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 왜 하는가

한국의 활쏘기는 5천년 만에 처음으로 1929년 <조선의 궁술>이 발행되면서 문자로 기록되었고, 그 뒤로 1990년대 접어들면서 새로운 책들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왕성하게 저술활동을 한 사람이 정진명 접장이다. 그는 1996년 <우리 활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국의 활쏘기>(1999), <이야기 활 풍속사>(2000), <활에게 길을 묻다<(2005), <활쏘기의 나침반>(2010), <전통 활쏘기>(2015), <활쏘기의 어제와 오늘>(2017)을 연이어 출간했다. 이밖에도 여러 국궁인들이 연달아 출간에 동참하여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책이 출판되었다.

이런 사태를 보면 언뜻 우리 활의 이론화는 꽤 많이 진척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국궁의 기록화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활터에 전해오는 활쏘기의 모습을 정리하는 데 급급한 글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활이 진정으로 이론화하려면 우리 활의 내면에 서린 비밀과 원리를 밝혀야 하는데, 이런 저술 활동이 아직 이런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는 단순히 한 사람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여러 사람의 지혜가 모아져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에 나온 정진명의 책 <활쏘기 왜 하는가>는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이 될 수 있는 본보기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온깍지궁사회 카페 활동의 내용이다. 온깍지궁사회는 2000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2007년까지 공개활동을 하고 그 뒤로 친목회인 사계로 전환한 단체이다. 사계로 전환한 뒤에는 극히 제한된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메뉴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활에 관한 담론을 이어갔다. 당연히 이곳의 내용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그간 활을 쏘며 느꼈던 사사로운 생각이나 논리들을 발표할 수 있다. 바로 그런 의견들이 활의 새로운 차원을 열 수 있는 씨앗이 된다.

2011년 여름 무렵부터 정진명 접장은 10명 안팎인 사계원들이 볼 수 있는 이 메뉴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꾸준히 올린다. 온깍지궁사회 활동을 하면서 느낀 일부터 활을 쏘면서 내면에서 느껴지는 원리까지 주제는 다양하다. 그런 글들은 그 메뉴를 공유한 사계원들의 조언과 비판을 곁들이며 1년 가까이 이어졌다. 그러는 중에 저절로 활을 보는 다양한 시각이 소개되었고, 그것이 체험과 결부되어 <조선의 궁술>에 기록된 사법을 한층 깊이 해석하는 안목을 공유하게 되었다. 특히 활쏘기를 양생술의 차원에서 조명하려면 '기'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동양의학의 기초까지 요구되는 상황이어서 국궁계에서 이러한 논의는 이 카페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나아가 활에서 가장 중요한 호흡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까지 다루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들이다. 이런 논리화와 이론화가 마무리될 무렵인 2012년에 온깍지활쏘기학교가 문을 열었다. 결국 온깍지활쏘기학교의 교육 내용은 이러한 논리화와 내면화를 거친 이론으로 채워졌다.

이렇게 하여 지난 세월 좀처럼 드러나지 않던 우리 활의 비밀이 처음으로 빗장을 여는 순간이 왔다. 지난 시간 동안 논의했던 글들이 이번에 책으로 발간된 것이다. 물론 그때 연재된 글들은 일관성이 있지만, 그런 일관성을 좀 더 다듬고 보충하는 새로운 내용도 추가되었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 활을 새로운 단계로 열어갈 수 있는 깊이 있는 시각들로 가득 차있다.

이 책의 서지 사항은 다음과 같다.

