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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팔의 해부학
기사입력 2010-06-18 오후 9:44:00 | 최종수정 2017-07-29 오후 9:44:03   
2004-07-01

해부학 최궁사입니다. 지난 주말에 진천 ‘화랑정의 전국대회에 참석하였습니다(김유신 장군 탄신 기념제). 최근에 다른 일 때문에 여기 저기 돌아다니느라 활 공부를 게을리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과는 최악으로 나왔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활은 벼락치기나 요행수가 통하지 않는 아주 객관적인 운동이 분명합니다.

활공부하면서 우리 민족이 정에 약해서 매사에 분명치 못하고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선입견을 가졌던 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나를 돌이켜 봅니다. 서구에서 도입된 경기들은 상당히 객관적인 듯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듯합니다.

예를 들어 야구나 축구만 하더라도 심판의 주관성이 강한 판정을 자주 하는 게임이더군요. 첨단 장치들을 도입하여 이런 심판의 주관성을 줄일 수 있는데도 그리하면 게임 자체가 재미없어지게 되어서 그런지 애써 외면합니다. 요즘 진행되는 ‘2004 유로 축구’에서도 전세계 관중이 다보고 있는 데도 주심만 못 보았다는 이유로 ‘신의 손’ 운운해가며 핸들링에 의한 득점을 인정하니 서구식 객관주의라는 것도 맹점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우리 활쏘기대회에서는 이런 것은 용납이 안되지요. 관중이냐 아니냐의 아주 분명한  결과만 있을 뿐입니다(이진법의 디지털방식). 그렇다고 융통성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애매하거나 심판이 잘못 판정한 경우 ‘어필’하면 확인 과정을 통해 즉시 교정해주는 아량도 보여주니(심지어 본인이 직접 확인도 가능, 씨름도 비슷함) 우리 활쏘기대회는 인간적인 실수까지도 포용하되 최고의 객관성을 추구하는 수준 높은 경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경기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한.일 월드컵때 스페인과의 가슴 떨리던 승부차기 제도가 바로 국궁의 5명씩 쏘는 단체전 ‘비교사’가 아니고 무엇이며 연장전의 ‘골든골’ 방식은 ‘재비교사’에서 이미 채택하고 있는 제도가 아니던가요 ? 그나마 이번 ‘유로 대회’에서는 ‘골든골’도 채택하지 않았다던데 따라서 연장전의 긴장감도 ‘한여름 각궁 늘어지듯’ 할 테니 그만큼 축구 관전의 재미도 격감되겠지요. 우리 활은 활만 좋은 것이 아니라 게임의 룰까지도 최고인 듯 합니다.

이번에는 지난 글인 줌손의 연장으로 줌팔에 대한 해부학 소개와 활과의 관련성을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우선 팔의 해부학에 대한 간단한 소개부터..

팔은 기능적으로 손, 손목, 아래팔, 윗팔, 어깨부위, 빗장뼈(쇄골), 복장뼈(흉골)까지를 넓게 포함하여 기술을 합니다.(그림 참조)


[팔의 부위]

아래팔에는 새끼손가락쪽(안쪽)에 측정자처럼 생긴 ‘자뼈’(척골, ulna) 엄지손가락쪽(가쪽)에 배젓는 노처럼 생긴 ‘노뼈’(요골, radius) 두 개의 뼈가 있으며 윗팔에는 ‘윗팔뼈’(상완골, humerus) 하나, 어깨에는 ‘어깨뼈’(견갑골, scapula) 하나, 어깨와 가슴사이에 빗장처럼 가로지는 뼈라해서 ‘빗장뼈’(쇄골, clavicle), 가슴 가운데에는 복장 터질 때 두들기는 뼈라해서 ‘복장뼈’(흉골, sternum) 하나가 있습니다.(참고로 이 용어들은 현재 공식적으로 사용중인 개정된 순한글 의학용어임)

그리고 이것들을 이어주는 관절이 ‘손목관절’(wrist joint), ‘팔꿉관절’(elbow joint), ‘어깨관절’(shoulder joint), 그리고 다소 생소하지만 활쏘기에 아주 중요한 ‘복장빗장관절’(sternoclavicular joint)이 먼쪽(distal)에서 몸쪽(proximal)으로 순서대로 위치해 있습니다.

우선 지난 글에서 손과 손목의 ‘기능적위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드렸는데 손목(회목)의 기능적위치에 대한 보충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손목의 ‘기능적위치’는 쉽게 설명드리면 가볍게 상대에게 악수를 청했을 때의 모습입니다. 악수를 청하는 상태에서 손목을 그대로 고정한 채 눈앞으로 손등을 돌려 보십시오. 손목이 손등쪽으로 약간 굽혀져 있고 손등의 긴축이 새끼손가락쪽(자뼈쪽치우침, ulna deviation)으로 향해 있을 것입니다.

