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정은 남산에 있어야 합니다

서울시에 올려진 11월 25일자, < 石虎亭은 南山에 있어야 합니다  >라는 글입니다.

궁도인의 한사람으로 이글을 올립니다.   

지난 11월 4일 서울시(푸른도시정책국)는 남산의 역사성과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남산에 있는 노후체육시설을 철거 이전한다고 공표하였습니다. 이전 대상에는 호국무예의 궁도장인 석호정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남산의 역사성과 자연성을 회복한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하지만, 체육시설 모두가 남산의 역사성과 자연성이 결여되어 경관을 해치고 있다고 보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철거 및 이전대상으로 잡고 있는 석호정은 남산에 자리 잡은 지 380여 년이 된 활터이며, 자연과 더불어 시민의 호연지기를 키워온 역사 깊은 활터입니다. 지금도 석호정은 전국 어느 활터에서도 볼 수 없는 자연경관이 뛰어난 활터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같이 역사성과 자연성이 잘 보존되고 있는 시설물이 철거의 대상으로 정하였다는 것은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다시 말하면, 석호정은 임진왜란 이후인 1600년대 초 국민의 상무정신을 진흥하기 위하여 일반백성에게 사정(射亭:활터)의 건립을 허락함으로서 남산 자락에 세워진 최초의 민간 활터입니다. 석호정은 조선시대에는 무인(武人)들의 과거장이기도 하였으며, 그 후, 구한말에서 오늘에 이르는 시대적 질곡 속에서 존폐를 거듭하면서 끈질기게 민족무예의 전통을 지켜온 문화적 유산입니다.

뿐만 아니라, 석호정이 남산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담당해 오고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되야 합니다. 사실 남산의 산책로에는 볼만한 시설이 별로 없는데 반해, 산책로 주변에 자리한 석호정이 그 볼거리를 충분히 제공해 오고 있으며, 지금도 산책로를 왕래하는 많은 내외국인 관광객이 우리 전퉁의 활쏘는 것을 보기 위하여 반드시 들렸다 가는 곳입니다. 또한 청소년국궁체험도 함께 연출하는 남산의 문화벨트의 한 구성요소이며, 명궁이신 성웅 李舜臣 장군의 출생지와 연계된 서울의 문화자산이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의 국궁(國弓)에 매료되어 현재 석호정에서 동호인으로 활동 중인 외국인도 여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시울시는 지방자치단체로서 체육진흥법과 전통무예진흥법에 의하여 체육과 전통무예인 우리 활을 적극 지원하고 욱성할 의무가 있음을 고려할 때, 오히려 석호정을 남산에 보존하여 전통무예를 장려하고 관광객에게 시연(試演)하여 보여즘으로서 남산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충분히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양궁(洋弓)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기량으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습니다. 그 자랑스러운 앵궁의 역사가 석호정에서 국궁의 전통을 이어 싹이 텄다는 사실을 안다면, 결코 석호정은 단순히 노후한 체육시설로만 단정할 순 없을 것입니다.

끝으로, 전국에 활터가 400여 곳이나 있습니다. 타 시도에서는 국궁을 지역문화 및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적극 지원육성하고 있습니다. 반면, 서울은 25개 구의 1200여 만명이란 많은 인구에 불과 7개의 활터가 있을 뿐입니다. 서울시는 석호정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것이 아니라 그대로 보존하여 남산 주변에 거주하는 시민들로 하여금 적극 이용토록 하고, 이전하고자 하는 곳(은평구)에 조성하는 활터를 그 지역의 시민에게 제공하여 국궁의 저변확대와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앞에 적은 바와 같이 석호정은 남산과 역사를 같이 해온, 남산을 떠나선 존재가치가 없는 활터입니다. 따라서 서울시는 석호정을 남산으로부터 철거하거나 이전한다는 정책은 반드시 재고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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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에 등록된 '김상주'님의 글 전문을 옮겨왔습니다.(국궁신문 편집자 주)

[석호정舍]

[석호정 무겁]

[위성으로 본 석호정]

[1932년 3월 10일자 동아일보 소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