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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 첫 강의, 활쏘기로 시작
기사입력 2010-06-18 오후 9:42:00 | 최종수정 2017-07-29 오후 9:42:19   
2004-07-06

해부학 최궁사입니다. 처음 글을 올릴 때는 간단하게 우리 몸과 활의 관련되는 해부학적 관점을 소개하는 정도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글을 쓰다 보니 점점 길어지고 본의 아니게 연재물이 되고 말았습니다.(편집장님께서 기대하지도 않았던 고정 컬럼란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솔직히 무미 건조한 전공 논문은 자주 써 보지만 이런 종류의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표현도 서툴고 문장도 매끄럽질 못합니다. 넓은 아량 부탁드립니다.

이번 글은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해부학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해부학 첫 강의가 ‘활쏘기’로 시작한다는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요즘 ‘해부’라는 용어는 의학의 전문 용어라기보다는 일반용어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의학의 ‘해부학’라는 분야는 조금 과장하면 일반인들께서 접하실 확률은 거의 ‘제로’라고 보여집니다.

사실 시신을 다루고 관찰하고 해부하는 과정은 특별히 엄격한 법에 의해 규정되어져 있습니다.(시체해부보존법) 한 예만 들면 의대생들이 공부를 한다고 머리뼈를 해부학 실습실에서 집을 가져가는 것조차도 실정법 위반 행위입니다. 그러나 일부 이런 학생들의 행위를 묵인하는 의대 전통의 불문율도 있지요.

저도 학생시절 도서관에서 동료나 여자 친구의 자리 확보를 목적(타과 학생들의 접근방지책)으로 그랬으니까요. 어쩌다 배짱 센 척 하고 앉는 친구들이 있긴 있는데 내내 신경 쓰여서 공부도 못했을 겁니다. 가끔 무언가 들은 포르말린 병을 꺼내놓기도 하고...

의대생들이 갖고 다니는 뼈들은 대개는 ‘비 오는 밤에 주인 없는 무덤에서 판 것’이라기보다는 해부학실습실에서 훔쳐간 것이 대부분입니다.(제 경우는 고교 선배가 물려준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전 어느 이름 모를 선배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확보한 것이었겠지요.)

이렇게 제도적으로 노출이 안 되는 분야이다 보니 일반인들께서는 막연히 알고 계시는 부분도 많고 잘못 알고 계시는 부분도 많다고 보여집니다

해부학은 철학적으로는 ‘죽음’의 실체와 결과를 가장 가까이 또 지속적으로 접하는 분야라고 표현할 수 있고 의학적으로는 사람의 ‘물리적 형태’를 가장 사실적으로 다루는 분야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자연과학이 다 그렇겠지만 해부학은 그 중에서도 가장 사실성을 추구하는 ‘리얼리즘’의 학문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여러 드라마나 영화의 주제가 되는 내용들(귀신, 사후 세계 등)은 해부학과 무대 장치가 비슷한 듯하지만 전혀 동떨어진 방향에 있는 셈이지요.

그렇다고 사람 몸을 정육점에 걸린 무엇 보듯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해부학을 공부하신 의료인들께서는 잘 아시겠지만,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죽음’을 손으로 직접 만지며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자각하게 되는 것도 첫 번째 해부학 시간을 통해서입니다. 아마도 모든 의료인들께서는 세월이 흘러 해부학의 내용은 잊어버려도 ‘시신선생님’을 처음 대면했던 장면과 그때에 어떤 생각을 했었는가는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요즘도 동창회 모임 때면 항상 해부학과 해부학선생님 이야기는 빠지질 않습니다)

