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문화보존회의 세계유목민경기대회 참가기

입력 : 24.09.20 21:13|수정 : 24.09.20 21:13|국궁신문|댓글 0
5th World Nomad Games, 83개국 2,500여명 참석

활쏘기문화보존회의 세계유목민경기대회(5th World Nomad Games) 참가기

활쏘기문화보존회(회장 나영일) 선수단 16명은 지난 9월 8일부터 13일까지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제5회 세계유목민경기대회(5th World Nomad Games)에 참가하였다. '월드 노마드 게임, 세계 유목민경기' 등으로 불리는 이 행사는 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이 중심이 되어 전세계인이 즐기는 전통스포츠대회로 올림픽에 버금갈 정도로 열리고 있다. 2014년 제1차 대회부터 3차 대회까지는 키르기스탄에서 열렸고, 제4차 대회는 튀르키에에서 2~3,000명 규모로 열렸다. 한국에서는 씨름협회와 지적전략게임팀이 활쏘기문화보존회와 함께 참가하였다. 또한 내년에 울산에서 민족궁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대한궁도협회와 울산시 공무원 및 울산궁도협회에서도 참관단으로 참가하였다.
 
 
△ 대회포스터
 
 
세계유목민경기대회는 유네스코 무형유산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국제 대회다. 역사적으로 유목민의 민속경기에 기반을 둔 이번 대회에 전세계 83개국 약 2,500여명이 참가하여 전통활쏘기를 비롯하여 21개 종목의 경기대회가 열렸다. 경기대회와 함께 유목문화와 민속스포츠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하면서 전통스포츠 경기와 문화행사 및 학술행사를 개최하였다.
 
 
△ 대회참가자
 
 
이 대회에는 전통복장과 전통활쏘기도구 만을 사용해야 한다. 활쏘기대회에서는 한국을 비롯하여, 호주, 독일, 아제르바이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헝가리, 인도, 인도네시아, 이란, 스페인, 이탈리아, 예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레바논, 말레이시아, 몽골, 네덜란드, 파키스탄, 폴란드, 러시아, 루마니아, 싱가포르, 슬로바키아, 미국, 태국, 투르크메니스탄, 터키, 우즈베키스탄, 프랑스, ​​칠레, 세르비아, 중국 등 33개국의 선수들이 대회에 참여하였고, 총 178명의 선수(남자 118명, 여자 60명)가 경쟁하였다. 기본적으로 1개국에서는 남자 6명, 여자 4명, 코치 2명, 심판 1명이 배정되었다. 그러나 선수 1명과 임원 1명이 출전한 국가도 있었고, 우리나라처럼 선수와 심판 모두가 참여한 국가는 10여개국으로 대략 250여명 규모의 대회였다.

활쏘기문화보존회에서는 지난 2월부터 대회준비를 위해 노력하여 선수선발과 훈련 등을 실시하였고, 5월과 6월에 선발전을 거쳐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이 선수단을 확정하였다. 남자 6명(변정용, 한용진, 지동철, 이헌정, 송윤종, 오진병), 여자 4명(문미숙, 박민정, 양세희, 서정화), 코치 2명(이동보, 권오정), 심판 1명(주동진)이 선발었다. 경기대회는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유형의 경기방식이었다. 

세 가지 유형의 경기는 아스타나시의 외곽에 있는 에스노 아울(Ethno-Aul) 경기장에서 열렸다. 첫날 경기는 튀르키에 과녁인 푸타(puta) 경기로 개인 남자 70m 여자 60m이고, 두 번째날 경기는 직경 60cm인 헝가리식 칼칸(Qalqan) 과녁으로 개인 남자 60m 여자 50m이고, 세 번째날 경기는 허공에 메달린 25cm크기의 잠비(Zhamby)과녁으로 남녀 30m미터이다. 단체전은 남자 3명, 여자 2명으로 잠비과녁으로 경기를 하였다.
 
 
△ 각종 과녁(Puta, Qalqan, Zhamby)
 
 
활쏘기문화보존회에서는 대회참가와 함께 이승환(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원장과 김종훈 실장 및 허엽 접장의 도움으로 세계노마드게임 조직위원회와 접촉하면서, 유네스코 아태지역 무형유산 센터의 김덕순 기획실장과 협력하여 우리 활쏘기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준비작업도 동시에 진행하였다. 학술대회에서 유네스코 아태지역 무형유산 센터주관의 특별 세션이 포함되어, “공유문화유산으로서의 전통활쏘기(Traditional Archery as a Shared Cultural Heritage)”란 주제로 토론을 겸한 자유토론이 진행되었다. 

학술대회는 카자흐스탄 국립박물관에서 3일간 실시되었다. 총 79편의 논문이 발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세명(나영일, 김창선, 박근)이 발표하였다. 첫날 김창선교수는 「한국 전통활쏘기의 발시 동작시의 근육활동의 분석(Analysis of Muscle Activity during Shooting Archery Motion in Korean Traditional Archery)」을 발표하였고, 박근교수는 특별 세션에서 「한국전통활쏘기의 근대적 의미와 역할(The Mordern Significance and Role of Korean Traitionlal Archery)」이란 주제로 발표하였다. 특별세션에서는 박근교수를 비롯하여 카자흐스탄 활쏘기협회의 아임 텔베르겐(Aiym Tlepbergen), 몽골의 바야르셋 얌비돈치르(Bayartsetseg Yambiidonchir), 유네스코 알마티사무소의 이이굴 칼라포바(Aigul Khalafova), 중앙아시아연구소(IICAS)의 알리셔 이크라모프(Alisher Ikramov), 튀르키에 활쏘기협회의 자퍼 머티 아타스(Zafer Metin Atas) 그리고 김덕순 실장 등 7명이 발표와 자유토론에 참가하였다. 