-제목: 활쏘기 왜 하는가(온깍지총서 6)
-지은이: 정진명
-출판사: 고두미
-크기: B5, 321쪽
-가격: 20,000원

이 책은 <온깍지 총서> 중 여섯 번째 책이다. <온깍지 총서>는 온깍지궁사회에서 기획하여 국궁계에 필요한 자료를 출판하는 시리즈이다. 지금까지 나온 온깍지 총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온깍지 총서 1 : 한국활의 천년 꿈 온깍지궁사회
온깍지 총서 2 : 전통 활쏘기(류근원, 정진명 공저)
온깍지 총서 3 : 국궁논문집 9
온깍지 총서 4 : 활쏘기의 어제와 오늘(정진명)
온깍지 총서 5 : 국궁논문집 10

-차례 

제1부 한국의 전통 활쏘기

1. 국궁이란＿9
2. 활터의 구조＿10
3. 활터의 구성원＿13
4. 활터의 의례＿15
5. 활쏘기 장비＿21
6. 활을 배우려면＿23
7. 활터와 협회의 관계＿24
8. 국궁에 대한 몇 가지 오해＿26
9. 온깍지 제안＿28
10. 온깍지 사법＿34

제2부 온깍지 사말의 활 공부

과녁에 목례 하는 속뜻은?＿53 | 배움을 전하는 방법＿54 | 양생법＿55 | 활쏘기 왜 하는가?＿56 | 활을 다 쏘고 난 뒤의 마무리＿57 | 반구저기＿59 | 습사일기＿61 | 정법＿61 | 교장＿63 | 150m＿65 | 죽시＿67 | 백지＿68 | 전등＿69 | 보사＿70 | 어른과 애＿71 | 구궁신시＿72 | 제왕학＿75 | 시위＿77 | 촉＿78 | 제비꼬리＿79 | 벤또 정신＿88 | 개량궁＿81 | 교외별전＿83 | 예의＿84 | 금기어＿85 | 그러는 너는?＿85 | 냉정＿87 | 반입＿89 | 솔거 그림＿89 | 미용사의 머리칼＿91 | 분문＿92 | 발가락＿93 | 반구비＿93 | 강남간 닭＿95 | 마지막 궁체＿95 | 전통 창조＿97 | 전통 날조＿99 | 1+1=?＿101 | 유미＿102 | 회초리＿103 | ‘뜳다’는 말＿104 | 인터넷 거품＿106 | 삶＿108 | 호흡＿109 | 한가위 국궁＿110 | 곡선미＿111 | 선물＿113 | 두 깃 화살＿115 | 애기살 사법＿115 | 언어의 층＿116 | 셋은 하나＿118 | 빠개다?＿118 | 흉허복실1＿120 | 흉허복실2＿123 | 흉허복실3＿125 | 흉허복실4＿127 | 차력＿129 |조식법1＿130 | 직업병＿131 | 조식법2＿132 | 조식법3＿133 | 선가귀감＿134 | 공중부양1＿136 | 공중부양2 ＿137 | 운기법1＿139 | 운기법2＿140 | 운기법3＿143 |운기법4＿143 | 대회명＿144 | 혀＿145 | 공명＿146 | 침＿146 | 눈높이＿147 | 땀＿148 | 무당＿149 | 세 차원＿151 | 손익＿153 | 빛＿154 | 골 운동＿155 | 콩팥＿156 |앎＿157 | 초심＿160 | 파주 애기살 실험＿161 | 바둑과 제갈량＿162 | 율법의 완성＿163 | 허파와 활＿164 | 혀2＿165 | 작은 문＿166 | 도가＿168 | 완전사법＿169 | 단재＿169 | 동의보감＿171 | 환단고기＿173 | 대맥＿174 | 온깍지 사법＿176 | 스승이란?＿177 | 여백＿178 | 분문2＿33 | 양발의 너비＿182 | 매화궁＿184 

제3부 활문관(弓門關)

활쏘기의 본질과 목적＿187
경락과 우주의 질서＿232
전통사법의 경락 운용 원리＿254
노자와 활 1＿271
활을 다시 쏘며＿311

서문

 활쏘기는 오랜 역사가 서린 운동이지만, 그에 대한 기록은 『조선의 궁술』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그 책이 국궁계에 알려진 지는 불과 얼마 전이다. 이런 현실에서 기록 부재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데 온 힘을 쏟아온 사람이 정진명 접장이다. 1997년에 나의 부탁으로 『충북국궁사』를 편집하여 지역 국궁사의 효시를 이룬것이 엊그제의 일 같은데, 이번에는 활쏘기 공부의 결정판인 이 책을 내었으니, 이런 작업은 정 접장 혼자서 일구어온 노력의 정화이지만, 그 혜택은 국궁계 전체가 온전히 받을 일이어서 국궁인으로서 무엇보다도 고맙고 경사스러운 일이다.