그러나 해부학에 대한 기억은 주로 혼나고 쫓겨나고 낙제하는 등 주로 쓰라린(?)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의과대학의 공식 수업연한은 6년이지만 평균 수업 연한은 약 8년이라고 하더군요.(입학 전 재수나 삼수는 제외, 제 경우도 당연히 제외) 그 중에서 낙제(단위가 1년)를 주로 당하는 과목이 해부학 관련 과목입니다.(해부, 조직, 신경해부, 발생학 등) 그러다 보니 해부학 선생님은 본의 아니게(?) ‘염라대왕’ 과 동격 수준이 되고 맙니다.(그런 의미에서 선생님 할 만합니다) 아마도 군사학교를 제외하고 스파르타식 교육 분위기를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곳이 해부학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비인격적, 비교육적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학생들의 실습실내에서의 규칙위반이나 비윤리적인 행동들을 단호히 또 공정하게 다룬다는 의미입니다(복장, 헤어스타일, 수업 태도 등 모두 포함하여). 가장 소중한 자신의 몸을 기증해 주신 ‘시신선생님’들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도 그래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요즘 컴퓨터 프로그램 중에 ‘가상 해부학’ 교재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일부 의학 교육자 분들 중에 ‘해부학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가르치기도 힘든데 컴퓨터로만 강의와 실습을 하자’는 의견을 간혹 말하시는데 정말 단견입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국궁’을 가르치면 예절 교육이 저절로 되듯이(민족사관고) 의학에서 ‘시신선생님’과 만나지 않고 무슨 ‘의료윤리’가 생성 되겠습니까?(그런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국궁을 가르쳤으면 참 좋겠는데 이 친구들은 시험만 끝났다 하면 술 퍼먹는 시합에 단체전 참가하듯 하고 이를 인생 최고의 낙으로 삼으니...)

아무리 의학이 발전해도 아나로그 방식의 해부학적 스킨쉽을 통해 의료윤리가 형성되는 것은 변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말씀하는 분들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런 것 생각하기전에 가뜩이나 시신도 부족한데 ‘본인부터 시신 기증 좀 해 주십사’라고...

요즘은 예전과 달리 ‘시신선생님’들은 직접 혹은 보호자께서 기증해 주신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의 기부 및 기증문화의 수준이 많이 올라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느낍니다. 그러나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도 현실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해부학 첫 강의 시간의 ‘활쏘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선생님 : 해부학은 사람 몸을 잘라 보는 학문입니다.

자르는 방법에는 좌우절단(시상절단, sagittal section), 앞뒤절단(관상절단, coronal section), 위아래절단(가로절단, transverse section)의 세 가지가 있습니다.(그림 보여주면서)


[몸의 절단면]

영어로 sagittal section은 矢狀(시상)절단이라 하는데(예- sagittarius, 궁수자리) 이는 활을 쏠 때의 모습과 방향이라 해서 그런 용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활채를 잡는 모습과 시위 당기는 흉내를 내며)

학생들 : 끄덕끄덕..

선생님 : 마침 선생님 취미가 ‘국궁’인데 전통 활을 ‘각궁이라 하고... 세계에서 제일 훌륭한 활이고... 우리민족이 원래 ‘동이족’이고... 양궁은 세계를 제패하고... 기타 등등...(다 아는 이야기들)

학생들 : 역시 끄덕끄덕..(조느라고)

이렇게 해부학은 활쏘기(?)와 함께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 몸 도처에 깔린 ‘무슨무슨 활’ 이라는 용어를 뇌부종(brain edema)이 생길 정도로 외우고 시험을 치르고 실패하면 다시 1년을 다니는 과정을 반복하다 의사가 되면 해부학을 아름다운 추억의 안주거리로(?)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서양활은 옆으로 쏘기 때문에 ‘시상절단면’이라면 ‘앞뒤절단면’이 되어야 하는데 왜 ‘좌우절단면’이 되었는지 이상합니다.

중세시절의 서양활은 코앞에다 대고 쏘았나... 화살 꽁지만 잡고 쏘는 아프리카 원주민 활을 보고 붙였는지... 아니면 활도 못 쏘아본 어느 해부학자가 멀리서만 보고 대충 갖다 붙였는지... 하긴 활에 관심도 없어서 그런지 아무도 질문조차 안 합니다.

사실 해부학은 역사가 오래된 학문이다 보니 영어 명칭조차도(원래는 라틴어) 잘못 붙였는데도 관습상 현재도 그대로 사용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분명히 잘못되었는데도 국제용어회의만 맨 날 열지 도대체 바꾸지는 않아요. Nomina anatomica- 우리나라의 무슨 단체처럼)

하여튼 해부학을 전공하며 갖게 되는 최초이자 최대의 의문입니다.

최궁사, 2004.7.6

기사제공 : 국궁신문
각궁과 우리 몸의 척추와의 해부학적 유사성에 대하여..
해부학, 손과 발에 있는 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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