이 세션에서 2019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튀르키에가 무려 700개의 활쏘기 클럽이 존재하고, 22,000명의 등록된 선수가 있으며, 1,248명의 공식 코치가 있고, 409명의 심판이 있다고 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우리 이상으로 전국적인 규모에서 전통활쏘기를 활성화하고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 학술대회 참가
 
 
두 번째 날, 나영일교수는 「반구천 암각화 공간의 활쏘기와 성지화(Archery and Sacralization of the Petroglyph Space in Bangucheon Stream)」란 주제로 발표하였다. 학술대회는 대부분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등 영어와 함께 그들의 공용어를 쓰는 관계로 특별세센을 제외하고는 원할한 토론이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이번 세계노마드게임의 학술대회에 참가는 각국 활쏘기대표들과 우리나라 활쏘기의 유네스코 공동등재를 위한 유네스코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대회 이모저모
 
 
한편 활쏘기문화보존회에서는 4명의 선발대가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인 알마티에 먼저 가서 고려문화원과 고려인들에게 활과 화살을 전달하는 기념식을 하였다. 이 행사는 양평정의 이동섭 접장(전 석탄공사 감사)이 알마티에서 카자흐스탄 고려인(한인회)와 만나 석탄 전달행사를 기획하였기에 활쏘기문화보존회에서 함께 동참하기로 하면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알마티에서 고려인 신 안드레이(알마티 시의원, CU 대표)와 고려문화원 김상욱 원장에게 각각 활 2장과 화살 등을 전달하고 카자흐스탄에 있는 고려인들에게 우리 활을 보급시켜주기를 당부하였다. 

한편 아스타나에서는 주 카자흐스탄 조태익 대사와 한국문화원 구본철 원장에게 각궁과 죽궁을 선물하였다. 조태익 대사의 제안으로 대사관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문화원에 우리 활을 전시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구본철 원장은 경기장에 들러 선수들을 응원하였고, 그곳에서 전달식을 하였다. 지동철 이사가 활을 부리고, 현을 거는 방법을 구본철 원장에게 교육시켰다. 문화원에서 선수들의 이동을 위해 차량을 지원해주어 감사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한류의 저력을 똑똑히 체험하였다. 대부분의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우리를 반겨주었고, 그들은 간단한 한국말을 하면서 말을 걸어 주어 우리 선수단을 감동시켰다. 8일에 열린 개회식은 엄청난 규모로 이루어졌다. 개회식에서는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화려함으로 카자흐스탄의 역사와 유목민들의 삶을 잘 표현하였다. 본격적인 경기대회는 9일부터 열렸는데, 경마장 옆의 한 곳인 에스노 아울 경기장에서 실시하였다. 참가자가 많은 나라는 텐트하나를 차지하여 복장과 활장비를 정비하였고, 선수단 규모가 작은 나라는 그 옆에서 조용히 준비를 하였다. 모두들 화려한 전통복장을 하고서 자기 나라의 자부심을 맘껏 폼내고 있었다. 우리 선수들도 그들에 뒤지지 않았고, 우리 선수들과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그야말로 최고 선수단 중의 하나가 되었다. 박민정 접장이 16강전에 출전하였으나, 우승자를 만나서 좌절하였고, 단체전에서도 역시 우승팀과 만나는 바람에 좋은 성적은 올리지 못했다. 참가에 의의를 두는 대회였다.

제6회 세계유목민경기대회는 처음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다시 키르키스탄에서 열리기로 하였다. 대회개최에 따른 엄청난 비용과 경기장 건설 등 준비해야할 것이 많아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몇 가지 소회가 없을 수 없다. 숙식과 교통편은 카자흐스탄에서 모두 준비해주었다. 그러나 선수단은 모두 개인적으로 비행기표를 구해야했고, 한복(소창의, 갓, 신발)과 죽시 등을 준비하다보니 한사람당 약 150만원씩의 경비가 소요되었다. 또한 각국 선수단과의 교류를 위해 기념품 등을 준비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 활쏘기문화보존회 회원들의 물심 양면의 후원과 선수단의 자발적 의지가 없었더라면 대회참가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국위선양을 위한 이러한 유목민경기대회 참가에는 정부지원과 대한궁도협회의 후원이 있어야할 것으로 생각하고, 다음 대회에는 그런 기회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 부대행사
 
자료제공: 활쏘기문화보존회
편집 archerynews@gmail.com
ⓒ 국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가 될수 있습니다.등록
국궁신문 l 고유번호 621-82-89069 l 창간일 2000-03-07 l archerynews@gmail.com l 국궁포토 l 심곡재 l 블로그 밴드
Copyright  국궁신문 All rights Reserved.