 최근에 아주 반가운 일은 정 접장이 활터에 다시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정 접장이 스스로 ‘장수바위터’라 이름 붙인 활터가 생겨서 이 책에서 말한 높은 단계의 활 공부를 매듭지을 여건이 마련되었다. 정 접장이 보는 활쏘기의 진정한 경지는 단순히 과녁 맞히는 수준의 오락을 넘어선다. 그런 진지한 질문과 성실한 답을 우리는 이 책에서 엿볼수 있어서, 지금까지 아무도 가닿지 못한 경계에서 들려오는 한 소식을 덩달아 엿듣게 된다. 전통과는 반대로 뒷걸음질 치던 우리가 정 접장 덕택에 『조선의 궁술』이 가리키는 봉우리에 우뚝 올라서서 그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는 장쾌한 호연지기를 맞닥뜨린다. 그러기까지 정 접장이 걸어온 가시밭길은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나침반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간 온깍지궁사회 창립회원으로 전통 활쏘기를 보존하는 데 힘써온 정 접장이 온깍지활쏘기학교를 만들어서 후학을 위한 자리도 마련했으니, 그의 활사랑은 끝이 없는 듯 싶다. 정 접장의 존재가 국궁계는 큰 행운이다.

2017년 여름 청주에서
우암사계 사장 장영학 삼가 씀

서문

 만남을 거듭할수록 즐거운 사람이 있다. 이 책의 지은이 정진명 접장이 그렇다. 온깍지궁사회 활동을 하던 2000년대 초반을 돌이켜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당시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즐겁게 노는 것이 모임의 목적이었다. 그래서 모이면 즐겁고, 만나면 재미있게 놀았다. 그렇게 7년간 여러 가지 활쏘기를 하며 즐겁게 지냈다.

 그런데 우리의 모든 만남은 기록으로 정리되었다. 물론 이런 기록의 중심에는 정진명 접장과 이건호 접장이 있다. 정 접장은 행사의 전 과정을 시시콜콜 기록하여 홈페이지에 올렸고, 이 접장은 그것을 추려서 국궁신문에 소개했다. 사라져가는 전통을 찾아다니며 즐겁게 노는 우리의 발걸음은 이렇게 시시각각 국궁계에 알려졌고 큰 반향을 일으켜 우리 활의 올바른 모습이 무엇인가를 묻는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는 사이 온깍지궁사회 활동은 그대로 2000년대의 국궁사로 자리 잡았다.

 2007년도에 온깍지궁사회는 공식 활동을 접고 사계로 전환함으로써 친목모임으로 졸아들었지만, 그런 뒤에도 카페에서는 꾸준히 소식과 정보를 주고받아서 공개 활동 때 못 다한 내실을 꾸준히 다져왔다. 이 책은 그런 과정이 일부 반영된 증거물이기도 하다. 우리 활의 세계는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 그런 세계를 드러내고 깊이 연구하는 것이 선배들에 대한 보답이고 충정이다. 그런 점에서 온깍지궁사회 활동을 함께 한 것은, 행수를 맡았던 내게도 큰 영광이었다. 게다가 사계 내부에서 논의된 것이 이렇듯이 깔끔하게 정리된 책으로 나온다는 것은 우리 사계원만이 아니라 모든 한량에게 큰 즐거움이다. 전국의 강호 무사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2017년 여름 부산 사직정에서
부산 사직정 사두 죽헌 이석희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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