아래팔의 중심축과 연결하면 꺽인 각도를 이루게 됩니다. 다시 그 상태에서 손바닥이 위를 향하게 한 후 아래팔과 손바닥의 축을 보면 2째, 3째 손가락의 축이 아래팔의 축과 일직선을 이루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상태가 손목의 정상 상태입니다. 최근에 컴퓨터 키보드중 손목의 이러한 ‘기능적위치’를 고려하여 출시된 것들이 있습니다(인체공학적 키보드)

다음, 팔의 '힘의 전달선'(line of force transmission)에 대하여..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손에 작용하는 힘은 항상 2째, 3째손가락에서 시작하여 손목을 거쳐 처음에는 아래팔의 ‘노뼈’로 다음은 ‘자뼈’로 이동한 후 팔꿉관절을 건너 ‘윗팔뼈’로 간 후 90도로 방향을 바꿔 ‘어깨뼈’에 도착합니다. 일단 여기서 끝나는 경우도 있고 다시 열차를 옮겨 타듯이 ‘빗장뼈’로 옮겨간 후 마지막 종착역인 ‘복장뼈’에 이르게 되기도 합니다.(그림 참조)


[힘의 전달선]

중요한 점은 종착역에 해당하는 ‘복장빗장관절’에 있습니다. 이 관절은 작지만 쉽게 만져지는데 목 아래 패인 부분에서 약간 옆에 튀어나온 부위가 됩니다. 이 관절은 보기와 달리 운동 정도가 큰 관절입니다. 관절의 가장 자유스러운 운동인 ‘돌림’ 운동까지도 가능하지요.(그림 참조)


[복장빗장관절의 운동]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이 관절 속에 척추나 무릎관절처럼 ‘디스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디스크는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충격흡수’ 기능을 합니다. ‘삼손’이 신전의 기둥을 양쪽으로 밀 때 이 ‘복장빗장관절’속의 디스크가 팔의 충격을 흡수했겠지요. 그러나 살면서 신전 무너뜨릴 경우가 얼마나 되며 이 관절이 몸무게를 지탱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충격이 많이 전해진다고 이런 구조가 있을까 의아스럽기도 하지만 의식하든 못하든 일단 팔을 통해 몸통으로 전해지는 나머지 힘들은 이곳에서 흡수 처리하게 됩니다.(그림 참조)


[복장빗장관절]

이러한 의학지식을 배경으로 활 쏠 때 줌손목과 줌팔의 모양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활쏘기지침은 줌팔의 팔꿉관절은 엎힌 상태(엎힌 중구미, 붕어죽 피함)에서 곧게 펴고 손목관절은 과도하게 꺽지 말라고 합니다.(흙받이줌 방지)

언젠가 활터의 사범님하고 어느 명궁님이 이런 표현을 하셨습니다. ‘줌손의 검지손가락은 줌통을 감싸 안고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둘러 감기만 하고 검지손가락의 굽혀진 첫째마디의 방향이 과녁을 뚫을 듯이 하며 ‘전추태산’을 시행하라‘라고..

그리고 ’만작시 어깨를 뒤에서 앞으로 밀어 넣고 가슴을 빠개라‘라고 충고하셨습니다. 아마도 많이 듣는 표현이실 겁니다. 저는 이것을 듣는 순간 즉시 위에서 언급한 팔의 ’힘의 전달선‘이 일직선이 되도록 지시하는 것이라고 알아차렸습니다. 물론 몸이 따라주지는 않았지만..

손목이 ‘기능적위치’ 이상으로 구부러지면 관절에 무리가 가고 또한 활에 전달해야하는 힘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어깨가 뒤로 빠져서 윗팔과 어깨뼈의 관절이 각도를 만들면 역시 힘이 100 % 전달 안됩니다.(어깨관절의 안정감도 떨어져 앞,뒤 편차가 심해집니다) 결국 관절의 안정감도 떨어지고 힘의 손실도 발생해 비효율적인 활쏘기가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힘의 전달선’이 곧게 펴진 상태에서라면 마지막 힘은 그때까지 별 볼일 없이 놀고 있던 ‘복장빗장관절’의 ‘디스크’가 버텨 줌으로서 활쏘기가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메카니즘은 깍지팔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깍지팔의 중구미가 아래로 쳐지지 않게 하라’고 말씀들 하십니다. 즉 깍지팔의 중구미 역시 ‘어깨관절’, ‘복장빗장관절’과 일직선이 되어야 보기도 좋고 힘의 손실도 적게 됩니다.

