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정과 필야정은 앞서 살펴 본 관덕정, 심고정과 같은 뿌리에서 나왔기 때문에 관덕정 유래에 이어서 살펴본다. 군자정은 전국에 네군데가 있으며 시흥시 군자정, 여수시 군자정, 임실군 군자정, 화순군 군자정이다. 정읍에 있는 필야정은 전국에 같은 이름이 없지만 뿌리는 같다. 조선시대 전주에도 군자정이란 활터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논어(論語)』의 팔일(八佾)에서 '공자께서 말씀 하시기를 군자는 남과 경쟁하지 않으나 활쏘기에서만은 그렇지 않다. 양보하면서 인사하고 당에 오르고, 당에서 내려와서 술 마시니 그 다툼이 군자답다. 자왈 군자무소쟁 필야사호 읍양이승 하이음 기쟁야군자(子曰 君子無所爭 必也射乎 揖讓而升 下而飮 其爭也君子)'라는 글에서 君子와 必也를 따온 것이다.  

 공자 『예기(禮記)』의 『사의(射儀)』에서 관덕과 심고가 언급 되었듯이 공자의 『논어(論語)』에서 군자와 필야가 언급된 것을 보면 그 뿌리가 하나인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남산 石虎亭의 4개 주련(柱聯) 중 하나에도 '쟁야기군자(爭也其君子). 이런 다툼이야말로 군자답지 아니한가'란 문구가 걸려 있다. 이 문구는 앞서 살펴본 관덕정 유래 편에 '관덕정심중(觀德正心中). 덕을 살피는 활쏘기로 마음의 중심을 바르게 한다' 라는 주련 옆 기둥에 걸려있다. 이 주련(柱聯) 문구는 해방 후 육이오 사변으로 石虎亭이 불타 버리기 전 1949년 사진에 남아 있다. 

 사진에 보면 당시 나라의 지도자였던 백범 김 구(金 九) 선생이 가운데 앉아 있고  석호정 사두가 김 구 선생 좌측에 앉아 있다. 인촌 김성수(金性洙)도 사진 제일 우측에 보이는데 그 시대 활터의 사회적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활터 이름과 유래는 漢字로 되어 있는 곳이 많고, 조선시대 유교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임을 알 수 있다. 閑良으로서 상식 정도의 漢字 수준이라면 활 문화의 깊은 뜻과 뿌리에 쉽게 다가 갈 수 있을 것이고, 한량의 品格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추후 살펴 보겠지만 전국의 활터 이름에는 소재지의 지역명을 따 온 것이 제일 많았고, 다음으로 무예의 덕을 숭상하는 武의 명칭, 儒家적인 의미의 명칭 순으로 만았다. 기타 소재 지역의 명승지나, 높은 산의 이름을 등을 따 온 활터 수가 유가적인 명칭의 활터 보다 약간 많았다. 이번 기회에는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름 보다는 고유의 특색 있고 활 문화에 의미가 있는 활터 문패를 살펴 볼 계획이다.

 문패의 의미를 알고 덕후의 길에 들어서면 한량들 사이에 閑談 수준이 높아지고, 활터에 가면 '아는것 만큼 보인다'는 말대로, 좀 더 품위 있게 덕질하며 활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양희선(서울 화랑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