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8-27

경남 사천시 사천읍내의 작은 산성공원내에 있는 관덕정.
1918년 개정된 이래 많은 강호무사와 함께 선사들을 배출해낸 역사의 숨결이 가득한 전통의 활터이다. 현재의 관덕정(사두 박동보)은 사천읍내에 있는 신식 건물의 활터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공원내에 위치한 관계로 민원의 야기와 안전문제에 부딪쳐 오랜 전통의 관덕정은 역사의 기록으로 남긴채 사천읍 종합운동장 옆에 있는 곳으로 옮겨져 새롭게 거듭나려는 것이다.

8월 26일 공원내에 있는 관덕정.
활터로서의 생명을 다하는 순간에 역사에 길이 길이 기록될 매우 중요한 활 풍속이 진행되었다. 납궁례의 시행이 그것이다. 어쩌면 전조선 궁술사를 통틀어 여무사로는 최초일 수 도 있는 납궁례인 것이다. 50여년이 넘는 활 인생을 마감하는 김향촌 여무사가 집궁을 한 그 관덕정에서 세월을 바꿔 납궁례을 하는 것이다. 이날 납궁례는 사천 관덕정과 온깍지 궁사회 주관으로 거행되었다.
우연일까?
오랜 역사의 자취를 갖고 있는 관덕정사(舍)는 시지정 문화재로 지정되어 더 이상 한량들의 쉼터로 사용되지 않을 예정이다. 그 관덕정에서 활쏘기와 관련한 마지막 행사가 김향촌 여무사의 납궁례가 된 것이다.

납궁례 행사는 11시가 거의 다 되어 시작되었다.
정진명 접장의 개회 안내와 내빈 소개를 시작으로 관덕정 부사두(최위수)의 개회사와 온깍지 궁사회 교장(구례 봉덕정, 조영석 명궁)의 축사가 이어졌고, 납궁례를 시행하게 된 경과보고와 함께 관덕정 총무(최삼수)의 김향촌 여무사에 대한 상세한 약력이 소개되었다. 특히 김향촌 여무사의 약력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후배 사우로서 본받아야 할 국궁사랑에 대한 열정을 크게 읽을 수 있어 귀감이 되었다.

약력 소개에 이어 김향촌 여무사의 인사말에서는 작은 목소리로 미리 준비한 원고를 낭독하는 형식으로 하였으며, 지난 세월의 기억을 떠올리며 무언가를 주시하는 듯한 명상에 잠기는 모습을 보여 장내가 숙여해 지기도 하였다.

김향촌 여무사의 인사말을 마친뒤에는 온깍지 궁사회에서 준비한 납궁례 기념패 전달식이 이어졌고 사천 관덕정 사우일동이 준비한 꽃바구니 전달이 있었다. 내외빈의 축하객과 함께하는 행사에 이어서 관덕정사(舍)에서 납궁 의식이 진행되었다. 미리 준비해둔 정간 아래에 둔 제례상 앞에 김향촌 여무사가 자리를 잡고 유학에 조예가 깊은 관덕정 최위수 부사두님의 도움으로 진행된 납궁의식은 가히 역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행인으로서는 처음보는 납궁례이기에 보는 것 모두가 생소하여 어려웠지만 매우 엄숙한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정간 아래에 위치한 제례상에 향을 피운뒤 강신의 예를 시작으로 진행된 납궁의식은 조용하고  엄숙하게 진행되었으며, 그 옛날 복잡한 제례의식과 비슷하나 천(天),지(地),가(家),관(貫)의 四神님에게 예를 드리는 방식을 취한 것이 사가의 제례 의식과 다르게 보였다.

50여년의 집궁 생활을 큰 대과없이 잘 지냈다는 감사의 예를 천(天),지(地),가(家),관(貫)의 四神님에게  취하는 제례에서 겸손의 덕으로 가득한 김향촌 여무사의 아름다움과 염직과감의 계훈에 걸맞는 부질없는 욕심을 과감하게 떨치며 정리할 중 아는 진정한 활량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감격의 흥분으로 발행인의 감정을 휘감았다.

이날 진행된 제례행사 전체를 운영하는 집사의 역활에는 관덕정 부사두가 도와 주셨고, 술을 올리는 우집사에는 박중하 접장, 축문을 읽는 독축에는 이석희 행수가 하였다.

천(天),지(地),가(家),관(貫)의 四神님께 올리는 납궁례를 마친 뒤에는 평소 김향촌 여무사의 삶이 가득배인 궁시 일체가 관덕정에 반납하는 납궁의식이 이어졌다. 납궁은 김향촌 여무사가 궁시 일체를 관덕정 부사두에게 건네는 형식을 취하였다.

집궁의 마지막 순간을 보는 순간이다. 사정에 가입하여 집궁을 한 뒤 심오한 활의 세계에 뛰어 들어 나름대로의 무언가를 얻고 잃는 반복되는 공부에서 이제는 그 모든 욕심을 버리며 다시 활의 세계에서 벗어나 자연인으로 세상에 돌아가는 납궁.

납궁은 집궁의 마지막이었다. 납궁례는 꿈의 시수를 추구하는 활량 뿐만 아니라 무한의 욕심으로 질주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는 의식 깊은 선조들의 풍속이다.

납궁 의식의 마무리는 제례상을 물리는 철상과 함께 뒷풀이인 음복으로 이어져 참석한 모든 분들이 음식과 주류를 나누어 먹으면서 집궁례, 몰기례와 함께 납궁례의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기면서 앞으로 국궁발전에 있어 반드시 보존 계승해야할 활터의 풍속이라고 하였다.
이날 행사에는 사천 관덕정의 부사두를 비롯한 관덕정 사우와 온깍지 궁사회, 무술잡지 마르스의 한병철 대표, 전국여무사회 오연이 회장(의령 홍의정)등이 참석하여 자리를 더욱 빛나게 하였다.

[독축]


[납궁]
 

[축사와 김향촌 여무사 약력소개]
 

[경과보고 및 축하객]
 

[뒷풀이]
 

[행사 참여자 모두 기념촬영]
 

::: 현대 국궁사에서 역사적인 납궁례가 거행된 경남 사천 관덕정 시리즈가 약 3회에 걸쳐 소개될 예정이며, 사천 관덕정 사우의 행사후원과 큰 친절에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