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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개, 부활과 비상을 꿈꾸다
기사입력 2011-05-23 오전 9:43:00 | 최종수정 2011-07-06 오전 9:43:43   

동개, 부활과 비상을 꿈꾸다

1. 서언

임진왜란 당시 백척간두에 선 나라를 구한 의병의 고장 의령에서의 초등학생 시절 어느 여름.

당시 남산 충익사 옆에 있던 홍의정, 하얀 모시옷을 차려입은 영감님들의 활을 박차고 날아가 과녁을 들이받음과 동시에 ‘딱~’ 하며 울리는 크고 명쾌한 목성을 뒤로하고 허공을 제비 돌며 내려앉는 화살을 황홀하게 바라 보았었다.

바로 그 날, ‘나도 나이들면 저 영감님들처럼 꼭 활쏘기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다.

그러던, ‘03년 3월, 업무상 알게 된 경남 밀양의 지인(당시 밀양 추화정 총무)과 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얼떨결에 50파운드 개량궁을 한 장 받아 온 그 날로부터 지금까지 활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2. 동개의 필요성

그러던 05년 5,6월 즈음인가...

새롭게 기사(騎射)가 부각되더니 첫 국제대회가 국내에서 개최된다는 공고가 떴기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승마강습을 받기 시작하였고, 기사용 화살집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주문제작을 의뢰키 위해 박물관 소장유물 동개의 사진을 출력, 부산 서면의 지하상가를 돌며 가죽공예점들을 방문하였지만, 누구도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3. 동개 연구

하여,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직접 만들어 보기로 작심하였다. 제대로 제작을 하기 위해서 인터넷과 활 관련 책자, 인근의 박물관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동개란 통개(筒箇)라는 한자식 표기로 부터 시작되어, 초소형의 궁대와 시복에 대한 별칭으로, 최근에는 우리의 전통 활집/화살집을 이르는 명칭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형태상의 분류를 생각컨데, 서쪽은 기마민족 돌궐(투르크족)의 후예인 터어키로 부터 티벳, 몽골, 중앙아시아를 지나 청나라를 건국한 동방 끝단의 여진족에 이르기까지 주로 사용된 형태인, 기사(騎射)용 화살집의 계보를 이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기마형 화살집>

다만 좀더 다양한 형태의 시복을 사용하던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 동개는 단순하면서도 정형화된 패턴(장식의 위치, 갯수, 청황홍 삼색의 자수띠)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 동개 유물>

임진왜란 전후에 사용된 좌측하단의 높이20cm 정도의 화살집을 제외하고 후대의 나머지 화살집은 그 크기가 반 정도인 11cm가 일반화된 사이즈로서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작은 크기이다.

재료는 소가죽, 돼지가죽, 가오리어피, 융단, 비단 등을 사용, 재료의 제한을 두진 않은 듯하다. 활집/화살집 공히 청/황/홍의 삼색자수띠를 레이스처럼 두르고 있는것이 외국의 그것(특히 청나라)과 차별화되는 우리만의 특징이다.

생각컨데 동개가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활집/화살집이 된 계기는,
- 1636년에 발발했던 병자호란으로부터 1894년 궁시를 버리고 신무기로 대체한 갑오경장까지약260년간 조선에 큰 전쟁이 없었다는 것과,
- 독특한 조선의 복식체계 때문으로 생각된다.


<구군복에 동개시복을 패용한 모습과 홍철릭>

골반 위 허리에 띠를 두르는 외국의 경우나 현대와 달리 구군복/철릭/전복/창의/두루막이 등 조선의 복식은 가슴부위에 띠를 두름으로서 마무리된다.

허리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상반신의 구조상 띠에 무거운 물건을 연결하여 가슴에 두르게 되면 아래로 흘러내릴 수 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고자 상의의 겨드랑이 부위에 끈을 달아 띠를 고정시키고, 숨쉬기 불편한 점을 감수하고서 강하게 묶어 수 킬로그램에 달하는 칼과, 활집/화살집 등을 패용하여야했다. 당연히 불편했을 것이다.

그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고자 환도가 작아지고, 극도로 작아진 화살집에 화살 하단을 굴비엮듯이 묶고 화살촉까지 제거하여 무게를 줄인 장식용 대우전을 담게 되었고, 활집 역시 작아져 그에 맞는 장난감과도 같이 작은 사이즈의 활인 동개궁이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동개궁이란 ‘마상궁술용’이라기보다 단순히
‘무게와 크기를 줄이기 위한 초소형 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동개궁이 마상궁술용이나 실전에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우리네 일반크기 각궁도 마상궁술용으로 아무런 손색이 없으며 심지어 청, 몽고, 헝가리, 티벳 등과 비교해도 아주 작은 사이즈이기 때문이다.)

 

4. 동개 제작하기

동개는 여러 분야 공예 기술의 집합체이다.

우선 가죽을 다뤄야하는 가죽공예, 비단자수를 놓아야하니 자수공예, 황동이나 백동금속을 다루어야하는 금속세공/장석공예, 화살집의 바닥은 나무를 깍아 사용하여야 하니 목공예 등 네가지 이상의 전문 공예기술이 필요하였다.

다년간 수많은 소재와 연습작품과 씨름하며 외관뿐만이 아닌 실용성, 내구성이 겸비된 동개로 발전하였다.

육군박물관 소장 동개가 도움이 많이 되었고, 역시 동개를 연구하던 장영민 접장도 도움이 되었다. 인근에 있는 박물관에 혹 동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하여 방문하는 과정에선 우리 활인지 잘 못 알고서 전시된 청나라 활을 교체토록 하는 팁까지 얻을 수 있었다.

활집은 동개활을 담는 초소형과 보통활을 담을 수 있는 일반형이 있고 화살집은 높이11cm의 초소형 의장용, 15cm의 활터용, 17cm 기사용과 20cm의 필드/기사용으로 구분하여 만들어보았다.


<화살 5발 장착 활터용 / 10발 장착 기사용 원피스(마루) 동개화살집>


<최근 완성된 우측 동개일습과 마무리 중인 동개셋트>

 

5. 맺음말

누군가 한 “전통과 똑같다면 그것이 있을 자리는 박물관뿐”이라는 말이 정말 공감이 갔었다. 옛것을 단순히 답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접목시켜 공존할 수 있고, 나아가 발전시킬 수 있어야 진정 우리문화의 앞날이 밝지 않을까?

세계에서 제일 작으면서도 실용적인 우리 동개가 이젠 박물관에서만 잠자지 말고 깨어나 비상하길 진정으로 바래본다.

2011.05.23, 서태식(부산 낙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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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 국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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