정의 어르신들로부터 나이가 들수록 중구미가 자연히 내려가니 젊었을 때는 살대를 가능하면 입꼬리보다 높게(광대뼈 높이까지라도) 올려 쏘는 습관을 들이라는 충고를 많이 듣는데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나이 들어오는 ‘오십견’(Frozen shoulder)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해부학적으로도 타당합니다.

왜냐하면 빗장뼈의 기울기가 수평이 아니고 어깨관절쪽이 높고 복장관절쪽이 약간 낮기 때문에 힘의 전달선이 일직선이 되려면 팔꿉관절을 그만큼 들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저도 턱에 대고 쏘던 살대를 광대뼈 높이까지 올리는 궁체로 바꿨습니다. 그렇다고 시수가 현저히 늘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요약하면 줌팔은 힘의 손실이 최소화 되도록 ‘힘의 전달선’이 곧게 펴져야 합니다. 즉 손목관절은 ‘기능적위치’ 이상 꺽지 말아야 하고(흙받이줌 방지) 어깨관절 역시 최대한 밀어 넣어야 합니다. 깍지팔의 중구미는 쳐지지 않게 높이 들어줘야 하고 마지막에 가슴을 빠개야 합니다.(양쪽 복장빗장관절이 일직선을 이루어 양쪽 힘을 최대한 흡수하며 밸런스를 맞추는 것을 의미)

이런 지침들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매일 활터에서 듣고 있고 앞으로 활을 내는 한 계속 들어야할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지침들 역시 우리 몸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에 자연스럽게 일치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 몸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미미했던 구조(복장빗장관절내 디스크)를 활쏘기에서 최대한 이용하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사실 일부 전공하는 의사 분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사 분들은 그 부위에 디스크가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의 구조입니다) 그리고 만약 이 디스크를 제거한다 해도 팔의 운동을 못할 정도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조금 불편하겠지요. 그러나 충격 흡수를 할 수 없으니 활쏘기는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앞으로 이런 원칙에 충실히 하며 활을 계속 배운다면 세월이 갈수록 몸의 근육이나 관절도 자연스럽게 적응되고 그 결과 언제 어느 상황에서 활을 내든 항상 일정한 활내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주위에 활을 잘 내시는 분들을 잘 보면 이런 일관성있는 원칙의 틀 속에서 활을 내는 것을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물론 옆에서 보기도 편하고 좋습니다.

이와 관련된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면 10 여 년 전만 해도 활쏘기대회에 ‘궁체상’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그 상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물론 시수로 등위를 결정하는 과정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특별상의 항목으로 ‘궁체상’을 정해서 시상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일정 시수 이상의 궁사들 중에서 선별하도록 하고 몸의 각 부위별로 기준이 있으니 판정이 주관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려도 좋을 듯 합니다. 설사 다소 주관적이라 해도 상관없다고 봅니다. 올림픽 종목들 중 체조나 다이빙 경기를 보아도 ‘미적 점수’니 ‘예술적 점수’니 하는 전적으로 주관적인 채점 항목들을 분명히 채택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신사의 입장에서는 본보기(Role model)가 될만한 기준을 볼 기회로서 ‘궁체상’을 시상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시수를 위주로 하는 양궁 식의 변형 궁체까지 등장하는 풍조에서는 한국 전통 궁체의 멋과 맥을 대회를 통해서 소개하고 이어나가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보여집니다.

제가 집궁한 시기가 ‘궁체상’이 없어진 후라 직접 보진 못하였지만 아마도 그 분들의 궁체가 해부학적 개념과 일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세월이 흘러 갈수록 그런 ‘전통미 넘치고’ 우리 몸의 구조와 ‘자연스럽게 일치하는 궁체’를 판별할 수 있는 분들도 사라지실 테니 그것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도 같이 사라질까봐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울러 끊임없이 되살리고 발전시켜도 사라지는 것이 전통인데 왜 자꾸 일부러 없애고 변형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의 궁도(규도)를 보면 대나무 낚시대 두 쪽을 아교로 붙여 만든, 당기면 ‘우지직’거리는 활 같지도 않은 활 가지고도 국가적인 브랜드로 만들어 서양사람들까지도 배우러 오게 만들더군요. 일본처럼 세계화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그보다 더 훌륭한 고부가가치의 하이테크 상품인 국궁을 가진 우리들이 기본이 되는 ‘경기복 복장’ 하나부터 전통을 못 지키고 있는가 하는 아쉬움이 앞섭니다.

항상 그렇듯이 앞으로 차츰 나아지리라고 기대해 보고 또 개인적으로도 ‘반구제기’하며 이번 글을 정리합니다. 감사합니다.

최궁사,  2004.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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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의견
전체 1   아이디 작성일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jc-park2300 2012.01.05
훌륭한 연구자료를 알려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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