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은 활쏘기를 주제로 쓴 시(86편)를 모아 엮은 시집이다. 여기서 활쏘기는 양궁이 아니라 국궁이다. 시인은 오랜 세월 활쏘기를 하며 활에 관한 책을 몇 권 냈다. 책을 내는 것은 연구하고 논리화하는 일이지만, 시는 감성을 건드리는 일이다. 전통 활 분야에 워낙 자료가 없어 그것을 문자화 하느라고 온힘을 다한 시인이 이번에 시를 써서 엮은 것이다. 시인의 활 관련 시집은 이뿐만이 아니다. 2005년에 <활에게 길을 묻다>라는 시를 이미 상재한 바 있다. 이 시집도 시를 주제로 한 것이었다. 국궁에 관한 최초의 시집이라는 뜻밖의 기록도 세웠다.

이번에는 몇 년 쉰 활을 다시 쏘면서 생긴 생각과 감흥을 시로 옮겼다. 시집 한 권이 활에 관한 내용으로만 이루어젔기에, 활터에서 쓰는 특수한 용어가 많이 나온다. 낯선 말은 내용의 접근에 어려움을 주는데, 시의 내용이 일상의 감정을 많이 반영하여 그런 언어들도 시에 새로운 느낌을 준다. 활터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섬세한 언어로 담아낸 노력이 돋보인다.

어떤 대상이 시로 들어올 때는 시인이 그 대상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활쏘기는 과녁 맞히는 것으로 존재하는 운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녁을 맞히려는 집중과 집착으로부터 거리를 두어야 비로소 시가 나온다. 그런 점에서 시는 과녁 속으로 빨려드는 자신을 또 다른 눈으로 관찰해야 하는 일이다. 과녁이 앞에 놓였을 때 거기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몹시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한 자리에서 비로소 자신이 보이고, 활이 제대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시집 속의 시는 시인이 자신과 싸운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