적용 예를 하나만 들면 ‘비누’입니다. 일반적으로 비누는 대개 통통한 ‘줌통 모양’을 하고 있지요. 이런 모양도 역시 손의 기능적 위치에 가장 잘 들어맞게 디자인 된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상하게 이런 손의 ‘기능적위치’를 무시한 동그랗거나 네모난 비누들이 나와서 사용하는데 불편을 느끼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참고로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원숭이는 엄지손가락의 ‘맞섬’ 운동이 불가능합니다.(Ape's hand)

어쨌든 우리 활의 줌통 디자인은 철저하게 사람 손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을 최대한 고려한 모습 그대로입니다. 아울러 모든 궁사님들이 이미 다 알고 계시듯이 궁술지침서에서는 깍지손에서도 역시 힘을 자연스럽게 뺀 ‘기능적위치’의 모양과 ‘맞섬’ 운동을 자연스럽게 지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양궁은 엄지손가락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사법을 취하지는 않습니다.(양궁은 근거리 정확성에서 탁월한 능력이 있긴 합니다만) 더 알기 쉬운 예를 들면 써커스에서 침팬지를 훈련시켜 양궁 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있어도 국궁 쏘는 모습은 절대 보여줄 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즉, 국궁은 손의 구조와 운동 관점에서 보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활쏘기인 것입니다.

우리 활을 배우며 느끼는 놀라운 것은 궁술지침서나 구전으로 전해져 듣는 활쏘기 지침들이 절묘하게도 우리 몸의 해부학과 너무도 자연스럽게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우연의 일치라고 보았으나 그것이 아님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선조들께서 이것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지도 실증적으로 증명하지도 않았지만 수많은 활 제작의 시행착오와 개인의 목숨과 나라의 운명이 오락가락하는 위기 속에 활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실전을 통해 충분히 검증되고 자연스럽게 최적화 된 결과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단지 아쉬운 것은 이런 경이롭고 두렵기까지 한 우리 활에 대한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기록도 남기고 좋은 안내서도 남겨주고 하셔서 우리 활이 세계에서 명실공히 최고의 자리를 잡는 데 도움을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점입니다.

아니면 후손들에게 이런 좋은 활을 날로 먹지 말라고(?) 숙제로 남겨주신 건가요 ?

감사합니다.

최궁사, 2004. 6. 9

기사제공 : 국궁신문
해부학, 손과 발에 있는 활들...
각궁과 우리 몸의 척추와의 해부학적 유사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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